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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파업 노동자들:
“더는 목숨 깎여 가며 일할 수 없습니다”

유성기업 사측은 경찰력 투입 이후에도 생산에 어려움을 겪자, 노동자들을 회유해 복귀자를 늘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측은 조합원의 가족들에게까지 공문을 발송해 “파업은 불법이며 직장폐쇄는 정당하다”고 했다.

보수 언론들은 일부 복귀자가 생긴 것을 부각하고 있지만, 복귀자는 아직까지 파업을 지지하지 않던 일부에서만 발생하고 있다.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환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다. ⓒ이미진

더구나 최근 복귀자들이 당하는 일을 보면, 사측이 만들려는 유성기업의 미래가 무엇인지 자명하다.

사측은 복귀자들에게 “나는 개다”를 세 번 복창한 후에야 공장 문을 열어 줬다. 노조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강요하고, 노조와 연락하지 못하도록 휴대폰도 빼앗았다. 화장실이나 식당을 가더라도 용역과 관리자 수 명이 따라 붙고, 거의 일주일 동안 잡아 놓고 일을 시키며 “개”처럼 살 것을 강요했다.

이런 사측의 태도에 노동자들의 분노를 부채질하고 있다.

“일 시킬 때는 한 가족이라고 하더니 이럴 수가 있습니까. 조금이라도 더 자고 아이들과 한 시간 더 놀아주자는 한 게 그렇게 큰 요구입니까?”(생산1과 C조합원)

“33년을 일했으면 회사에 평생을 바친 거예요. 회사를 키운 사람들이라고요. 그런데 2시간 파업했다고 문을 걸어 잠가? 이건 비정상이에요”(영동 공장 조합원)

노동자들은 “지금 복귀하면 그토록 원하던 주간연속2교대는 물 건너가고, 노조는 와해되고, 고용도 보장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 들어가는 건 바보짓이에요. 억울하고 분해서라도 버텨야 합니다.”

“나이 들어 가물가물하던 눈꺼풀이 확 떠지고 가슴 속에서 뭔가 뭉클한 게 캭 나올 것 같아요. 지금은 잠시 어렵지만 길게 생각하면 이렇게 파업하는 게 맞거든. 함께 파업해야 날 바라보는 동생들도 ‘어, 저 형 복귀 안 했네’ 하고 힘을 낼 거 아니야?”(정년퇴직 2년 앞둔 조합원)

복귀 거부

주간연속2교대와 월급제는 끔찍한 야간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숨통’과도 같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사측의 협박과 회유에도 완강히 투쟁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영동 공장에서 동료 두 명이 죽었어요. 갑자기 심혈관계 질환으로 돌연사하고, 야간에 앞이 안 보이니까 사고를 당해 죽었어요. 밤에 일하다가 졸아서 기계에 다치는 게 정상이냐고요.”

“가족을 위해 목숨 깎여 가며 일했어요. 일급제라고 하지만 지각 30분 하면 임금 깎고. 차량이 단종되면 또 깎고. 살 수 있을 만큼의 임금을 보장해 달라는 겁니다.”

사측의 ‘선별적 복귀’ 강요는 노동자들을 분열시켜 양보와 투항을 얻어내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조가 이를 거부한 것은 올바르다.

사측은 주말을 기점으로 복귀 협박을 강화할 것이다. 따라서 조합원들의 사기를 유지시키려면 주말에 귀가하는 것보다 집결하는 게 좋다. 금속노조도 실질적 연대로 노동자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든든한 응원군 구실을 해야 한다.

유성기업 투쟁은 이명박 정부의 반서민 정책에 맞선 다양한 투쟁들과도 연결돼야 한다. 지금 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시위와 서울대 점거 농성이 수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노동자들의 투쟁과 학생들의 투쟁이 연결된다면 서로의 사기를 높일 수 있고, 이명박 정부에도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도 유리하다.

이런 투쟁 연결은 당장 6월 4일 서울에서 열리는 결의대회 때부터 시작돼야 한다. 대학생들이 더 많이 유성기업 결의대회에 참여해 노동자들과 연대해야 하고, 유성기업 노동자들도 저녁에 대학생들의 집회에 함께해서 연대를 호소해야 한다. 진보진영의 단결과 투쟁을 확대하려고 건설된 ‘민중의 힘’이 앞장서 이런 구실을 해야 한다.

□ 아산 공장 조합원이 아내에게 보낸 편지

“굴욕을 거부한 나에게 파이팅해 줘”

당신과 애들을 생각하면 선택의 여지가 없겠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과 친구들의 등에 칼을 꽂는 것도, 들어가서 굴욕적인 삶을 사는 것도 너무 두렵고 무섭다. 하루를 넘기고 또 하루가 시작되면 많은 고민에 답답하고 힘들어. 그런 마음에 집에 가고 싶어도, 나처럼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걱정돼. 또 그들과 얘기하며 힘을 얻곤 해.

○○ 엄마, 힘들어도 조금만 참아 주겠니? 나 하나의 잘못된 선택이 여기 있는 사람과 소중한 친구 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내 삶도 지옥으로 내몰거야. 나 하나만을 위해 옳지 않은 선택을 할 수 없구나.

미안해. 여기서 최선을 다하고 어떤 결과이든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어. 이런 날 용서하고 파이팅해 주라. 미안하고 사랑한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가족대책위 ⓒ이미진

□ 아내의 답문

“나도 오빠 입장이면 고민 없이 오빠처럼 했을 거야. 난 오빠 선택 믿어. 복귀했음 오빠 안 봤을 거야. 사랑해, 힘 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