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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시행하라

이명박 정부의 반값 등록금 사기극을 규탄하고 조건없는 반값 등록금 시행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촛불시위가 열흘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삭감됐는데 물가와 등록금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서 노동자·서민 들은 등골이 휠 지경이다. 대학생들에게 ‘알바’와 휴학, 학자금 대출은 예삿일이고, 등록금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학생만 3만 명이 넘는다.

6월 4일 오후 유성기업 노동자와 청소년 등 1천여 명이 모인 촛불문화제 이명박 4년이 낳은 불만과 분노가 ‘반값 등록금’ 촛불 속에서 표출되고 있다.

사실, 이명박 정부가 부자 감세와 4대강 삽질, 첨단무기 도입 등에 쏟아붓는 돈의 일부만 교육비로 돌려도 반값 등록금은 충분히 가능하다. 반값 등록금에 필요한 돈은 약 6조 원인데, 현재 탐욕스러운 사립재단들이 쌓아놓고 있는 누적적립금만 무려 10조 원이다.

이런 분통터지는 현실 때문에 올해 초 주요 대학들에서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학생총회가 수년 만에 성사됐고, 일부 대학에서는 점거 농성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금 벌어지는 촛불시위는 바로 이런 투쟁의 바탕 위에서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재보선 참패 후 한나라당이 온갖 제한이 달린 기만적인 ‘반값 등록금’ 정책을 발표하면서 오히려 분노에 불을 붙였다. 5월 29일에 열린 첫 시위는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정부가 학생 73명을 연행하면서 촛불에 기름을 부었다.

그래서 수백 명으로 시작된 시위가 며칠 후엔 1천여 명으로 늘어났고, 학생들이 도심 기습 거리행진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투쟁에 대한 관심과 지지도 급속히 확대됐다.

이 시위가 이렇게 관심과 지지를 받게 된 배경에는 턱없이 비싼 등록금에 대한 불만뿐 아니라, 지난 4년 동안 켜켜이 쌓아 온 이명박 정부에 대한 총체적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 ‘제2촛불’이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요구 확대와 투쟁 심화가 필요하다

현재, 탄압도 무릅쓰고 이 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은 일단 6월 10일까지 촛불시위를 지속할 예정이다. 6월 7일에는 한대련만이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들까지 모이는 비상대책회의가 열렸다. 6월 10일에는 집중 촛불집회 계획이 잡혀 있다.

그런데 한대련 지도부는 현재 민주당 등을 끌어들여 6월 국회에서 관련 법안 통과시키기를 주된 방향으로 잡고 있다.

사실 그동안 한대련 지도부는 ‘대정부 투쟁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아쉽게도 주요 대학에서 벌어진 등록금 투쟁을 점거 농성 등으로 발전시키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이제 대정부 투쟁마저 대국회 청원으로 주된 방향을 잡아서는 안 된다. 이것은 민주당 등에 의존하며 국회 논의에 투쟁을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더구나, 민주당의 반값 등록금 방안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이 ‘B학점 이상’을 말할 때, 민주당 안에서는 ‘C학점 이상’으로 하자는 말이 나왔다. 6월 6일 촛불시위에서 민주당 대표 손학규는 ‘단계적 반값 등록금’을 주장했다가 학생들의 야유와 항의를 받았다. 그리고 나서 말을 바꾸긴 했지만 여전히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이라고 보긴 어렵다. 따라서 등록금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려면 국회나 민주당에 기대기보다는 이 투쟁을 더 확대·심화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6월 10일까지의 한시적 계획에 그쳐서는 안 되고, 이 투쟁을 더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채택해야 한다. 우선, 노동자·시민의 참가를 늘리기 위한 요구 확대가 필요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행동에 동참하도록 하려면 이 촛불시위가 바로 그들의 고통과 불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일부 단체들처럼 요구를 ‘반값 등록금’으로만 한정하려 하지 말고 최저임금 인상, 서울대 법인화 반대, 유성기업 투쟁 지지, 공공요금 인상 반대 등 지금 제기되는 여러 쟁점과 요구들을 결합시켜야 한다. 그리고 한대련과 일부 단체만이 아니라 더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해서 투쟁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공동의 투쟁 기구를 만들 필요도 있다.

나아가 정부의 불허와 협박에 굴하지 말고 계속 과감하게 도심 거리 행진 등을 시도해야 한다. 그럴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속에서 자신들의 분노와 투지를 분출할 수 있다.

특히 노동자들의 요구와 쟁점을 반영해서 노동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 자동차 산업을 마비시켰던 유성기업 파업이 보여 줬듯이, 조직된 노동계급이야말로 정부와 지배자들을 압박할 강력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투쟁을 심화시킬 때, 이 투쟁은 현재 정도의 규모와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진정 ‘제2의 촛불’로 발전할 기회를 열어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