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8~19일 일산 킨텍스에서 민주노동당 제2차 정책당대회가 열린다. 정책당대회의 슬로건은 ‘Change 2012 - 통합과 연대, 진보적 정권교체!’다.

이번 정책당대회의 최대 이슈는 당 강령 개정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당 강령에서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계승 발전”, “북한 사회주의의 경직성 극복” 등의 문구를 삭제하고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문구로 바꾸려 하고 있다.

그러나 당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인식 서울 중구 위원장 등 일부 지역위원장들과 대의원들을 중심으로 사회주의 강령 삭제에 반대하는 서명이 진행되고 있다. 김인식 중구 위원장은 사회주의 강령 삭제안에 반대해 강령개정위원을 사퇴한 바 있다.

이들은 연서명을 호소하며 이렇게 주장했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위기를 해결하지 못해 그 정당성이 세계적으로 의심받는 현 시점에서, 민주노동당 강령의 반자본주의적 요소와 사회주의적 요소를 도려내야 할 까닭은 없습니다.

“[민주노동당의 선거적 성과와 지지율의] 부침에서 당 강령이 문제가 됐던 것은 아닙니다. 진보정당에 걸맞는 정체성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해 보수정당과의 차별화에 실패했던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었습니다.

“민주노동당이 사회주의적 정치 실천을 충분히 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강령에서 ‘사회주의의 이상과 원칙’의 삭제는 민주노동당뿐 아니라 노동자 운동 전체에서 정치적 상징 하나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이런 후퇴는 보수 언론과 우파 들만 기쁘게 할 것입니다.”

6월 16일 현재 5백8명의 당원들이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으로 유명한 임승수 씨도 반대 의견을 밝혔다.

그는 자신이 평소 베네수엘라와 차베스의 사례를 들며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주의적 가치를 대중화하기 위해서 가능한 한 모든 노력을 다 해왔[는데] 힘이 빠진다” 하며 지도부의 강령 개정 시도를 비판했다.

여기동 전 성소수자 위원장은 “무상의료, 무상급식, 무상교육 같은 좋은 정책의 밑거름은 바로 사회주의 정신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하며 사회주의 강령 삭제에 반대했다.

연서명에 동참한 당원들은 한목소리로 “당원의 눈높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당 지도부의 설명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11년 동안 … 사회주의 가치를 지향한다는 강령 내용이 문제가 된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간혹 주민들은 민주노동당은 북한과의 관계를 잘해야 한다는 주장들은 최근 집단 가입한 현장 분회장에게서, 또 오늘 상가집에서도 듣습니다만 사회주의 강령 관련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대구시당 이병수 위원장)

오히려 진보대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회주의 강령 삭제를 추진하는 데 대해 못마땅한 분위기가 많다. 사회주의 강령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진보대통합의 장애물이 된 적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정희 대표의 발언 — 국민참여당의 진보대통합 참여 — 를 고려하면 사실상 이들과의 연합을 위해 당 강령을 후퇴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실제로 〈한겨레〉도 “기층 당원들 사이에선 사회주의 원칙의 포기를 심각한 후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여전”하다고 보도했다.

만약 이번 강령 개정안이 향후 진보대통합 강령 작성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의 의견으로 반영된다면 이른바 ‘제2의 노동자 정치 세력화’는 10년 전에 비해 한참 후퇴한 강령을 가지고 출발해야 할 것이다.

당내 비판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는데도 당 지도부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려 하지 않는 듯하다. 무엇보다 수많은 당원들이 지금 이런 강령 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당대회에서 열릴 강령 개정 토론회에서 개정에 반대하는 패널은 포함시키지 않았고, 발제와 패널 토론 뒤에 진행될 예정이던 당원토론도 갑자기 사라졌다.(당원들이 문제제기하자, 토론 당일에 '사회주의' 구절 삭제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김인식 서울 중구 위원장을 패널에 포함시켰고, 토론 시간을 한 시간 늘렸다.)

이런 식으로는 당 지도부가 비민주적일 뿐 아니라 졸속적이고 패권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진보대통합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정치 세력들이 이 과정을 지켜보며 어떻게 생각할지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