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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 파업 일기(6월 23일):
깡패가 경찰이고, 경찰이 깡패인 기막힌 현실

이 글은 유성기업 아산 공장 생산1과 조합원이 쓴 파업 일기다. 〈레프트21〉이 이 동지의 일기를 연재한다.

어젯밤 경찰과 벌어진 마찰이 커다란 이슈가 돼 아침부터 소란스러웠다.

역시 MBC와 SBS는 경찰의 부상을 부각해 유성 노동자들의 “불법”만을 말했다. 그나마 KBS는 경찰이 집회 장소로 이동하는 노동자들을 막아 “불법 집회”를 유도했다고 사태를 정확히 설명한 것 같다.

장맛비가 촉촉히 내리는 아침이다.

비 때문인지 어제의 충돌로 부상자가 많아서인지, 오늘은 특별한 일정이 없었다. 먼 집에서 떨어져 외롭게 지내야 했던 영동 [공장의] 형제들에게 1박2일의 휴가가 주어졌다.

어제 충돌로 화가 났는지, 굴다리 위에 배치된 경찰 때문에 남은 우리 아산 조합원은 쉽사리 긴장을 풀 수 없었다.

고정시킨 식당 천막이 강한 바람에 흔들리고, 약했다 강했다를 반복하며 바람과 함께 날리는 비는 넓은 들판의 논과 하우스 마당을 빠르게 적시며 고여 갔다.

차츰 긴장이 풀리고 어제의 충돌을 생각하니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비바람이 잠시 멈춘 오후 무렵,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지, 대한민국의 경찰이란 사람들이 느닷없이 우리의 요구가 적힌 현수막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이제는 하다 하다 별 짓을 다 한다.

황당한 가대위와 조합원 들이 달려가 따져 묻자, 그냥 “불법”이란다. 정말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힌다.

한 달 넘게 걸려 있던 현수막을 이제 와서 “불법”이라는 건 무슨 경우고, 시청 직원은 뭐하고 전경이 그런 일까지 한단 말인가. 평범한 사람에게 시비를 걸고 말 안 들으면 패는 것이 깡패 집단이고, 그런 깡패 집단을 보호해 주는 것이 경찰이다. 그런데 이제 경찰은 우리에게 자꾸 시비를 걸고 자극한다. 이게 깡패 집단과 무엇이 다른가.

차라리 죄가 있으면 잡아 가라. 언제 우리가 그런 걸 무서워하며 피한 적이 있는가. 죄 없는 죄인이 돼 경찰에게 끌려는 갔어도, 우리는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게 여기에 있다. 한심스럽고 최소한의 자존심조차 없는 경찰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

경찰은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전에 용역깡패들이 했던 대로, 까만 옷차림으로 굴다리 위에 서서 우릴 감시하고, 어두운 밤에는 라이트로 우릴 비치다가 항의하면 끄길 반복한다. 이게 이곳에 있는 경찰의 모습이다.

밤은 깊어 가고 자정은 훨씬 넘었는데, 좀처럼 잠이 오질 않는다. 꿰맨 눈이 걱정돼 안 먹으려 했는데, 허탈한 가슴에 술이라도 먹어야 될 듯 싶다. 그래서 하우스 마당 한 구석에 자리 잡은 동지들에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