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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촛불시위 건으로 재판받은 정성휘의 1심 최후진술:
"촛불운동의 대의는 옳았고, 역주행하는 이명박은 틀렸습니다"

부산의 진보 활동가 정성휘 씨는 2008년 ‘촛불항쟁’ 때 부산에서 촛불시위를 주최했다는 혐의로 벌금 2백만 원이라는 약식명령을 받았고, 이 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이후 군 입대한 정성휘 씨는 군사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28일 군사법원에서 1심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보통 여러 차례 변론을 듣고 그 내용을 판사가 심사숙고하고서, 다음 재판에서 최종판결을 내리는 것이 상식인데, 이 재판에서 판사는 최후진술을 한 바로 직후에 판결을 내려 버렸다. 재판은 요식행위였을 뿐,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판사는 재판 도중에도 최후진술을 수차례 가로막으며 방해했다. 

판결에서 벌금이 1백만 원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유죄 판결은 유지됐다. 정성휘 씨는 재판 결과에 불복해 항소할 계획이다. 어려운 조건에서도 놀라운 투지를 보여 주고 있는 정성휘 씨의 최후진술문을 싣는다. 

저는 촛불운동의 대의에 동의해 이 운동에 열의있게 참가했다는 이유로 재판정에 섰습니다. 따라서 저를 변호하기 위해서는 제가 지지했던 촛불운동의 배경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

2008년 경제 위기 극복을 전면에 내걸고 당선한 우파정부의 임기가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이 정부가 말하는 경제 위기 극복이란 것이 우리 사회 소수의 가진 자들과 부자들만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 점차 분명해졌습니다.

이 정부는 병원과 학교를 영리법인화하여 건강과 생명·교육이 아닌 이윤만을 위한 운영을 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갈수록 불안정해져가는 부동산 거품에 기대 근근히 버티고 있던 건설 자본을 구출하기 위해 많은 우려에도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어 전 국토를 대운하로 뚫어 버리려 했습니다.

취임선언 때부터 시작된 대북 강경정책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경쟁을 심화시킬 '오륀지' 교육정책 추진이 예고됐고 반값 등록금 공약은 백지가 되었습니다.

평범한 시민들 입장에서는 쓰나미처럼 느껴질 정도로 온갖 개악 정책들이 불도저로 밀려 내려오는 것만 같았고 불안과 불만이 증대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우익 언론들도 현 정부가 '고소영 내각'에 '강부자 정권'이라는 조롱을 당하고 있다며 한탄했던 것입니다.

바로 이런 시기에 이명박 정부는 그렇지 않아도 반발이 컸던 한미FTA 체결 가속을 위해 광우병 의심 쇠고기 수입 절차를 완화하려 했고, 이에 반발한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서며 촛불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반발케 했던 온갖 정책들에 대한 분노가 결집하기 시작했고 이 모든 것의 배후인 이명박 정부가 물러나야 한다는 구호가 거리에서 외쳐졌습니다.

이 운동은 혹심한 경찰 탄압에도 3개월가량 지속되었으며 하루에만 전국적으로 수백만 명이 참가하는 규모로 성장하며 취임 네 달 된 정부 지지율을 7퍼센트 대로 끌어 내렸습니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개악 정책은 중단되거나 더디게 추진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이명박 정부 4년째를 맞는 지금 우리는 촛불운동이 옳았는지 이명박 정부가 옳았는지를 따져볼 수 있을 것입니다.

경제 위기는 극복되었다는데 평범한 사람들은 고물가, 실질 임금 저하, 복지 축소 등으로 더 살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은 남북 관계 악화와 교류 축소를 불러 왔고 작년에는 연평도 상호 포격이라는 유래없는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한국 정부의 호전적 태도는 깡패 국가 미국마저도 수차례 경고할 정도로 위험한 수준입니다.

민주주의 축소 시도는 숱한 반발과 저항을 무릅쓴 방송법 개악으로 이어졌고 정부에 비판적인 프로그램과 연예인들까지도 방송에서 사라졌습니다.

경찰 억압 강화는 2009년 갈 곳 없는 철거민들을 살해한 용산 참사 사태와 같은 끔찍한 비극으로 이어졌습니다.

올해 초 세계를 뒤흔든 이집트에서의 혁명은 수십년간 이집트를 철권 통치했던 독재자 무바라크를 몰아내며 전 세계에 환희와 충격을 안긴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집트 재판정에서 이 이집트 혁명 참가자들을 차량통행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처벌한다고 판결한다면 이는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돌아볼수록 더욱 분명해지는 것입니다. 민주적인 사회, 안전한 밥상, 건강과 생명을 위한 병원, 0교시 없는 학교, 돈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는 대학, 평화로운 한반도, 해고와 차별에 시달리지 않는 일터와 같은 촛불운동의 대의는 완전히 옳은 것이며 이에 역주행하는 이명박 정부가 틀린 것입니다. 따라서 촛불의 대의를 위해 싸웠던 저는 분명히 무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