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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
문제는 군대 자체에 있다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으로 ‘기수열외’나 구타 같은 가혹한 해병대의 병영 문화가 새삼 비판 받고 있다. 〈한겨레〉는 말할 것도 없고 조중동 같은 보수언론도 해병대 병영 문화를 비판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마치 일반 병사들의 개인적 일탈이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느끼게 만들고 있다. 국방부가 내놓은 개선안도 가혹행위 3진 아웃제, 군기 강화 등 병사들에 대한 통제를 더 강화하는 것이다.

분명 이번에 드러난 억압적인 병영 문화는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정도 차이가 있을지언정 비단 해병대뿐만 아니라 모든 군에 억압적인 병영 문화가 있다. 특수부대와 행정병(소위 군대 내 ‘지옥’과 ‘천국’)을 모두 경험했던 나는 두 곳에서 모두 억압과 통제에 시달렸다.

그 책임이 병사 개인에게만 있다고 할 수 없다. 〈한겨레〉는 옳게도 국방부가 반인권적 행태를 묵인하고 방조하면서 사태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린다고 비판했다.

아무리 국방부가 배우 현빈을 앞세워 해병대를 미화해도 좋아서 군대 가는 남성은 없다. 남성들은 억지로 끌려가 ‘국방의 의무’를 다한다. 군대에서는 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을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 심지어 화장실 가는 것도 ‘보고’해야 한다. 선임과 후임의 차이는 기껏해야 내무실에서 누리는 보잘 것 없는 ‘자유’의 정도뿐이다.

별다른 목적 의식없이 강제로 해야 하는 노동은 병사들에게 ‘삽질’(헛일)로 여겨진다.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노동의 소외가 군대에서 좀더 극적인 형태로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인간관계를 왜곡한다. 흔히 병사들의 관계는 ‘전우애’로 포장되지만, 사실 ‘통제’와 ‘감시’가 더 일상적이다. 설령 그런 관계에 문제의식을 느낀다 해도 군대의 엄청난 통제 때문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 무력해지거나 순응하기 일쑤다. 나는 내 후임에 대한 상관의 부당한 대우에 항의했다가 징계를 당하기도 했다.

이런 일의 뿌리는 군대 자체에 있다. 엥겔스가 말했듯이, 군대는 지배계급의 지배를 위한 폭력적 수단 중 하나다. 지배자들이 그런 군대를 유지하려면 노동계급의 자녀들을 대규모로 동원해야 한다. 그래서 이데올로기적 정당화와 함께 통제와 억압은 군대 그 자체와 떼려야 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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