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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노동자와 함께한 ‘희망의 버스’ 체험기

지난 7월 8일부터 10일까지 나는 대학생다함께가 조직한 ‘유성기업 노동자와 함께하는 희망의 버스’에 참가했다. 8일 오후 학생들을 싣고 출발한 버스는 해가 어스름해질 무렵에 유성기업 아산공장에 도착했다.

너무나 당연한 노동자들의 요구에 직장폐쇄와 선별복귀 강요로 대응한 사측과 경찰의 폭력 강제 진압에 무너지지 말자는 결의의 구호가 우렁찼지만, 한편으론 노조 탈퇴와 선별복귀에 응한 조합원들이 생겨나고 있어 분위기가 조금은 무거웠다.

우리와 함께 갔던 고려대 문과대 김지윤 학생회장이 발언했다. 그는 “야간노동 철폐는 모든 노동자들의 바람이자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모든 대학생들의 바람입니다. 우리가 끝까지 연대한다면 유성 자본의 앞길에는 패배만이, 우리의 앞길에는 승리만이 남을 것입니다” 하고 말했다. 커다란 박수소리와 호응이 쏟아졌다. 나도 가슴이 벅찼다.

우리가 손수 쓴 메시지를 붙인 막대사탕을 나눠 드렸을 때 아이처럼 좋아하시던 노동자들의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집회가 끝나자 학생들은 조를 나눠 노동자들이 노숙 농성 중인 비닐하우스 네 곳으로 들어가 간담회를 시작했다. 유성투쟁의 현재 상황, 유성기업에서 생산되고 있는 부품과 생산 작업에 필요한 높은 숙련도, 유성 민주노조의 20여 년 역사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간담회를 마칠 때 즈음, 한 노동자가 “세상이 알면 알수록 비관적이지? 근데 어쩌겠어, 이게 현실인데”라고 말했다.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당당하게 싸우고 있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보고, 또 내가 그에 연대할 수 있는 힘이 있어 희망을 느꼈다. ‘유성의 투쟁은 세상에서 고통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나와 모두의 희망’이라고 답하는 내 목소리가 떨렸다.

다음 날 한진중공업을 향하는 버스에 유성 노동자들과 함께 올랐다. 우리는 한진으로 가는 희망의 버스 행진 대열에서도 유성기업 노동자들과 같이 걸었다.

이날 경찰의 차벽에 막히고 최루액 섞인 물대포에 막혀 김진숙 지도위원을 볼 수는 없었지만, 자본과 이명박 정부가 폭력과 강제 진압에 의존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1만여 명의 힘을 느꼈다.

나는 이번 일정에서, 지치고 흔들렸을지 모를 유성 노동자들에게 힘을 주고, 노조 지도부의 배신으로 어려움에 처한 한진의 투쟁을 위해 또 다른 작업장의 노동자들과 학생, 시민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뜻깊은 경험을 했다. 정말로 ‘연대가 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