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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파업 일기 (7월 11일 ~13일):
“경찰의 ‘경’자만 봐도 치가 떨린다”

 이 글은 유성기업 여성 대의원이 쓴 파업 일기다. 〈레프트21〉이 이 여성 노동자의 일기를 연재한다.

영동에 있는 자계 예술촌에서 2박3일 수련회를 했다 .

그동안 투쟁과 앞으로의 투쟁방향을 얘기하고 자유롭게 단합(?)대회를 했다.

비대위 분들은 ‘유성 투쟁이 얼마 남지 않았다’ 라며 희망적인 말을 해 주셨다. 충남노동인권센터에서 오신 방효훈 님의 교육이 끝난 후 그동안 쌓인 몸과 마음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기위한 자유 시간을 가졌다.

낚시를 하는 조합원들, 물놀이를 하는 조합원들, 밥을 하는 조합원들 …. 오랜만에 모든 조합원들의 입가에 미소가 끊이질 않았던 모습들 … .

신나고 설레여하는 그 모습을 볼 때 마음이 짠하기도 하고 내 입가에도 웃음이 절로 나오기도 했다.

둘째 날에는 아침부터 저녁 6시까지 자유 시간을 가졌다. 6시 이후부터는 법률교육이있었다. 영동 가대위 분들도 참석하셔서 같이 교육을 받았다.

교육이 끝난 후에 레크레이션도 했다. 둘씩 짝을 지어 마주보며 손을 잡고 율동을 했다. 처음으로 내 옆에 있는 조합원의 손을 잡아 보았던 것 같다.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하고 덥기도 해서 빨리 놓고 싶었는데, 하다 보니 따뜻한 손이 왠지 우리의 마음 같다고나 할까? 뭐라고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마주 잡은 그 손이 참 따뜻하고 항상 같이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레크레이션이 끝난 후에 삼겹살과 막걸리를 먹으며 옹기종기 모여 앉아 그날의 추억하나를 만들었다.

마지막 아산으로 올라오는 아침 일찍 식사를 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주변 정리, 청소를 하던 사람들, 버스에 오를 때엔 아쉬워 하는 모습들, 승리하면 다시 오자는 말들. 그 날을 생각하며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버스에 올랐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전화가 울렸다. 오후 4시에 있을 충남·대전·충북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대비해서 아침 11시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아산 경찰서에서 차를 빼라는 전화가 왔다. 수련회에서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날리고 기분 좋게 비닐하우스로 가려했는데 차에 올라서자마자 또다시 경찰들 때문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내 차 빼고 우리한테 뿌릴 살수차 가져다 대고 차벽으로 길을 막을 것을 생각하니 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목사님에게도 출석 요구

돌아와서 보니 역시나 경찰들이 집회를 대비해 아주 열심히도 길을 막고 있었고, 심지어 개인 차량을 세워서 트렁크 검사까지 하고 있었다. 혹시나 무기가 있을지 모른다며 차량을 검사하고 유성 관련 집회에 올 차와 사람 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짓을 하고 있었다.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그렇다고 집회를 안 할 우리가 아니기에 비닐하우스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집회 대오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 연대하러 온 많은 분들의 힘찬 함성과 박수를 받으며 집회에 참석했다. 말을 할 때마다 경찰들이 방송으로 이 집회는 불법이라고, 해산하라고, 채증이 되고 있으니 그만하라고, 얼토당토 안 되는 말로 집회를 방해했다.

그리고 집회 이후에 원래는 시국기도회가 있었다. 그래서 정문에 가서 간절하게 하나님께 기도 드리려 했는데 그것마저도 경찰 놈들은 안 된다고 했다. 심지어 정문에서 기도회를 했던 목사님들에게도 출석 요구서를 발부했다는 말을 들었다!

정말 어쩌자고 이렇게 막무가내로 지들 멋대로 하는 건지.

기도를 해도 불법이고, 출근을 하겠다고 하는 것도 불법이고, 밤에 잠 좀 자자는 것도 불법이면 도대체 이 나라의 법 중에 노동자들에게 불법이 아닌 것들은 뭔지가 궁금할 뿐이다.

사측은 지금도 3차 개별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측은 다 같이는 안 되고 개별만 된다는 말같지도 않는 말을 하고, 뻑하면 진정성을 운운하며 불성실하게 교섭하고, 경찰은 투쟁을 조여오는 상황에서 나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뭔가 끌어오르는 답답하고, 화나고, 어떤 말로도 표현 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

경찰의 경자만 봐도 치가 떨린다. 듣기 싫고 꼴도 보기 싫다.

우리의 정당성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좀더 같이 투쟁했으면 좋겠다 .

많은 음식들로 연대하는것도 좋고 감사하지만 지금 정말 필요한건 많은 연대 동지들이 함께 하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엄청난 힘을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은 동지들이 함께 할 수 있기를 정말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