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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마리’에서 배재훈 명동3구역 세입자대책위원장을 만나다:
“연대가 눈덩이처럼 커졌으면”

“자본이란 이름의/ 세계라는 이름의/ 정의라는 이름의/ 개발이란 이름의/ 세련된 너의 폭력/ 세련된 너의 착취/ 세련된 너의 전쟁/ 세련된 너의 파괴.”

7월 1일, 카페 ‘마리’에 가려고 을지로3가역 12번 출구로 나왔다. 루시드 폴의 노래 〈사람이었네〉의 한 구절, “개발이란 이름의 세련된 너의 파괴”라는 가사가 계속 귓가에 맴도는 기분이었다.

철거 반대 플래카드로 가득한 명동 3구역 입구
명동 3구역 철거 투쟁의 구심점이 된 카페 '마리'

용산 남일당에서, 홍대 두리반에서 끝난 줄 알았던 ‘개발’이란 이름의 ‘파괴’가 또 다시 되풀이되고 있다. 서울 한복판, 명동에서.

카페 '마리'에서 '단결'을 몸소 보여 주는 사람들
배재훈 위원장님(왼쪽)과의 대화

카페 ‘마리’에는 테이블과 의자 대신 은박 롤이 깔려 있다. 용역 깡패들이 강제로 집기들을 끄집어냈기 때문이다. 은박 롤에 옹기종기 앉아서 순박한 웃음이 친근한 배재훈 명동3구역 세입자대책위원회 위원장님과 대화를 나눴다.

간접 살인

‘도시 정비 사업’은 세입자들에게 미리 알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강행된다. 기업은행은 명동 3구역의 상가 서른 가구를 몰아내고 25층짜리 빌딩을 세울 예정이다. 재개발의 첫째 목적이 ‘이익 창출’이기 때문에 시공사는 제대로 된 보상을 해 줄 의지가 없다. 현재 보상금 산정 기준은 ‘4개월치 영업 손실액’이다.

“이건 간접 살인이고, 한 두달 살고 죽으라는 얘기에요. 자신의 형제·자매라고 생각하면 이런 식으로 내쫓겠어요? 재개발을 하더라도,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지는 않게 해야 할 거 아닙니까. 우리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게 아니예요. 비슷한 조건에서 장사만 하게 해 달라는 거예요. 생존권을 보장해 달란 말이에요.”

배재훈 위원장님은 23년 전에 명동에 왔다. 명동이 굉장히 좋은 상권이기 때문에 나름 장사가 잘 됐다. 그래서 ‘우리나라 살기 좋구나’라고 생각했고, 근처에서 시위가 벌어지면 ‘방해꾼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제가 이기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 덕분에 우리 사회가 이 정도나마 올 수 있었던 건데…. 기성인으로서 죄책감을 느낍니다. 이번 투쟁이 어렵긴 해도, 인생이 변하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연대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우리가 제대로 싸워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명동 3구역은 경찰 대신 용역 깡패가 순찰을 돌고 있다. 이미 두 차례 용역 깡패의 침탈이 있었고, 학생들과 시민들의 도움 덕분에 농성장인 카페 ‘마리’를 사수할 수 있었다. 서른 가구 중에 열아홉 가구는 경찰의 소환장과 용역 깡패의 협박에 못 이겨 말도 안되 게 적은 보상금을 받고 나갔다. 남은 열한 가구가 함께 카페 ‘마리’를 점거 중이다.

“영세 상인들은 보통 새벽 6시에 나와서 하루 종일 일하고, 밤 12시가 넘어서 들어가요. 그렇게 다들 바빠서 이웃 상인들과 얘기할 여유도 없었죠. 이번 투쟁을 통해 서로 알게 되고, 교류할 수 있게 돼서 좋습니다.”

눈덩이처럼 연대가 확산됐으면

힘드신 점은 무엇인지, 필요한 게 있다면 무엇인지 물었다.

이 투쟁이 장기화될 것 같기 때문에 연대하러 오는 사람들의 먹을거리가 가장 필요하다고 하셨다. 투쟁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도 염려하셨다.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진찰을 와 주고, 연대 단위들이 문화 공연을 해 주는 덕분에 견뎌내고 있다고 하셨다.

“우리나라에서 재개발이 진행 중인 곳이 1천5백 군데가 넘어요. 서울 한복판에 있는 우리도 이렇게 힘든데, 지방이나 변두리에 계신 분들은 얼마나 힘들겠어요.

“이건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불의와 정의’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약자들을 협박하기만 하는 경찰은 전혀 우리 편이 아니고, 중립도 아니예요.

“우리의 힘은 시민과 여론입니다. 우린 죄가 없기 때문에 당당해요. 전에는 권력 앞에 스스로 작고 약하다고 느꼈지만, 이제는 경찰을 봐도 담대해요. 구를수록 커지는 눈덩이처럼, 두리반에서, 여기 명동에서, 또 유성기업과, 한진, 강정 마을에서 우리의 힘이 점점 더 커지고 수출까지 됐으면 좋겠습니다!”

카페 벽면을 가득 메운 지지 메시지들
'맑시즘 블로그팀'이 남긴 지지 자보

카페 ‘마리’ 벽면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남기고 간 지지 메시지가 붙어 있었다.

카페 ‘마리’에 직접 찾아가고, 온라인 카페 ‘마리’(http://cafe.daum.net/mdmari)에도 찾아가서 힘을 보태자. 연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