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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밥 말리 : 원 러브〉 개봉을 계기로 살펴보는 밥 말리의 삶, 정치, 음악
김현진
497호
2024. 3. 19
영화 〈밥 말리 : 원 러브〉는 밥 말리를 형성한 정치와 환경에 대해 잘 보여 주지 못한다. 다행히 사운드 트랙이 관객에게 ‘구원의 노래’들이 될 것이다. 그러니 밥 말리와 그의 음악을 특히 좋아한다면 큰 기대 없이 대형 스크린으로 그의 재현을 즐기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이 글은 밥 말리의 삶과 사상, 음악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정치 상황까지 영화보…
서평
영화 〈가여운 것들〉의 원작 소설 《가여운 것들》
:
프랑켄슈타인의 급진적 재구성
김현진
495호
2024. 3. 6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2023)와 앨러스데어 그레이의 소설(1992)은 많이 다르다. 당연한 얘기지만 매체의 특성이 다르다. 대체로 글이 훨씬 더 복잡한 생각을 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영상보다 오히려 글이 더 잘 암시할 수 있는 뉘앙스도 있다. 글로 하는 예술 중에서도 소설이 간단치 않은 인물의 내면을 가장 잘 표현하는 편이다. 자본의 규모…
영화평
〈가여운 것들〉
:
가여운 탄생 대담한 여정
김현진
495호
2024. 3. 6
재능 있는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신작 〈가여운 것들〉이 개봉됐다. 주인공 벨라 백스터(엠마 스톤 분)는 자살한 임산부에게 태아의 뇌를 이식해 되살린 존재다. 외과의사 고드윈 백스터(윌렘 대포 분)가 성공시킨 실험체다. 벨라는 고드윈을 “갓”이라 (줄여) 부른다. 19세기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닮은 설정이지만, 이 여성은 그 ‘괴물’과 달리 사랑스러…
[영화평] 〈나의 올드 오크〉
:
용기, 연대, 저항을 북돋는 켄 로치 감독의 신작
지면
김현진
492호
2024. 1. 23
켄 로치 감독이 단짝 동료 폴 래버티(각본)와 함께 영화 〈나의 올드 오크〉로 돌아왔다. 거의 네 번째 은퇴작이다. 은퇴를 계속 번복하는 건, 식을 줄 모르는 예술적 열정과 정치적 끈기 덕분일 것이다. 〈나의 올드 오크〉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 〈미안해요, 리키〉와 함께 “잉글랜드 북동부 노동계급 3부작”이라 불린다. 〈나의 올드 오크〉의 배…
군대는 왜 폭력과 진실 은폐가 끊이지 않을까?
김현진
468호
2023. 8. 4
억압과 부패를 정상처럼 여기는 군 지휘부에게도 내세우는 나름의 논리가 있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우리 조국을 지키기 위해 군 기강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선택의 기회도 없이 끌려온 젊은 노동계급이 주로 소모품처럼 취급되는 걸까? 왜 그들도 학대와 부패의 사슬에서 그 일부가 될까? 그건 “다 옛날 얘기”고 “요즘 군대”는 확실히 달라…
드라마 〈D.P.〉 시즌2
:
학대와 폭력을 양산하는 국가를 법정에 세우다
김현진
468호
2023. 8. 4
팬데믹 기간 TV/OTT 드라마 시장이 한층 더 성장했다. “드라마 열풍”이란 말처럼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고 있다. 어떤 수준과 형태로든 (공상적/굴절되게라도)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를테면 큰 화제를 모은 드라마의 상당수는 탐욕스러운 부자·권력자·국가기구가 벌이는 부패·폭력·기만을 제법 잘 폭로했다. 아마 하루가 멀다 하고 그…
유아인 마약 투약 혐의 수사
:
마약과의 전쟁 정당화 위한 속죄양
김현진
451호
2023. 3. 10
경찰이 배우 유아인 씨를 상대로 마약류 투약 혐의 수사를 벌이고 있다. 언론은 그를 비난하는 기사들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마약과의 전쟁’은 윤석열이 내건 국정과제의 하나다. 법무부장관과 경찰청장도 따라 외치고 있다. 마약이 “국가적 리스크로 확산하기 전에”, “미래 세대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윤석열) “전쟁하듯 막으면 막을 수 있다.”(한동훈…
독자편지
자본주의와 축구
김현진
441호
2022. 11. 19
현대 축구는 산업혁명과 함께 영국에서 시작됐다. 1700년대 중반까지 영국인들은 대부분 농업 노동에 의존하는 전원생활을 했다. 근근이 생존하는 가혹한 삶을 버티는 데는 수많은 풍물 장터와 축제가 큰 힘이 됐다. 풀밭, 마당, 장터, 술자리 등은 평민들이 신체적인 유희들, 현대식으로 말해 춤, 달리기, 복싱, 레슬링, 크리켓, 축구 등을 하던 공간이었다.…
독자편지
카타르 월드컵
:
부패와 탄압을 가리려는 스포츠 워싱
김현진
441호
2022. 11. 19
카타르는 왕의 일가가 운영하는 독재국가다. 의회민주주의도 노동조합 활동도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 인구의 12퍼센트만 시민권이 있다. 동성애는 7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카타르의 지배자들이 월드컵을 위해 290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카타르 월드컵은 부패와 체불임금과 의문사와 억압의 월드컵이다. 많은 언론들이 “스포츠 워싱”이라…
독자편지
이태원 참사
: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이 드러났다
김현진
438호
2022. 11. 2
뒤바뀐 말들 이태원 참사 3일이 지난 11월 1일 오후부터 용산구청장 박희영,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 서울시장 오세훈, 경찰청장 윤희근, 국무총리 한덕수가 갑자기 줄줄이 유감을 표하며 다들 납작 엎드렸다. 행안부 장관 이상민은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도 아니었고 “경찰이나 소방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다고 …
독자편지
이태원 참사
: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에는 관심도 없었다
김현진
438호
2022. 10. 31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압사 참사가 일어났다. (31일 오전 현재) 사상자 287명, 사망자가 154명에 달한다. 2014년 304명이 숨진 세월호 이후 최대 참사다. 코로나 방역으로 사적모임 인원과 영업시간이 제한된 2021년 핼러윈 데이조차 금토일 3일 동안 17만 명이 이태원에 몰렸다. 토요일에만 8만 명이 모였다. 3년 만에 거리두…
서평 《아연 소년들》
:
아프가니스탄에서 실려 온 아연관
김현진
433호
2022. 9. 20
《아연 소년들》은 1989년 처음 출판됐다. 벨라루스의 여성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전쟁(1979~1989) 참전자, 전사자 가족의 이야기를 썼다. 픽션이 아닌 다큐 문학이다. 작가가 직접 아프간의 전장과 소련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기록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1979년 12월 소련의 권력자들이 아프…
발달장애 때문에 희생을 강요당해선 안 된다
김현진
427호
2022. 8. 6
오랫동안 자폐는 정신병의 한 종류로 여겨졌다. 1940년대 미국의 어린이정신과 의사 레오 카너는 자폐를 냉담하고 냉정한 부모(“냉장고형 엄마”)에 의해 야기된 희귀한 어린 시절 질병으로 봤다. 얼마 전까지도 의학계는 자폐를 노골적으로 혹은 은근히 부모 탓으로 돌리곤 했다. 현재 자폐는 초기 아동기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평생에 걸쳐 사회적 의사소통과 상호작…
드라마평
시의적절한 좋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김현진
427호
2022. 8. 6
자폐성 장애인이 주인공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먼저 나온 〈우리들의 블루스〉는 발달장애인이 직접 출연해 자신의 얘기를 전했다. 그가 주인공인 다큐멘터리 〈니얼굴〉도 화제였다. 100도씨 좋은 TV 드라마들이 종종 사회적 격랑에 앞서 나온다. 광주항쟁을 다룬 TV 드라마 〈모래시계〉(1995)가 나온 그해 …
독자편지
가정의 달을 맞아 생각해 본 아동 문제
김현진
415호
2022. 5. 5
5월을 “가정의 달”이라 부른다. 5월에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이 있다. 특히 올해는 어린이날 100주년이기도 하다. 가정의 달 어린이날에 생각한다 : 가정은 무정한 세상의 안식처인가? 가정 가정은 흔히 어린이를 먹이고, 재우고, 입히고, 사회화하고, 교육하고, 사랑하고, 돌보는 곳이다. 덕분에 자본가들은 아주 적은 비용으로 다음 세대의 노동력…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왜?
김현진
411호
2022. 4. 7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양봉업자들이 월동 중이던 꿀벌들을 깨우기 위해 벌통을 열었더니 벌통이 텅텅 비었다. 올 초부터 지금까지 국내 양봉 농가들에서 70억~100억 마리의 꿀벌들이 사라졌다. 꿀벌의 대규모 ‘집단 실종’은 2006년 미국에서 처음 보고됐고,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세계 전역에서 나타났다. 미국은 거의 매년 전체 꿀벌의 50…
“빵과 장미” 파업 승리 110년
:
로렌스 노동자들은 어떻게 싸워 이겼나
김현진
407호
2022. 3. 11
1912년 로렌스 섬유 노동자 파업은 미국 역사상 가장 커다란 영감을 준 파업 중 하나였다. 당시 로렌스에서 뉴욕주(州) 북부까지 펼쳐져 있던 섬유 공단은 때마침 첫 출항을 준비하던 초대형 여객선 타이타닉 호와 닮았다. 막대한 부와 최악의 빈곤이 나란히 존재했다. 이곳의 섬유 산업을 지배하던 기업은 ‘아메리칸 울른 컴퍼니’(AWC)였다. AWC 회장…
영화평 〈돈 룩 업〉
:
기후 파국을 암시하는 블랙 코미디
지면
김현진
400호
2022. 1. 4
미국의 풀뿌리 기후정의 단체 선라이즈 무브먼트는 영화 〈돈 룩 업〉을 “기후 위기에 대한 비유”라고 강력히 추천한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지구적 기후 비상사태에 있고 권력자들은 이기적이고 무능하다.” 애덤 매케이 감독은 기후 위기 영화를 만들려고 여러 해 동안 애썼지만 잘 안 풀렸다고 한다. 그러다 버니 샌더스의 대선 캠프에서 …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과 스포츠 선수들의 저항
김현진
398호
2021. 12. 21
2016년 7월 5일 루이지애나 경찰이 흑인 알톤 스털링을 살해하고 증거를 조작했다. 다음 날 미네소타 경찰이 흑인 필랜도 캐스틸을 살해했다. 차 안에 같이 있던 4세 여아가 절규하는 엄마를 위로했다. 7월 9일부터 WNBA(미국여자프로농구)의 여성 선수들이 두 흑인 남성의 이름을 넣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티셔츠…
드라마 평
〈콜린: 흑과 백의 인생〉
:
인종차별에 도전한 스포츠 선수를 다룬 매력적인 드라마
지면
김현진
398호
2021. 12. 21
넷플릭스 드라마 〈콜린: 흑과 백의 인생〉(이하 〈콜린〉)은 NFL(미국 프로 미식축구 리그)에서 저항의 아이콘이 된 콜린 캐퍼닉에 대한 다큐드라마다. 캐퍼닉 자신과 흑인 여성 영화감독 에이바 듀버네이가 함께 만들었다. 듀버네이는 〈셀마〉,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 등 미국의 인종차별과 그에 맞선 저항을 다룬 영화·드라마를 제작해 왔다. 최근에는 넷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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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연대〉 498호
2024.03.26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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