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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파묘〉
:
호러 영화의 정치성
김현진
499호
2024. 4. 2
〈파묘〉가 예술성으로 돋보이는 호러 영화는 아니다. 더 암시적이고 더 지적인 호러 영화들이 존재한다. “호러 장르는 주로 죽음이 주는 두려움과 죽음이 찾아오는 다양한 방식과 불시에 찾아오는 속성 등에 관심이 많다.” ― 《호러 영화 : 매혹과 저항의 역사》 따라서 ‘완전히 죽지 않은 자’가 불안을 일으킨다. ‘죽음/최후’라는 공식에 대항하는 이 존재들은…
최근 진보 영화의 흥행이 보여 주는 것
김현진
499호
2024. 4. 2
천만 관객 돌파 영화가 최근 3개월 2편이나 나왔다. 지난해 12월 말 〈서울의 봄〉과 올해 3월 말 〈파묘〉다. 각각 우파의 공인된 치부를 하나씩 다뤘다. 전자가 우파의 군부 독재가 연장되는 과정을 다뤘고 후자가 우파의 뿌리가 친일파임을 다시 생각나게 했다. 두 역사는 사실상 종결되지 않았다. 우파는 광주를 욕보이는 방식으로 과거(군부 독재)를 스스로…
영화평
〈댓글부대〉
:
권력의 여론 조작에 대한 영화적 고발
김민규
499호
2024. 4. 2
“모든 것을 의심하라.” 이 말은 데카르트의 명언으로 유명하지만, 마르크스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 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흔히 ‘진실’로 규정되는 것들에도 유효하다. 최근 개봉한 영화 〈댓글부대〉는 권력자들이 온라인 여론을 어떻게 조작하는지 흥미롭게 풀어낸다. 소설 《댓글 부대》: 현실에서 소설로, 다시 소설에서 현실로 영화는 장강명 …
영화평
〈밥 말리 : 원 러브〉
개봉을 계기로 살펴보는 밥 말리의 삶, 정치, 음악
김현진
497호
2024. 3. 19
영화 〈밥 말리 : 원 러브〉는 밥 말리를 형성한 정치와 환경에 대해 잘 보여 주지 못한다. 다행히 사운드 트랙이 관객에게 ‘구원의 노래’들이 될 것이다. 그러니 밥 말리와 그의 음악을 특히 좋아한다면 큰 기대 없이 대형 스크린으로 그의 재현을 즐기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이 글은 밥 말리의 삶과 사상, 음악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정치 상황까지 영화보…
영화평
〈로기완〉
:
탈북민 로기완을 통해 본 난민 신청자의 힘겨운 삶
지면
김어진
496호
2024. 3. 12
영화 〈로기완〉(3월 1일 넷플릭스 공개)은 벨기에의 탈북 난민 신청자 로기완의 실화다. 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영화화했다. 로기완은 어머니와 함께 북한을 탈출해 중국 연길에서 힙겹게 살아간다. 어머니는 공안 단속을 피하다 교통사고로 죽는다. 어머니는 기완 삼촌에게 자신의 시신을 팔라고 하고 그 돈으로 기완을 타국으로 떠나게 한다. …
영화평
〈가여운 것들〉
:
가여운 탄생 대담한 여정
김현진
495호
2024. 3. 6
재능 있는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신작 〈가여운 것들〉이 개봉됐다. 주인공 벨라 백스터(엠마 스톤 분)는 자살한 임산부에게 태아의 뇌를 이식해 되살린 존재다. 외과의사 고드윈 백스터(윌렘 대포 분)가 성공시킨 실험체다. 벨라는 고드윈을 “갓”이라 (줄여) 부른다. 19세기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닮은 설정이지만, 이 여성은 그 ‘괴물’과 달리 사랑스러…
[영화평]
〈나의 올드 오크〉
:
용기, 연대, 저항을 북돋는 켄 로치 감독의 신작
지면
김현진
492호
2024. 1. 23
켄 로치 감독이 단짝 동료 폴 래버티(각본)와 함께 영화 〈나의 올드 오크〉로 돌아왔다. 거의 네 번째 은퇴작이다. 은퇴를 계속 번복하는 건, 식을 줄 모르는 예술적 열정과 정치적 끈기 덕분일 것이다. 〈나의 올드 오크〉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 〈미안해요, 리키〉와 함께 “잉글랜드 북동부 노동계급 3부작”이라 불린다. 〈나의 올드 오크〉의 배…
드라마
〈마스크걸〉
:
외모지상주의와 인간 소외를 신랄하게 보여 주다
지면
이지원
474호
2023. 9. 15
8월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이 인기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 부문(비영어) 1위에 오르는 등 전 세계적 화제작이다. 드라마 〈마스크걸〉은 여성을 외모로 평가하는 이 사회가 어떻게 한 여성과 그 주변인의 삶을 끔찍하게 파괴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외모지상주의 드라마의 전반…
영화평
〈오펜하이머〉
(크리스토퍼 놀란, 2023)
:
흥미롭지만 핵 논쟁의 중요한 맥락이 생략돼 있다
지면
이재혁
470호
2023. 8. 18
영화 〈오펜하이머〉는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던 물리학자 오펜하이머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 영화다. 오펜하이머는 ‘핵폭탄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러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참상을 알게 된 이후 그는 핵무기 개발과 확산에 반대했다. 이 영화는 핵폭탄 개발을 향한 야심과 열정이 핵폭탄에 대한 두려움과 반감으로 바뀌어 가는 오펜하이머의 심리 변화…
영화평
〈다음 소희〉
:
그 다음의 소희가 없기를 바라며
박한솔
450호
2023. 2. 13
2017년 특성화고 3학년 고(故) 홍수연 학생이 ‘현장실습’을 명분으로 콜센터에서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다음 소희〉는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나는 콜센터 노동자이다. 이 영화는 콜센터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를 꽤나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다. 영화는 춤을 좋아하는 건강한 소희(김시은 분)의 영혼이 콜센터 일을 하며 어떻게 파괴되는지 과장…
영화평
〈피노키오〉
(기예르모 델 토로, 2022)
:
반전
·
반파시즘의 메시지가 담긴 판타지 애니메이션
이재혁
450호
2023. 2. 1
반전·반파시즘의 메시지를 담은 판타지 영화들을 만들어 온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새 영화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이탈리아 동화 《피노키오》를 재해석한 애니메이션 영화다. 델 토로의 걸작 〈판의 미로〉는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통치하던 스페인이 배경이다. 〈피노키오〉의 배경은 파시스트인 베니토 무솔리니가 통치하는 이탈리아다. 1920년대 이탈리아를…
영화평
서부 전선 이상 없다
(2022 리메이크)
:
제1차세계대전에 대한 통렬한 고발장
지면
로디 슬로라크
439호
2022. 11. 4
반전(反戰) 소설의 고전 《서부 전선 이상 없다》를 새로 각색한 이 영화는 산업화된 전쟁의 참상을 온전히 보여 준다. 영화는 한 젊은 병사의 죽음과 함께 시작된다. 이 병사의 피투성이 군복은 수선해 재사용하려고 전선에서 후방으로 보내진 군복 무더기에 더해진다. 이 장면은 애국주의 열기에 휩싸인 채 전쟁 기계에 총알받이로 동원된 한 무리 젊은이들의 장면…
영화평
〈그대가 조국〉
:
조국의 억울함이 그의 정치를 미화하지 못한다
지면
김문성
428호
2022. 8. 9
올해 독립영화 중에서 가장 크게 흥행한 작품은 다큐멘터리 영화인 ‘그대가 조국’이었다. 흔치 않게 무려 30만 명이 봤다고 한다. 이 영화는 제목처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들이 만든 것이고, 다른 수많은 지지자들을 위로하는 영화다. 이 영화는 조국 논란과 사건에 대한 전체적 성격 규정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공기살인〉
영화평
:
영화로 보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양선경
414호
2022. 4. 26
정말 반가운 영화가 나왔다. ‘안방의 세월호’라 불리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다룬 〈공기살인〉(감독 조용선)이다. 영화 〈터널〉의 원작 작가이기도 한 소재원 작가의 소설 《균》을 영화화했다고 한다. 영화는 개봉 첫 주 주말 한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배우들의 명품 연기는 영화의 메시지를 더욱 잘 전달한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영화평
〈미싱타는 여자들〉
:
알려지지 않은 여성 노동 투사들의 이야기
오선희
403호
2022. 2. 8
영화는 탁 트인 초원에서 알록달록한 색의 옷을 입은 중년 여성 셋이 미싱을 돌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숙희, 신순애, 임미경 세 여성은 천에 서로의 이름을 미싱으로 박아 주며 정답게 대화한다. 40년 전 어릴 때 이렇게 쾌적한 환경에서 일했으면 너무 좋았겠다고 이야기하며 웃는다. 이분들은 10대 때부터 평화시장에서 미싱사로 일했다. 좁고 먼지로 가득…
영화평
〈돈 룩 업〉
:
기후 파국을 암시하는 블랙 코미디
지면
김현진
400호
2022. 1. 4
미국의 풀뿌리 기후정의 단체 선라이즈 무브먼트는 영화 〈돈 룩 업〉을 “기후 위기에 대한 비유”라고 강력히 추천한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지구적 기후 비상사태에 있고 권력자들은 이기적이고 무능하다.” 애덤 매케이 감독은 기후 위기 영화를 만들려고 여러 해 동안 애썼지만 잘 안 풀렸다고 한다. 그러다 버니 샌더스의 대선 캠프에서 …
드라마 평
〈콜린: 흑과 백의 인생〉
:
인종차별에 도전한 스포츠 선수를 다룬 매력적인 드라마
지면
김현진
398호
2021. 12. 21
넷플릭스 드라마 〈콜린: 흑과 백의 인생〉(이하 〈콜린〉)은 NFL(미국 프로 미식축구 리그)에서 저항의 아이콘이 된 콜린 캐퍼닉에 대한 다큐드라마다. 캐퍼닉 자신과 흑인 여성 영화감독 에이바 듀버네이가 함께 만들었다. 듀버네이는 〈셀마〉,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 등 미국의 인종차별과 그에 맞선 저항을 다룬 영화·드라마를 제작해 왔다. 최근에는 넷플…
영화평
대학생이 본
〈태일이〉
:
전태일의 치열한 삶과 희생이 남긴 희망의 메시지
지면
김태양
393호
2021. 11. 16
오는 12월 1일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가 개봉한다. 나는 지난 11일 시사회에 참석해 이 영화를 일찍 볼 수 있었다. 어렸을 때 종종 가던 도서관의 어린이 코너에는 최호철 작가의 만화 《태일이》가 꽂혀 있었다. 만화 《태일이》는 전태일의 곤궁한 어린 시절부터 분신까지, 그의 굴곡진 삶 전체를 그린 작품이었다. 오래 전에 읽어서 자세한 내용까진 …
드라마평
〈오징어 게임〉
:
자본주의 게임
김현진
386호
2021. 9. 28
하나, 미국 IT업계를 선도하는 팡(FAANG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에서 N을 담당하는 넷플릭스는 아시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한류”를 활용하려는 듯 보였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미국과 남미 시장까지 통한 듯하다. 둘, 이미 진행 중이었으나 팬데믹으로 (연극과) 영화의 자원이 인터넷 TV로 더 많이 이동한 것 같다. 두 …
드라마
〈D.P.〉
:
폭력과 학대를 배양하는 군대
지면
김현진
384호
2021. 9. 7
넷플릭스의 6부작 드라마 〈D.P.〉가 화제다. 많은 사람들이 폭발적인 공감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반갑고 좋은 일이다. D.P.는 탈영병 추적(Deserter Pursuit)을 말한다. 탈영병 추적과 체포를 전담하는 군사경찰(헌병) 소속 병사들을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공동으로 극본을 쓴 김보통 작가는 실제 D.P.병으로 복무했었다. 그의 웹툰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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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연대〉 502호
2024.04.23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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