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본 관객이 9백만 명을 넘었다. 며칠 전 영화평을 써보겠다고 다짐했을 때만 해도 8백만이었다. 그새 백만 명이 더 영화를 봤다. 광주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를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다니 좋은 일이다. 광주항쟁처럼, 억압받는 이들이 지배자들에게 도전한 역사는 많은 이들이 알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과거의 광주항쟁 관련 영화들이 매번 이 정도로 흥행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의 민중은 불의에 분노해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감옥에 보내버려 사기가 높다. 지난 겨울과 봄 사이 촛불 운동의 승리에서 얻은 자신감이 꺾이지 않은 상태에서, 운동의 부수적 결과로 탄생한 자유주의 정권은 광주항쟁의 정신을 헌법에 새기겠다고 한다.
이전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살인마 전두환의 정치적 후손들이 정치 권력을 쥐고 기세등등했으며 전두환을 감옥에서 빼내 줬다. 밝혀야 할 것들은 은폐했고, 책임 있는 자들의 진정한 사과는커녕 뻔뻔한 거짓말들이 죽은 사람을 또 한 번 죽였다. 그래서 이 시절의 영화는 우울하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광주항쟁 관련 영화 중 상대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본 영화인
그런데 이번
발터 벤야민은 동화에서 주인공이 “그 후로도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하며 끝나는 것은 치유적 효과를 낸다고 말한 적 있다. 주인공의 결말이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1980년 5월 국가권력에 의해 고립된 광주가 군사적으로는 패배했을지라도, 역사의 대의에 헌신한 평범한 이들의 투쟁은 더 넓은 시공간의 맥락에서 승리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이전의 “광주” 영화들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다.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를 잇는 촛불 투쟁의 승리에서 얻은 자신감, 우리의 투쟁이 옳았다는 확신을 가진 관객들은 이런 점에 호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들은 세월호의 진실, 성과연봉제 철회, 비정규직 철폐, 적폐 청산, 나라다운 나라 등 결코 만만치 않은 요구를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걸림돌인 정권의 즉각적 퇴진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물론 이 요구 중 제대로 실현된 것은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 즉 체제의 문제와 연결된 탓이다. 싸울 것이 앞으로 많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들의 투쟁이 옳았다고 믿고, 그 근본적인 물음에도 도전할 생각이 있어 보인다. 평범한 사람이지만 역사를 바꿔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광주’를 다룬 옛 영화들은 진실, 정의, 역사의 대의에 헌신하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일이고 광주항쟁은 패배했다고 은연중에 함의한다. 이와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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