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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혁신”이 가리키는 방향은 어디인가?

전면 혁신을 천명한 노동당 당대회가 8월 27일 열린다.

애초 당대회에 제출될 혁신 내용은 당명에서 “노동”을 빼는 것(“평등당”), 강령에서 반(反) 자본주의 지향성을 누그러뜨리는 것, 사회운동 단체들과의 조직적 연계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조직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었다.

즉, 옛 사회당계가 추진하는 노동당 혁신 방향은 당명―강령―당헌(조직 구조) 변경이라는 세트 메뉴처럼 구성돼 있었다.

ⓒ출처 노동당

당명 변경 철회

이 가운데 당 내에서 가장 입장 차이가 첨예했던 당명 변경 안건은 당 대표단이 자진 철회했다.

당 대표단은 당명 변경 추진 이유를 6월에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당이라는 당명이 … 정규직 대공장 중심의 노동운동과 북한의 ‘조선노동당’의 이미지로부터 자유롭지 않[고] … 확장성에서 가지는 제한[이 있다.]”

노동당 같은 비교적 대중적인 진보 정당 지도부가 내놓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설명이다.

노동운동과 좌파는 35년에 걸친 지난한 투쟁 속에서 우파의 왜곡과 탄압을 이겨내고 “노동”이란 단어의 시민권을 획득해 왔다.

또한 좌파라면 북한 같은 가짜 ‘사회주의’가 감히 ‘노동’을 참칭하고 우파가 이를 빌미로 남한 노동자 운동을 북한 추종 세력으로 왜곡하는 것을 비판·폭로해 사회주의 운동과 노동자 운동의 대의를 옹호해야 마땅하다.

또, 현재의 세계경제 위기가 본질적으로 자본주의 때문이라는 점, 자본주의를 폐지하는 데서 노동계급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점, 한국의 현실 운동에서 (운동 건설과 유리된 교수들의) 담론과 달리 조직 노동자들의 비중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당명 변경 계획이 중단된 것은 잘된 일이다.

옛 사회당계를 지지하는 조직 노동자 당원들도 당명에서 “노동”을 빼는 것에 반대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노동당의 지방의원들도 노동자 밀집지구인 울산과 경남 거제에 집중돼 있다.

당원의 3분의 1이 응답한 설문조사에서 근소한 차로 당명 변경 반대가 많았던 것도 이런 정황과 관계있는 듯하다.

물론 내년 지방선거 전에 당명 변경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노동당명 폐기를 추진하는 노동당원들은 노동당 당명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게 선거에서 불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명 변경 안건을 철회한 이후 공지된 안건 해설에서도 “당명에서도 노조 기반 정당의 이미지보다는 다양한 사회운동들을 포괄하고 대표하는 정당으로서의 성격이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좌파적 개혁주의

당명 변경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나머지 안을 통한 “혁신” 시도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우선, 사회운동정당론은 정의당보다 더 좌파적인 성격을 유지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정의당 지도부는 이른바 “책임 정치”(의회와 대의제도에 책임 짐)를 강조하고 운동과 정치를 결합시키는 것에 큰 열의를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노동당이 “‘사회운동의 정당화’, 또는 ‘정당운동의 형태로 추진되는 사회운동’”을 강조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좌파성을 나타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사회운동정당론은 노동당이 조직 노동계급을 핵심 기반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본다. 즉, 노동자 운동은 여러 사회운동들의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강령 변경으로 반자본주의적 계급 정치와 거리를 두려는 한편, 비노동계급적 사회운동들과의 접점을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 폐지가 목표라면 이론상, 또 방법상 계급 문제(변혁의 주체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계급 정치에서 한 발 물러서는 것은 자본주의 폐지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당대회에 제출된 강령 변경안도 그 핵심은 반(反)자본주의 지향성을 누그러뜨리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강령에서는 “노동당은 위기의 시대를 넘어설 사회주의 대전환을 위해 탄생했다” 등의 문구가 소제목으로 강조돼 있었던 반면, 개정안에서는 이 소제목이 “사회적·생태적 전환”으로 바뀌었다.(‘사회주의’ 문구는 본문 속으로 갔다.) “아래로부터 민중권력을 건설하는 정당”이라는 표현도 빠졌다.

새로 쓴 결론 단락을 포함해 글 전반에는 “신자유주의 종식”이 강조돼 있다. 반신자유주의 강조는 옛 사회당계가 주장해 온 신자유주의 불안정 노동체제론과 관계있을 것이다.

이 입장은 조직 노동계급 운동의 중심적 구실을 배격하고 신자유주의 피해 대중의 동등한 연대를 주장한다. 노동당 당대회 준비위원회도 당대회 혁신안 해설에서 앞으로 주목할 사회운동으로 “기본소득”, “금융 사회화”, “불안정 노동자” 등을 지목했다.

따라서 이번 당대회를 관통하는 노동당 혁신 방향은 ‘좌파적(이지만) 개혁주의’의 성격을 더 분명하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