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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듣고 싶어, 하고 싶어”
시간강사 대량해고와 강의 수 축소 항의 집회 열려

ⓒ고은이

“수업, 듣고 싶어, 하고 싶어” 하고 적힌 다양한 색의 풍선을 든 사람들이 청계광장 소라탑 근처에 모였다.

8월 개정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이 벌이는 시간강사 대량해고와 개설 강의 수 축소에 항의해, 강사들과 학생들이 모인 것이다.

3월 23일 ‘강사제도 개선과 대학연구교육 공공성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강사공대위)가 주최한 ‘강사 구조조정 저지와 학습권 보장 결의대회’에는 약 200명이 참가해 각자의 사정을 공유하고 투쟁 의지를 다졌다.

적립금을 수백억 원씩 쌓아 놓고도 학교 1년 예산의 1퍼센트 남짓 더 쓰는 게 아까워 시간강사를 대거 해고하고 개설 강의 수를 줄이는 대학들, 그런 대학들의 행태를 수수방관하는 정부에 대한 규탄과 촉구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한데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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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 추위로 상당히 쌀쌀한 날씨였는데도 참가자들은 오랜 시간 연설을 경청했다.

“수업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고 듣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대학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고 수업을 없애는 대학들은 자해공갈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강태경 대학원생노조 수석부지부장)

“수업이 줄어서, 대학생들은 수강신청을 위해 마우스를 클릭하는 검지 손가락에 미래를 맡겨야 하는 실정이다. 사립대의 적립금이 8조 원 가까이 된다. 이 와중에 ‘돈 없다’는 우는 소리하며 시간 강사를 공격하는 것은 거짓일 뿐이다. 노동·여성·약자·평화를 위한다며 ‘촛불 정부’ 운운하던 문재인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박혜신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활동가)

“사립대학들 하는 꼴이 한유총이랑 똑같다.”(고근형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 위원장)

“설문조사에 참여한 학생 733명 중 90퍼센트가 강의의 양적·질적 하락으로 인한 수업권의 침해를 호소했다. 그런데도 무책임하고 냉담하게 대응하는 학교 측의 태도에 할 말을 잃었다.”(박여찬 연세대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

“학교 측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시간강사를 줄인다고 한다. 그러나 개정 강사법 시행으로 필요한 추가 예산은 최대 10억 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중앙대는 지난 10년간 건물을 짓는 데 2500억 원을 사용했다. 그 과정에서 두산건설과의 계약으로 300억 원을 더 지출했다. 학교 측이 돈이 없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이찬민 중앙대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

“대학을 가면 토론과 소통이 있는 공부를 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온라인 강의가 늘고 있다. 모니터 보며 공부하려고 비싼 등록금 내면서 대학 온 게 아니다.”(김보경 경희대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

“고려대에서는 방학 때부터 학교 측에 항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4월 10일에는 집회가 예정돼 있다.”(이진우 고려대학교 부총학생회장)

집회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연사는 김어진 해직 강사였다. 김어진 강사는 9년차 시간강사로 이번 학기에 경기대에서 해고됐다. 그는 비슷한 처지의 강사들과 함께 ‘분노의 강사들’을 결성해서 복직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그의 애끓는 발언에 집회 참가자들의 코끝도 시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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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잉여인간이 아니다.(환호) 일회용품도 아니다.

“시간강사의 강의가 전임교원보다 질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러면 그동안 왜 우리에게 강의의 절반을 맡긴 것이냐.

“강의하며 학생들의 머리 옆에 공감의 느낌표가 켜지는 것을 보는 게 좋았다. 강의를 하고 싶다.

“대학들은 기업이 아니다. 악덕기업들이다.

“정부는 불구경만 하고 있지 말라.”

그밖에도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조배숙 민주평화당 국회의원이 참석해 응원했다.

1시간 30분이 훌쩍 넘는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청와대 앞으로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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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 정리 집회 사회를 맡은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전유진 강사의 당찬 연설은 해고된 강사들과 강의 수 축소로 고통받는 학생들의 마음을 잘 대변했다.

“강사법이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졌다지만 강사들은 의구심이 있다. 투쟁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정권이 바뀌었을 때 기대를 많이 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다. 낮은 시급으로 근근이 살아 온 강사들이 해고됐다. 우리의 분노는 일시적이어서는 안 된다. 오늘 집회는 끝이 아니고 시작이어야 한다. 끝까지 함께해 주기를 바란다. 투쟁!”

시간강사 신규 채용이 시행되는 5~6월, 또다시 시간강사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있으리라는 걱정이 많다. 해고, 교육의 질 하락에 항의해 싸우는 시간강사와 학생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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