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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남아 있는 장기 투쟁 사업장, 세종호텔노조 투쟁에 연대를

5월 23일 세종호텔노조 집중 집회 2백여 명이 차도 일부와 인도를 메웠다 ⓒ이미진

5월 23일 서울 명동 세종호텔 앞에 투쟁과 연대의 인파가 넘쳤다. 200여 명이 차도 일부와 인도를 메웠다. 세종호텔노조 9년 투쟁 동안 가장 큰 연대 집회였다. 세종호텔노조 조합원들은 연대에 감격하며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세종호텔은 여전히 남아 있는 장기 투쟁 사업장이다. 노동운동 일각에는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동안 장기 투쟁 사업장 문제가 다 풀렸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세종호텔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 그래서 세종호텔노조 조합원들은 지금도 장기 투쟁 중이다.

세종호텔노조는 조합원이 십수 명인 소수 노조다. 다수 노조는 매우 온건한 지도부가 주도하는 연합노조다. 연합노조 지도부는 세종호텔노조에 적대적이다. 사측은 이를 이용해 노동자들을 이간시킨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노조 파괴 수단으로 악용돼 온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 제도를 문재인 정부는 개혁할 생각이 없다.

작은 노조가 만만치 않은 재력과 권력 배경을 가진 세종호텔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 투쟁이 9년을 끈 까닭이다. 오랫동안 고착돼 온 세력 관계를 흔들기 위해 세종호텔노조는 두 가지 지렛대를 사용하고 있다. (1) 정치적 조건을 활용해 사측을 압박하기, (2) 연대를 확대하기.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의 여파로 세종호텔 회장 주명건의 뒷배들이 코너에 몰렸다. 주명건의 사돈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사법 농단 사건으로 구속됐다. 주명건의 사위 박성준 판사는 이명박 재판의 주심 판사인데, 저널리스트 주진우는 이 자를 “A급 사법농단 판사”라고 불렀다.

주명건이 열렬하게 지지했던 이명박도 구속됐다 얼마 전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명박 정부 때 외교부 장관을 지내고 현재 세종대학교 이사장으로 있는 유명환도 사법 농단 사건에 연루됐음이 폭로됐다. 유명환이 김앤장 고문으로 있으면서 일제 강제 징용 배상 재판 지연을 로비 했던 것이다.

세종호텔노조는 이런 정치적 조건을 활용해 투쟁을 이어 갔다. 지난해 하반기에 사법 적폐 청산운동에 참가해 임종헌 구속을 촉구했다.

사측이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다는 조짐들이 나타났다. 올해 1월 사측은 세종호텔노조 조합원들을 압박하기 위해 만든 부서(퍼블릭관리 파트; 로비와 화장실 청소)를 전격 폐지했다. 서울고용노동청이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해 문제 없다고 결정한 바 있는데도 사측이 알아서 폐지한 것이다.

바로 이런 정치적 맥락 속에서 두 번째 지렛대가 세종호텔을 흔들기 시작했다. 서비스연맹을 중심으로 연대가 늘어났다.

서비스연맹은 최근 성장하는 노조다. 그래서 신생 노조들도 많다. 이제 막 운동에 참가하기 시작한 그 노동자들의 눈에 세종호텔노조의 장기 투쟁이 들어 왔다. 그 노동자들은 세종호텔노조의 연대 호소에 흔쾌히 반응했다. 5월 23일 집회에 다양한 서비스연맹 가맹 노조들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세종호텔노조가 나눠 준 유인물을 꼼꼼하게 읽었다.

그 덕분에 세종호텔노조는 중요한 전기(轉機)를 맞이하고 있다. 오랫동안 고군분투해 온 세종호텔 조합원들과 이 투쟁에 연대해 온 좌파는 이런 상황 변화를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다.

연대 확산 덕분에 중요한 전기를 맞고 있는 세종호텔노조 투쟁 ⓒ이미진

6월 5일 노사 면담 예정

6월 5일 노동조합과 사측의 면담이 예정돼 있다. 노동조합이 호텔 앞 천막 농성에 들어 가고 연대 투쟁이 확대될 기미가 보이자, 사측이 면담을 약속했다.

지금 사측은 교육부의 세종대학교 종합감사에 대응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세종대학교 내부에서도 유명 통신사 회장 딸의 교수 임용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고·강제전보 철회! 노동탄압·비정규직 없는 세종호텔 만들기 공동투쟁본부’(세종공투본)는 5월 30일 청와대 앞에서 교육부가 세종대학교 비리를 철저히 감사할 것과 세종호텔노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 기자회견에는 주명건 회장과 가깝게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KT 회장 황창규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는 KT 전국민주동지회도 참가해 연대 발언을 하기로 했다.

사측이 6월 5일을 ‘차 한 잔 마시는 자리’로 만들지 못하도록 더 강하게 사측을 압박해야 할 때다.

5월 30일 민주노총의 문화연대(투쟁 문화제)와 6월 4일 세종공투본 집중 집회에 많이 참가하자.

세종공투본 집중 집회

- 일시: 2019년 6월 4일(화) 오후 7시

- 장소: 세종호텔 앞

- 주최: 해고·강제전보 철회! 노동탄압·비정규직 없는 세종호텔 만들기 공동투쟁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