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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또 공안 사건 조작 시도:
사찰과 밀정 짓은 자본주의 보안경찰의 본성이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국가정보원이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 폭로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4년부터 5년 동안 정보원에게 매월 수백만 원씩, 1억여 원을 지급하며 민간인 수십 명을 사찰했다. 사찰 대상은 과거 김 씨와 같은 학생 운동 조직에 있었던 사람들로 현재 민주노총 간부, 진보 정당 간부, 지역 사회단체 활동가, 변호사, 노무사 등이라고 한다. 김 씨를 매수한 팀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 등을 구속한 ‘RO 사건’을 담당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이들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에는 ‘RO 잔당을 일망타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오물 덩어리 간판을 바꿔 달아도 폭압기구로서의 국정원 본질은 바뀐 적이 없다 ⓒ사진공동취재단

국정원은 서울대 단과대 학생회장으로 한총련 대의원 출신인 김 씨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자 그를 매수해 ‘프락치’ 활동을 시켰다. 국정원은 매달 200만 원을 기본급으로 지급하고, 진술을 하면 50만 원, 진보 단체에서 간부로 승격하거나 핵심 자료를 제출하면 최대 300만 원씩 성과급을 줬다.

국정원은 녹음과 동영상 촬영 등을 지시했고 활동가와 함께 살 집을 얻어 주고 카메라를 설치해 동태를 파악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이번 “사업”이 마무리되면 “RO 사건” 제보자에게 준 10억여 원과 유사한 금액을 줄 수 있다고 그를 회유했고, 녹음 장비를 건넬 때도 “RO 사건”에서 사용한 제품이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고 한다.

김 씨는 2017년 문재인 정권이 바뀌었어도 활동 내용에서는 차이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문재인 정부가 말한 국정원 개혁이 얼마나 속 빈 강정이었는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국정원이 이명박근혜 정부가 저지른 부패 비리의 몸통 일부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정원을 향한 대중의 분노와 불신은 크게 높아졌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대선 개입, 세월호 여론 조작 시도, 비리 자금 전달 등에 국정원을 이용했다.

문재인은 국정원 개혁이라며 요란하게 국내 정보 수집 부서를 폐지했지만 ‘공안’ 관련 직무는 유지했다. 국내 정보 수집과 사찰의 근거는 그대로 둔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보안을 이유로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이번에 국정원이 김 씨를 회유하고 심지어 유흥업소를 들락거릴 때 쓴 돈의 출처가 특수활동비로 추정된다. 국정원이 “우리는 김대중·노무현 때도 버텼다”면서 “정권이 바뀌어도 상관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 괜한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정권 바뀌어도 상관없다”

실제로 김대중은 안기부의 명칭을 국가정보원으로 바꾸면서 개혁을 약속했지만 당시 지하철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국회의원들, 김대중의 측근들까지 1800여 명을 도청했다. 노무현 정부 하에서는 송두율 교수를 간첩으로 몰았다.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이 건국 이후 최고위급 거물 간첩 운운하며 날뛰었다.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사찰이 폭로되며 그 부산물로 전임 노무현 정부의 노동자 투쟁 동향 사찰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였던 문재인은 노무현 정부가 한 것은 이명박과 달리 경찰을 통한 합법 사찰이라는 식으로 변명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국정원이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것은 그 기구가 체제 수호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 국가 기구이기 때문이다. 특히, 선출되지 않은 수사·정보 기관들이 자본과 체제를 지키는 일을 직접적인 자기 임무로 삼는다. 여기에는 노동계급의 저항으로부터 자본을 보호하는 일도 포함된다. 검찰과 경찰, 국정원 등이 이런 업무를 전담하는 대표적인 폭압 기구다. 선진 민주주의 나라들에도 비슷한 기관과 업무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경우에는 자국의 제국주의적 이익을 위해 활동무대가 더 넓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들 기관들은 어떤 형태로든 체제에 도전을 하는 세력과 운동에 대해서 감시하고 탄압하는 구실을 한다. 이런 활동들을 뒷받침해 주는 국가보안법은 비슷한 목적의 다른 수단이다.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 국정원만 개혁하는 안이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다.

민중당과 정의당은 이번 사찰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정당하게 요구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국정원이 근래에 몸을 낮춰 개혁 시늉이라도 했던 것은 박근혜 퇴진 운동 여파 덕분이었다. 계급 세력 균형이 중요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민주주의 문제에서도 전혀 일관되지 않고 오히려 퇴보적임이 드러났다. 노동운동은 문재인 정부에 정치적으로 독립해 그에 맞서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