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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동자대회 전야 청년·학생 연대 문화제:
청년·학생이 모여 문재인 정부의 노동개악을 규탄하고 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다

서울 신촌에서 좌파적 청년·학생들이 모여 문재인 정부의 노동개악 추진을 규탄하고 노학연대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한수진

11월 8일 저녁 서울 2호선 신촌역 번화가에서 ‘문재인 정부 노동개악 규탄! 투쟁하는 노동자 지지! 전국노동자대회 전야 청년·학생 연대 문화제’가 열렸다. 청년·학생, 노동자 등 100여 명이 참가했다.

신촌역을 오가는 젊은 청년들이 주변에 서서 집회를 유심히 보거나, 발언을 듣고 참가하기도 했다. 신촌 거리에 구조물을 설치하던 노동자들은 일을 하며 구호를 같이 외쳤다.

이날 집회는 진보·좌파 청년 학생 단체와 동아리 16개 단체가 공동주최했다.[1] 대학 내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대학생모임들이 참가한 게 인상적이었다. 또, 조국 사태에서 민주당을 방어한 정의당 지도부를 비판해 온 정의당 내 청년·학생 모임들의 참가도 눈에 띄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 이랜드노동조합 등 노동조합들은 청년·학생들의 집회가 잘 치러질 수 있도록 물품과 재정 지원으로 후원했다.

집회는 시작 전부터 청년·학생들과 노동자 간 연대감이 흠뻑 느껴졌다. 학생들은 노동자 투쟁에 연대했던 자신들의 경험을 서로 어울려 이야기 나눴다. 그리고 그간 연대해 온 노동자들이 집회장에 오자 너도나도 노동자들을 환영하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톨게이트 노동자,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받고 있다 ⓒ전국 노동자대회 전야 청년·학생 연대 문화제 기획단

노학연대의 필요성

이런 분위기는 집회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투쟁을 소개하며 연대를 호소했다. 청년·학생들은 문재인 정부의 악랄한 노동정책이 왜 청년들의 고달픈 삶과도 연결되는지, 왜 노동개악에 반대해야 하는지 조목조목 발언했다.

넉 달 넘게 파업을 이어오고 있는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일진 다이아몬드 홍재준 지회장은 노동조합을 만들어 싸우며 바뀌어 온 노동자들의 의식과 심정을 말했다.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에는] 강제로 연장근무, 주말근무 군소리 없이 해야 했고, 내가 하던 일이 아닌 일도 해야 했습니다.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유해물질이 나오는 사업장인데, 그래도 회사가 지급하는 마스크 하나면 안전하겠다 생각했습니다. 시급이 올라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이 1~2년 흘러도 ‘내년엔 회사가 잘 되면 좀 챙겨 주겠지’ 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배만 불러갔습니다.

“노동조합이 생기고 알았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우리 회사 50개 공정 중 45개가 작업중지 됐습니다. 공장 자체가 목숨을 담보로 한 작업장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을] 소모품처럼 쓰다 버리는 사측에 분노를 금치 못합니다. …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왜 투쟁하는지,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을 없애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미래의 노동자와 현재의 노동자가 함께 고민합시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보며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배웠다고 말한 학생도 있었다. 화물연대 노동자 투쟁에 연대해 온 고려대학교 작은자유 도현 학생이다. “’왜 우리는 끝없는 취업경쟁에 내몰려야 할까’, ‘고용위기, 일자리 위기, 언제부터 사회는 위기에 이토록 익숙해졌을까’. 저희는 사회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점차 좁아지는 취업 문턱, 산업재해 소식,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일자리, 단결하기 힘든 현실. 실제로 현실을 바꾸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보며 배울 수 있었습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조합 위원장은 노동자들이 받는 차별을 생생히 폭로했다. 특히 정부가 부추기는 내국인·외국인 분열을 꼬집으며 단결의 필요성을 말했다.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 변경을 자유롭게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강제로 일하고,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합니다.

“우리는 차별받지 않으며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임금을 인상하기 위해, 정부의 잘못된 정책들을 폐지시키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 제도를 실시하게 하기 위해 투쟁할 것입니다. 청년·학생들도 지지해 주십시오.”

문재인 정부의 위선을 생생히 폭로한 노동자, 학생들의 발언은 큰 호응을 받았다.

고 김용균 노동자가 일하던 일터에서 일하는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이준석(한국발전기술지부 태안화력지회) 지회장은 투쟁 일정으로 집회에 참가하지 못하게 돼 대신 편지를 보내 왔다. “특조위 권고안에 따르면, 연료·환경·운전[직종의 노동자들]은 과거 한국전력이 운영하던 때처럼 직접고용이 돼야 하고, 노무비 역시 삭감 없이 지급돼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아무런 대답이 없습니다. 정부는 특조위 권고안이 나오면 수용하겠다 하고 약속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약속을 이행하기는커녕 본인들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꼼수만 부리고, 내년 총선에만 신경 씁니다.

“거대 정부와 싸우는 노동자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과 삭감 없는 노무비 지급이 우리, 그리고 미래에 우리와 함께 일할 청년 노동자들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 하는 마음으로 투쟁하고 있습니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 연대해 온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강미령 회원은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특조위 권고를 무시하는 동안 … 태안 화력 발전에서 김용균씨와 같은 사고로 하청 노동자가 중상을 입는 사고가 또 있었습니다.

“건설 현장, 제지 공장에서 연이어 20대 청년 사망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런 청년들에게 공정성을 말하던 정부와 민주당의 실체가 무엇이었습니까! 바로 조국이었습니다. 월말이면 돈이 부족해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고 방세를 내는 날이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대다수 청년·학생들의 마음을 조국 자녀가 알기나 하겠습니까.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며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조국의 자녀와 우리의 기회가 정말 평등했습니까. 특권층의 자녀들이 대학도 직장도 모두 ‘프리패스’를 할 때 청년 김용균은 이력서를 가지고 여러 직장을 전전하다 비정규직인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리고 꽃다운 나이에 산재로 사망했습니다.

“그러면서 20대의 정부 지지율이 하락하자 20대 청년의 보수화 탓을 했습니다. 조국 사태로 드러난 계급 불평등에 분노한 학생·청년들이 항의하자 우리를 비난했습니다. 우리가 변한 것이 아닙니다. 말만 하고 배신을 거듭해 온 문재인 정부의 탓입니다.”

대학 내에서 투쟁하고 있는 청소 노동자와 이에 연대하는 학생들의 활동도 고무적이었다.

박진국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홍익대 분회장은 몇 년 전 시급 830원 인상을 요구하며 투쟁했다는 이유로 학교 당국에 고소고발을 당하고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열악한 노동자들이 조건 향상을 위해 농성 투쟁을 한 것이 불법이라는 고약한 판결이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노사관계법 개악 시도와도 연결돼 있다.

박진국 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1월 1일부터 전과자가 됐습니다. 시급을 830원 올려 달라고 호소하자 학교가 나를 전과자로 만들었습니다.

“저희 집은 저도 비정규직이고 부인도 비정규직이고 아들도 비정규직입니다. 우리 집안은 비정규직 집안입니다. 고작 830원 올려 달라고 했다고 학교는 수많은 죄목으로 고소고발을 했습니다.

“노동탄압이고, 홍익대학교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연대하는 단체인 모닥불 학생들과 함께 법원에 제출할 탄원서를 받았습니다. 1200장을 받았고, 오는 21일 2심 재판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여러 청년·학생과 싸우며 유죄가 무죄로 바뀌는 그날까지 싸우겠습니다!”

홍익대학교 노동자와 학생들이 함께하는 ‘모닥불’ 운영위원 김지은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모닥불이 청소·경비 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는 것은 학생들의 안전과 교육환경을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청소·경비 노동자 수가 감소하고, 노동강도가 높아질수록 학생 안전과 교육환경은 더욱 안 좋아집니다.

“돈만 밝히는 학교 당국에 맞서 학생과 노동자는 함께 싸워야 할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화가 나는 일은 문재인 정부가 노동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저임금을 개악하려 합니다. 점거 투쟁 금지와 단체협약 기간 연장으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제약하려 합니다.”

주최측은 투쟁하고 있는 톨게이트 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 1주기를 맞아 투쟁을 시작하는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지지 메시지를 집회 참가자와 신촌을 오가는 청년·학생들에게 받았다.

정부 여당과 한국당 등 여야는 정치 공방을 벌이면서도 노동자 공격에는 한통속이다. 청년·학생 문화제는 조국 딸 특혜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정치 공방 속에서 대변되지 않았던 청년세대의 계급적 분노를 대변한다는 데서 의미가 있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노동자 투쟁을 지지하고, 노학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청년들의 불만과 분노를 좌파적으로 대변하는 일도 중요하다.

앞으로도 이런 과제들에서 좌파적 학생 단체들이 공동의 활동 경험도 발전시켜 나가길 기대한다.



[1] 경희대학교 자치교지 고황 / 고려대 청소·주차·경비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대책위원회 / 구로노동자조사그룹 /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 미대의 외침 / 돌곶이포럼 / 민주적 사회주의자 /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 / 숙명여대 노동자와 연대하는 만 명의 눈송이: 만년설 / 전국학생행진 / 전남대학교 용봉교지 / 정의당 서울시당 학생위원회 /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모멘텀 / 한양대학교 노학연대그룹 자리매김 / 홍익대학교 노동자와 학생들이 함께하는 ‘모닥불’ (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