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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을위하여’(‘더불어시민당’):
비례‘연합’당? 아니, 비례‘민주’당이다

3월 17일 민주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가자환경당, 가자평화인권당, 시민을위하여가 선거 연합 협약을 맺었다. ⓒ출처 더불어민주당

“민주당 꼭두각시 비례정당,” “민주당이 좌지우지할 비례연합당”.

우파 야당 미래통합당의 논평 제목이 아니다. 〈한겨레〉에 실린 민주당발 비례연합당 관련 온라인 기사(3월 17일치)의 제목이다.

민주당이 제아무리 포장해도 민주당이 비례정당 탄생을 주도하고 있다. 참여 정당, 비례 후보 순번 배치, 국회의원 파견 등 전권을 행사한다.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비례정당의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 참여 정당 기준은 “정부를 통해서 정책을 실현하는 데 합의할 수 있는 정당들”이다.

▲ 비례 후보 순번은 10번부터 7석 이상은 민주당 차지다.

▲ 정당 득표 기호를 앞 번호로 올리기 위해 불출마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비례정당에 꿔 준다.

〈경향신문〉도 사실상 비례민주당이라고 비판했다. “유럽의 연합정당이 모델이라는 설명과는 달리, 사실상 ‘비례민주당’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이 재야 원로들이 주도하는 ‘정치개혁연합’이 아니라 친문 세력이 주도하는 ‘시민을위하여’를 비례정당으로 최종 택함으로써 이 점은 더더욱 분명해졌다.

비록 노골적인 민주당 정치인들은 아니어도 오랜 세월 민주당을 엄호해 온 범민주 재야 원로들이 정치개혁연합을 이끈다. 그래서 정치개혁연합도 민주당 위장 비례정당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정치개혁연합이 자신의 목줄을 풀까 봐 신경을 곤두세웠다. 정치개혁연합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독자적인 정치 활동을 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터에 미래통합당의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모(母) 정당을 배신하고 상투에 올라앉는 모습에 민주당은 화들짝 놀랐다. 미래한국당이 비례 공천을 발표하던 날 민주당은 재빠르게 ‘시민을위하여’를 위성 비례정당으로 간택했다. 정치개혁연합보다 통제가 더 쉽다고 판단한 것이다. ‘시민을위하여’는 친문·친조국 성향의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가 주축이다. ‘시민을위하여’는 선거 후 해산해 각자의 당으로 돌아가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악어의 눈물

이제 민주당은 이름마저 생소한 소수 정당들 —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가자환경당, 평화인권당 — 과 선거연합 협약을 맺었다. 이 중 기본소득당은 노동당 탈당 인사들이 만든 당이다. 기본소득당은 민주당과의 ‘연합’에 거부감을 가진 노동당에서는 이룰 수 없던 꿈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 그러나 노심초사하던 원내 진출의 정치적 대가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원외 소수 정당만을 취사선택한 민주당의 들러리가 됐다는 점이다. 기본소득당의 정치적 독립성은 위태로운 지경에 있다.

3월 18일 ‘시민을위하여’는 이 4개 원외 정당 외에 참여 의사를 밝힌 녹색당과 미래당과는 추가 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민중당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녹색당과 민중당은 애초 정치개혁연합에 참여할 계획이었다. 녹색당은 18일 오후 기존 입장을 바꿔 비례정당 불참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미 녹색당의 스타일은 크게 구겨졌다.

그 전날 민주당의 윤호중은 녹색당과 민중당을 원치 않음을 노골적으로 말했다. “이념 문제라든가 성소수자 문제라든가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정당과 연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한다.”

“이념 문제”는 민중당을, “성소수자 문제”는 트랜스젠더 인권 운동가를 비례후보 순번(6번)에 배정한 녹색당을 겨냥한 것이다. 민주당이 좌익인 민중당을 거북해하는 것은 꽤 된 일이다. 2012년 통합진보당이 당내 경선 부정 논란을 겪다 분당한 이래 쭈욱 그랬다. 그런데 이번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거부감도 드러낸 것이다. ‘인권’이니 ‘사회적 약자 배려’니 떠들어대던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얼마나 위선자들인지 잘 보여 준다.

민주당이 ‘소수 정당이 대변하는 다양한 가치에 의석 보장’ 운운하는 것은 악어의 눈물일 뿐이다. 민주당은 진보 정당들로 가는 표를 하나라도 더 빼앗으려고 헐떡댄다.

그만큼 민주당의 선거 패배 위기 의식이 크다. 미래통합당이 헛발질을 연발하는 바람에 그 반사이익이 얼마나 될지는 불확정적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 창당을 핑계 삼아 자신들의 비례정당은 “정당방위”라고 궤변을 늘어 놨다. 미래통합당의 성소수자 혐오에 대해 득표에 도움이 안 되는 성소수자 배제로 맞서자는 민주당의 입장이 과연 누구의 입장에서 “정당방위”라는 말인가. 진보 염원 대중이 보기에 두 당은 ‘누가 덜(또는 더) 나쁘냐’를 놓고 다투는 것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정의당이 녹색당의 애초 비례 정당 합류 결정을 “매우 아쉽고 유감”스럽다고 지적한 것은 적절했다. 부분적으로 정의당의 비판 덕분에 녹색당이 비례민주당에 불참하기로 번복한 것은 사필귀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