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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생물학자 롭 월러스 강연④:
코로나 기원은 야생? 연구실?

다음은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이 ‘스코틀랜드 맑시즘2020’ 행사의 일환으로 11월 29일 개최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롭 월러스가 발제하고 질문에 답한 내용 중 일부를 번역한 것이다.

여기서 마지막 질문,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답하기 쉬운 질문은 아닌데, 부분적으로는 지난 11개월을 거치면서 주류 과학계는 ‘이제는 의문이 모두 해소됐다’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체제가 고장난 게 아니라 원래 이렇게 만들어진 것” 미국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대 ⓒ출처 Peg Hunter(플리커)

주류 과학계의 입장은 야생 박쥐를 숙주로 삼던 바이러스가 종간 장벽을 넘어 인간에게 전파됐다는 것인데(‘야생 기원설’) 저도 가설로서는 그런 생각에 동의합니다.

처음에는 우한의 야생동물 시장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내 다른 관점이 더 우세해졌습니다. 모든 정황을 고려했을 때 사스2[코로나19]는 이미 수년 전부터 종간 장벽을 넘어 인간에게 전염됐고 다만 우한에서 사람 간 감염이 가능하도록 변이했다는 것입니다. 유전적 연구를 보면 이미 수년 전부터 사람에 감염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 볼까요?

2002년에 사스1이 처음 터졌을 때 수집된 중국 남부와 중부의 박쥐 샘플들은 온갖 종류의 균주가 그곳에 돌고 있음을 보여 줬습니다. 그 후 우리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온갖 균주가 사람들 사이에 상당히 퍼졌습니다. 떠올려 보십시오. 그후 20년 동안 3번의 사스 사태가 있었습니다. 사스1, 메르스, 사스2[코로나19]입니다.

이런 것을 고려하면 사스2는 유행할 조건이 이미 갖춰져 있었고 어쩌면 이미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일찍부터 전파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코로나21, 코로나22가 오고 있을 가능성도 큽니다. 왜냐하면 종간 장벽을 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째서 그런 내용은 간과됐을까요?

중국에서 마오쩌둥 이후 시대에 경제를 자유화하면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농촌에서 도시로의 이주가 있었습니다. 농민들이 도시로 건너가 노동자가 된 동시에, 농촌 지역들이 농민 농업에서 산업적 농업으로 전환됐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아는 전통적 의미의 산업적 농업이 들어섰고, 다른 한편으로는 야생 식량 시장(사향고양이, 박쥐 등)도 산업화했습니다.

이 두 부문에 돈을 댄 것은 근본에서 같은 세력입니다. 따라서 야생동물 시장을 규제하고 산업적 농경이 필요하다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는데 둘 다 생태계에 가하는 충격이 똑같기 때문입니다. 둘 다 중국 중부와 남부의 야생지역을 침범하고 있고,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유행이 야기된 것과 비슷하게 박쥐와의 접촉면을 넓혀서 종간 감염 가능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모든 정황을 고려했을 때 코로나19라 불리는 사스2 바이러스는 인간의 면역계와 오랫동안 씨름해 온 숱한 코로나바이러스의 하나로 다만 인간 면역계를 돌파하는 데 성공한 것일 뿐입니다.

물론 이런 기원설 말고 좀더 섬뜩한 가설이 있습니다. 바로 실험실에서 코로나19가 생겼다는 가설입니다.

이 가설은 불행히도 트럼프가 자신의 실수를 덮고 중국을 비난하려고 내세우는 가설이기도 합니다.

실험실 기원설 중에는 얼토당토않은 것들이 많습니다. 바이러스가 2019 우한 세계 군인체육대회에서 [CIA에 의해] 퍼졌다거나, 실험실에서 만들어져 고의로 유출됐다는 얘기 등은 유전자 분석을 해 보면 사실이 아님을 금방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의 10년 동안 이루어진 연구들이 보여 주는 바가 있습니다. [2001년] 9·11 공격 이후, 그리고 21세기 들어 유명세를 탄 첫 바이러스인 H5N1 유행[2003~2004년] 이후 생물안전 3~4등급 실험실들이 지난 10여 년 동안 세계 도처에서 우후죽순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이 실험실들은 생물학적으로 아주 위험한 물질을 다룹니다.

그런데 많은 수의 실험실이 언제나 최상의 규제를 받는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실험실 사고의 발생 확률이 낮다 해도 실험실이 늘어나면 가능성은 필연성으로 전환되기 마련입니다.

2013년 프린스턴 대학교의 연구진은 실험실 신설 현황을 발표했고, 또 주류 과학자들 중에서도 이런 실험실들의 위험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이들이 나왔습니다. 하버드대학교의 마크 립시츠, 예일대학교의 앨리슨 갈바니 등이 그런 예입니다. 이런 추세 때문에 종간 장벽을 넘어 감염이 일어날 확률이 커졌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여전히 야생 기원설을 더 지지합니다만 조너선 레이섬이 제기하는 실험실 기원설은 검토할 가치가 있습니다. 조너선의 가설은 [박쥐를 숙주로 삼던] 사스2가 중국 윈난성의 광산에서 박쥐 배설물[을 치우던] 광원 6명을 감염시켰고, 그 샘플이 우한의 실험실로 옮겨졌는데 거기에서 유출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레이섬은 그 광원 6명에 대한 임상 보고서를 제시합니다.

저는 3월에 코로나에 감염됐었는데 그 보고서를 읽으면서 제가 겪은 것과 비슷한 증상을 발견할 수 있었고, 직감적으로 2012년 윈난성 그 동굴에서 뭔가 벌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가설이 다 옳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주류 과학계와 많은 나라의 정부들에게는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조사를 덮을 이데올로기적 동기가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어떻게 생겨났고 부상했는지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지금 벌어지는 상황에만 신경 쓰자면서 주의를 돌릴 동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사태는 구조적인 것과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바이러스의 기원을 조사하는 것은 중요하고 솔직히 말해 저는 아직 조사가 충분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야생 기원설이든 실험실 기원설이든 똑같은 문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농축산업의 실태, 야생 지역을 침범하는 문제, 공장형 생산, 더 많은 사람을 죽일 균주를 사실상 선별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려 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논리와 단절한 농축산업

사회자: 마지막으로 고든의 질문을 읽어 드리겠습니다. “사회주의 사회에서라면 어떻게 대처할까요?”

롭 월러스: 훌륭한 질문입니다. 이런 위기를 방지할 대책은 분명 있습니다. 현실적 문제인 동시에 아주 거대한 담론이기도 합니다.

실천적으로는 농축산업을 다시 자연 방식, 공장형 생산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동식물은 생명을 가진 유기체입니다. 동물을 산업화하면 그들 사이에서 도는 병원체도 산업화하는 셈이 되고 병원체의 독성을 키우게 됩니다.

반면 우리가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농축산업을 운영한다면 병원체들의 확산을 막을 면역학적 방화벽이 생기게 됩니다. 또 동물들을 기르는 현장에서 번식할 수 있게 한다면 전염병으로 타격을 입은 축사에서 실제로 필요한 면역력을 기를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생태계의 자연선택을 재확립해 이용하고 그럼으로써 우리의 생태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도시와 농촌 사이의 신진대사 균열을 치유하는 것은 생태적 과제인 동시에 정치적 과제입니다. 그런 만큼 도시와 농촌 사람들이 서로 투쟁에 연대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도시와 농촌의 건강, 안녕은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농부들에게 다시금 자율권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기업의 요구에 따라 단일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농부들이 무엇을 기를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개별 농가뿐 아니라 지역적 수준에서 그럴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사실상 농축산업이 자본주의 체제와 단절해야 함을 뜻합니다. 만약 현재의 농축산업이 낳는 피해를 농축산업 기업들의 회계장부에 포함시킨다면 어느 기업 하나 남아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비효율을 정치적으로 방어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체제입니다. 이것은 정치적인 문제이지 단지 농축산업 행정상의 문제가 아닙니다.

핵심은 도시와 농촌 사람들의 건강, 안녕 문제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이해하는 국가가 농부들의 자율성을 뒷받침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국가는 그저 주식시장의 들러리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끔찍한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이 체제가 낳는 위험을 깨닫고 변화를 관철시킬 필요를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전 세계의 노동하는 사람들(단지 공장이나 캠퍼스에서 일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농민들, 전 세계의 원주민 등)이 서로의 투쟁을 결합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컨대 병원체가 이번처럼 부상하는 것을 막을 아주 현실적인 방법들이 있습니다. 또한 백신을 제대로 개발하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모두 공급할 현실적인 방법도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러려면 사람을 단지 노동력으로, 자연을 단지 생산수단으로만 여기는 그런 허황된 세계가 아니라 실제 지구에 발을 딛고 있는 새로운 세계를 건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