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돈 룩 업〉:
기후 파국을 암시하는 블랙 코미디
〈노동자 연대〉 구독
미국의 풀뿌리 기후정의 단체 선라이즈 무브먼트는 영화
애덤 매케이 감독은 기후 위기 영화를 만들려고 여러 해 동안 애썼지만 잘 안 풀렸다고 한다. 그러다 버니 샌더스의 대선 캠프에서 일하는 좌파 언론인한테 기후 위기를 혜성 충돌에 빗대는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고 한다.
애덤 매케이는 자신의 전작들
혜성은 6개월 뒤 지구에 충돌할 것이고 거대한 쓰나미와 지진을 일으킬 것이다. 그 위력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의 10억 배에 달한다. 거의 모든 생물이 멸종될 거라는 뜻이다.
백악관에 호출된 이 과학자들이 상황을 설명하지만, 비서실장이자 대통령의 아들
결국, 백악관 권력자들은 임박한 “멸망 수준의 사건”을 “잠재적” 중대 사건으로 치부하고 그저 “가만히 있으라” 그리고 “지켜보자”고 결론 낸다. 거기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가슴에다 똑똑히 새겼다”는 영혼 없는 거짓말까지 전부 낯설지 않다. 기시감이 들 정도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 동안 각국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과 지난 2년 동안 보여 준 팬데믹 대응이 모두 저렇게 거짓말과 무능함, 이윤과 잇속에 눈먼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현실이 영화나 코미디를 앞지른 것이다. 그래서 팬데믹이 진행돼 현실에서 정부가 영화보다 더 파렴치하고 무능하게 굴수록 애덤 매케이와 제작진은 대본을 점점 더 신랄하게 고치면서 영화를 찍어야 했다.
거짓과 무능
백악관에서 퇴짜 맞은 과학자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미디어를 찾아간다. 그러나
다행인지, 섹스 스캔들로 중간 선거에서 불리해진 백악관이 혜성 충돌을 애국적이고 영웅적인 이벤트로 몰아가려 한다. “나사
그러나 어떤 것도 안심할 수 없을 만큼 이들은 절대적으로 구제불능이다.
“차세대 첨단기술”이라는 허풍을 떨며 역겨운 위선의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빅테크 기업은 혜성을 지구로 가져와 희토류를 비롯해 “거의 17경 원
영화만큼 현실의 빅테크 기업들도 탐욕스럽고 추악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고귀한’ 첨단기술에 필요한 희토류, 코발트, 리튬 등을 거의 대부분 가난한 나라에서 파괴적으로 채굴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처럼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들이 하루 4달러만 받고 12시간씩 맨손으로 파내는 코발트가 전 세계 공급량의 70퍼센트를 차지한다. 휘황한 “4차 산업혁명”의 실체는 이처럼 거의 플랜테이션 수준의 착취와 환경 파괴에 기반해 있다.
2020년 한 해 확인된 숫자만 227명이 채굴과 벌목 등에 반대하다가 살해당했다. 그런데도 광물 채굴과 석유·가스 추출에 맞선 필사적인 저항들이 지구 전체에서 증가하고 있다.
해독제
다만, 아쉽게도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우리가 재앙만 경험한 건 아니다. 이것은 특히 미국에서 맞는 말이다. 팬데믹, 기후 위기, 극우의 부상은 끔찍했지만, 중요한 대중운동들이 성장해 놀라운 잠재력을 과시했다. 독과 해독제 둘 다 있는 것이다.
팬데믹이 시작되고 6개월 동안 미국에서 현장 노동자들의 살쾡이파업
2021년에도 비공인 파업이 트렌드라고 할 만큼 유행했다. 미국 노동자들은 임금과 노동조건, 코로나 관련 보호 조치와 개인 부담 비용 등의 문제로 싸웠고, 종종 파업 파괴 대체근무자들을 저지하기 위해 피케팅까지 벌였다.
기후 위기의 위험도 고통도 갈수록 커질 것이다. 그러나 6개월 뒤 찾아올 혜성 충돌보다는 훨씬 느린 종말일 것이다. 지구를 구하려면 반드시 가장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권력을 쥐고 이윤만 좇아 멸망으로 치닫는 자본가들, 정부들에 맞서 싸우려면 우리에게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은 크고 강력한 대중운동과 세상을 움직이는 노동자들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