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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미국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 말라
제재 동참은 동아시아 정세도 더 긴장케 할 것

이 기사가 발행된 지 얼마 후, 문재인 정부는 실제로 미국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겠다고 발표했다.

2월 23일 청와대가 미국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 전날 새벽(한국 시각)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남부 돈바스 지방에 병력 투입 명령을 내렸고, 다음 날 새벽(한국 시각) 미국은 러시아 국채 거래 금지, 러시아 주요 은행 2곳과의 거래 금지,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과의 무역 금지 등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과 일본도 제재에 동참했다.

더불어 미국은 ‘노르트스트림2’* 가동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고, 대(對)러시아 교역 추가 제재도 시사했다. 여기에 에너지·반도체 교역 금지가 포함되리라는 관측이 많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이에 동참할지를 검토하는 듯하다.

앞서 2월 12일 외교부 장관 정의용이 미국 국무장관 블링컨을 만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맞선 신속하고 효과적인 공동 대응”에 뜻을 모은 바 있다. 미국은 한국에 제재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3일 청와대는 “미국 등 각국의 대응이 어찌 될지에 따라 우리 대응도 조정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 당장 제재 조처를 내리지는 않으나, 이후 상황에 따라 태도를 달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파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지금 당장 제재에 동참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윤석열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들어 “힘을 통한 평화” 추구, “한미 전략동맹 강화”를 내세우기도 했다.

물론, 한국이 제재에 참여한다 해도 그 경제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러시아를 상대로 벌이는 동유럽 쟁탈전에서 한국이 미국을 편든다는 정치적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위협은 제국주의적 행동으로, 동유럽 지배권 쟁탈전에서 미국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다. 푸틴이 내세운 “평화 유지”가 명분일 뿐임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미국을 편드는 것이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이런 첨예한 긴장을 조성한 당사자다.

소련 붕괴 이후 미국·서유럽은 미국 주도의 군사 동맹 나토에 동유럽 국가들을 가입시키는 등 동유럽으로 영향권을 넓히며 러시아를 압박해 왔다.

이번 위기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불가입 보장을 요구하며 촉발된 것이지만, 미국도 러시아를 상대로 치킨 게임을 벌이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바이든은 러시아의 침공 위험을 부풀리며 푸틴을 부추기는 위험한 방식으로 심리전을 벌이고 있다.

제재는 긴장을 키우는 데 일조할 것이다. 미국이 “경제 제재로 러시아의 군자금을 끊겠다”(바이든)고 발표한 지 하루 만인 24일, 푸틴은 러시아군에 우크라이나 동남부에서 군사 작전을 벌이겠다고 선포했다.

대러 제재 동참은 동아시아 정세도 더 긴장케 할 것

미국은 동유럽에서뿐 아니라 동아시아에서도 긴장을 키우는 당사자다. 우크라이나에서 고조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긴장은 동아시아 불안정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현재 미국의 핵심 경쟁 상대인 중국은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러시아를 지지하고 있다. 2월 4일 중국은 러시아와 대규모 에너지 수입 거래를 맺었고, 2월 19일 뮌헨안보회담에서 중국 외교부장 왕이는 “자국 안보에 대한 러시아의 합리적 우려를 유럽이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대만 등을 둘러싸고 자신이 미국과 벌이는 갈등을 의식하며 이런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한미일 3국 동맹을 굳건히 해 공동의 도전에 맞서 협력”(블링컨-정의용 회담)하겠다며 대러 제재에 동참하는 것은, 미·중 갈등에 한발 더 깊숙이 관여하는 위험한 일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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