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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친미 외교 노선

윤석열의 대선 승리 이후 한국 정부의 대외 정책은 어떻게 될까? 대선 기간 내내 윤석열이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맹공격해 왔기에, 이에 대한 관심이 크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에 소홀했고 중국과 북한에 굴종했다고 비난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한미동맹 강화를 중심으로 외교·안보 문제를 확실히 챙기겠다고 했다.

그는 중국에 대한 대중의 편견을 자극하고, 주한 중국 대사와의 공개 논쟁도 불사하는 등 자신의 친미적 지향을 분명히 보여 줬다.

그동안 미·중 갈등은 한국 지배계급에 상당한 딜레마와 압력이 돼 왔다. 그래서 한미동맹을 우선한다는 대전제에는 큰 이견이 없지만, 구체적인 외교·안보 현안들을 놓고 그들 간에 불협화음이 생기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에 소홀하고 중국에 저자세였다는 우파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문재인은 집권하자 바로 사드(THAAD) 배치를 받아들였고, 바이든이 주도한 ‘민주주의 정상회담’에도 참석했다.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보면, 문재인은 대만 문제에서 분명히 미국 편을 들었고 신기술과 공급망 문제 등에서도 대미 협력을 약속했다.

그러나 윤석열을 비롯한 우파들은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미·중 갈등이 날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이제는 더 확실하게 바이든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협력하고 한·미(·일) 동맹을 강화해 미국 중심의 기존 국제 질서 안에서 한국의 서열을 높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사드 추가 배치

문재인 정부는 미국에 협력해 사드의 성주 배치를 밀어붙였지만, 중국과의 마찰을 줄이려고 이른바 3불 정책을 표방했다. 사드를 추가로 배치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 동맹도 없다는 것이었다. 모두 한·중 관계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들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미국 MD에 협력했고, 한·일 갈등 와중에도 한·일 지소미아를 유지하는 등 한·미·일 군사 협력을 지속했다.

그런데 윤석열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려 한다. 그는 3불 정책을 아예 폐기하고, 사드를 수도권에 추가 배치하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대선 후보 티브이 토론회에서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응하겠다는 명분으로 미국 MD 참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석열은 종전선언 반대, 대북 선제 타격론, 대규모 한미 야외 실기동 훈련 재개 등 강경한 입장을 밝혀 왔다. 지난해 12월 DMZ를 찾은 윤석열 ⓒ출처 국민의힘

동북아에서 미국의 MD는 일본과의 긴밀한 협력 속에 추진돼 왔다. 따라서 사드 추가 배치 등 한국의 MD 참여는 결국 한·일 군사 협력 증대를 수반한 한·미·일 동맹 강화를 의미한다. 또한 중국·러시아·북한 등 주변국들을 자극해 불안정을 키우고, 군비 경쟁이 악화되는 데 일조하는 선택이다.

윤석열은 한·일 관계 개선도 강조하는데, 이는 미국의 요청에 화답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달 바이든 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내면서 한·미·일 협력 강화를 위해 한·일 관계 개선에 관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쿼드

팬데믹과 미·중 갈등은 세계화 속에 형성된 세계 공급망에 불안정을 키우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미국은 동맹국들을 결집해 반도체 등 몇몇 첨단 분야의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 시도하고 있다.

이는 한국 지배자들에게도 상당히 고심스런 문제다. 공급망 문제에서 미국 편을 들수록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윤석열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군사·안보뿐만 아니라 미래 먹거리인 첨단 기술 서플라이체인(공급망)에서도 미국은 최첨단 원천 기술 등을 장악하고 있다.” 그러므로 공급망 문제에서 “미국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쿼드(중국 견제를 위해 만들어진 미국, 인도, 일본, 호주의 안보협의체) 정식 가입을 검토하고, 바이든이 추진하는 경제 협력 틀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에도 참여하겠다고 했다.

물론 윤석열도 경제, 북핵 등 필요한 분야들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유지·발전하겠다고 말한다. 윤석열의 외교 자문인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공급망, 대만 문제 등에서 한·미·일 협력 강화를 지향하되, 중국과의 관계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2021년 7월 14일자 〈중앙일보〉 칼럼).

그러나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친미 안보 강화 노선을 천명함으로써 미국·일본·중국 등 주변 강대국과의 관계에 일정한 변화를 예고한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윤석열은 선거 기간 내내 북한에 대해서도 선제타격론 등 강경하고 호전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윤석열 당선 직후에 낸 사설에서 윤석열이 사드를 또 배치한다면 이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고 한국을 더 불안정한 상황에 빠지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불안정한 세계경제, 열강 간 갈등 증대 속에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 간의 협력은 깨지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위험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은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의 불안정이 더 악화되는 데 일조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상당한 파장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 또한 다른 한편으로 국내에서는 아래로부터 커다란 우려와 반발을 자아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