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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의 우크라이나 개입 말고 무슨 대안이 있냐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해서 나토가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3월 15일자 〈한겨레〉는 확전의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그것이 불가피하다는 논조의 기사를 크게 실었다. 좌파 단체인 사회진보연대 또한, 위험이 따르더라도 유럽이 러시아를 제재하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에티엔 발리바르의 인터뷰를 번역해서 소개했다.

반제국주의적 관점에서 러시아의 점령에 반대하면서도 나토의 개입과 러시아 제재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러면 푸틴을 어떻게 저지하겠다는 거냐’ 하는 반론에 자주 부딪힌다. 이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살펴본다.

서방의 우크라이나 전쟁 확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런 물음에 답해야 한다. “너희는 나토의 힘과 무기를 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데, 그러면 러시아를 어떻게 막겠다는 말인가? 살인자들이 이기게 내버려 둘 것인가?” 이것은 러시아의 공격에 직면한 키예프(키이우), 하리코프(하르키우), 마리우폴(마리유필) 등지에서 실제로 절박하게 제기되는 문제다.

이러한 물음에는 우선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푸틴의 침공이 참상을 자아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를 더 끔찍한 전쟁으로 키워서는 안 된다. 갈수록 공세적이 되는 나토의 요구와 나토의 무기 지원은 핵무기가 동원될지도 모를 더 큰 충돌로 나아갈 위험을 키울 뿐이다.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1939년 7월, 러시아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 정부들의 정책은 마치 분화 직전의 화산 경사면에서 벌이는 어린애 장난 같다.” 지금 유럽과 세계의 상황이 정확히 그렇다. 이 전쟁의 참상이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일들이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

나토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는 우크라이나로 이어지는 서방의 보급로를 러시아가 공격하면 그것은 확전을 뜻할 것이라고 러시아에 경고했다. 그러면서 “푸틴은 나토가 물러나기를 바라는데, 그러면서 나토를 더 불러들이고 있다”고 푸틴을 비난했다. 크렘린궁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폴란드의 미그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려는 계획—아직은 논의 중에 있다—이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잠재적으로 위험한 사태 전개”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기 지원 등 나토의 개입은 전쟁의 참상을 완전히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릴 위험이 크다 ⓒ출처 우크라이나 국방부

그러나 나토의 개입이 사태를 악화시킨다는 데서 우리의 대답이 끝나서는 안 된다. 우리는 푸틴이 패배하고 타도되기를 바란다. 문제는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지느냐다.

제국주의 전쟁을 계급 전쟁으로

그것이 그저, 과거에 수많은 살상을 벌였고 지금도 그러고 있는 미국 제국주의의 힘을 더 강화하는 식으로 이뤄진다면 전혀 승리라고 할 수 없다. 미국 제국주의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자행했던 유혈 사태를 또다시 벌일 자신감을 얻게 되는 것은 우리가 바라는 결과가 아니다. 미국 제국주의의 지원은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방어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시리아의 쿠르드족을 지원했지만 이것은 쿠르드족의 해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미국의 관심사는 자유가 아니라 자신의 제국주의적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쿠르드족을 지원하다가 어느 시점이 되자 그들을 그냥 내팽개쳐 버렸다.

러시아의 패배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게 하는 데서 핵심적인 요소는 러시아 내의 전쟁 반대 운동이다. 이 운동은 더 성장해야 하고 전쟁에 대한 반감을 노동계급의 다른 불만과 결합시켜야 한다. 극심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러시아인들이 거리로 나와 푸틴의 전쟁을 규탄했다. 3월 11일 낮까지 1만 4000명이 체포됐다는 소식은 시위대의 규모가 꽤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운동이 정확히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기 어렵다. 러시아의 사회주의자들은 “혁명적 구호와 요구를 시위 안으로” 들여오고, “불만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전쟁을 중단시킬 뿐 아니라 제국주의 전쟁을 계급 전쟁으로 전환하기를 촉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어떤 순간이 되면 두려움은 반대편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시위대를 밥 먹듯이 두들겨 패고 감옥에 처넣는 경찰과 판사들이 갑자기 겁을 집어먹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반전 시위대는 위협에 주눅들지 않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시위 참가자는 이렇게 썼다. “온갖 위협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왔다! 솔직히 말해, 예상치 못한 일이다. 성 이사악 대성당과 넵스키 대로에 모인 시위대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나는 미소를 거둘 수 없었다.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 우리를 겁주려고 애쓰는 정부의 온갖 선전은 시위대의 순수한 마음과 대담함 앞에서 너무나도 초라해 보인다.” 거대한 시위대는 푸틴의 전쟁 노력을 저지할 수 있다. 물론, 반전 시위가 전쟁을 멈추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럴 때조차도 전쟁을 제약할 수는 있었다.

3월 6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모인 러시아 반전 시위대

서방은 자신도 푸틴에 맞선 저항을 환영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런 저항은 서방에도 위협이 된다. 제국주의에 의한 학살을 지지하지 않겠다며 일어난 저항이기 때문이다. 제1차세계대전이 벌어지던 1917년에도 러시아에서 반전 운동이 일어나자 독일군 장성들은 이를 반기며 그 상황을 이용하려 했다. 그러나 그 후 전쟁 반대 정서는 독일에서도 혁명을 촉발했다.

푸틴을 약화시킬 수 있는 것은 전쟁 반대 선동만이 아니다. 지난주에는 작업장 투쟁의 가능성을 힐끗 보여 주는 사건이 있었다. 니즈네캄스크시(市)의 게몬트사(社) 대공장에서 일부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인 것이다. 이 노동자들은 대부분 터키에서 이주해 온 노동자들이고, 이들의 임금은 달러와 루블화의 환율에 연동돼 있다. 그런데 루블화 가치와 함께 이들의 임금도 폭락하자 파업에 나선 것이다.

러시아 신문 〈비즈니스 가제타〉에 따르면 정부는 파업을 탄압하지 않았고 사용자들은 부분적으로라도 임금 손실을 만회해 주기로 금세 합의해 줬다고 한다. 이는 전쟁에 대한 불만이 부글부글 끓는 가운데 러시아 지배자들이 계급 전쟁을 꺼리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일일 수 있다.

아래로부터의 저항

역사를 보면 러시아 지배자들이 전쟁에서 패배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고무적인 사례들이 많다. 러시아 제국이 러일전쟁에서 겪은 패배는 1905년 혁명으로 이어졌다. 제1차세계대전에서 겪은 엄청난 후퇴는 1917년 2월 혁명에 기름을 부었다. 1980년대에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당한 패배는 소련을 약화시키고 1989년 동유럽의 독재자들에 맞선 반란을 고무하는 요인의 하나가 됐다.

이 모든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 하나는 군대 내의 환멸과 사병 반란이었다. 전쟁 중에 보도되는 단편적인 소식을 너무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되겠지만, 러시아 병사들, 특히 징집병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포기하고, 자기 군의 차량을 사보타주하고, 가족들에게 자신이 경험한 참상을 토로하고 있다는 증언들이 거듭 나오고 있다.

베트남 전쟁 때 사병 반란이 미군의 전력에 심각한 타격을 줬듯이, 러시아군 내에서 번지는 환멸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나토의 책략에 매이지 않은 채 푸틴을 타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현지에서는 어떠한가? 〈소셜리스트 워커〉는 헤르손과 다른 러시아군 점령지에서 일어난 시위에 주목한 바 있다. 여기서 평범한 사람들은 집단적으로 점령에 항의하면서도, 러시아 병사들을 전쟁 반대로 설득하려는 목적으로 그들과 언쟁하기도 하고 어울리기도 한다.

나토의 통제나 나토의 무기 지원과는 독립적으로 벌어지는 이런 저항은 장기적으로 볼 때 매우 중요할 것이다. 러시아가 결국 군사적으로 일종의 승리를 거두게 돼도 그럴 것이다. 미국 제국주의는 진정한 독립을 가져다 주지 않을 테지만, 해방은 아래로부터 쟁취될 수 있다.

오만해진 제국주의는 종종 자신의 힘을 사악하게 이용해서 자기보다 약한 상대를 굴복시켜 왔다. 그러나 그러다가 수년간 저강도 저항에 시달리며 굴욕적인 손실을 입을 때도 많았다. 이것이 1954~1962년 알제리에서 프랑스가 겪은 일이고,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과 영국,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소련 또한 이런 수모를 겪었다.

독립적 조직과 행동

마지막으로 나토 회원국 내에서 벌어지는 반전 운동이 있다. 모든 행진과 시위가 더 광범한 계급투쟁과 연결될수록 미국이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고 우크라이나를 속국으로 만들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따라서 서방과 친서방 국가에 있는 사회주의자들에게는 그런 반란을 선동하고 조직할 의무가 있다.

이 네 가지 요소, 즉 러시아 내의 반전 운동, 군대 내의 사병 반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아래로부터의 저항, 서방에서 벌이는 반전 선동은 우리가 나토 개입을 거부하면서 제시하는 능동적 대안이다. 이런 요소들이 결합되면 전쟁은 현재 충돌을 격화시키고 있는 모든 지배계급에 맞선 반란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

트리니다드 출신의 마르크스주의자 CLR 제임스는 1935년 이탈리아의 에티오피아 침공을 규탄한 확고한 반제국주의자였다. 그러나 그는 이탈리아를 몰아내려고 다른 제국주의의 편을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CLR 제임스는 이렇게 썼다. “이탈리아 제국주의만이 아니라 도적 떼와 억압자이기는 매한가지인 프랑스 제국주의와 영국 제국주의에도 맞서 싸우자. 그러나 그들 사이로 끌려 들어가서는 안 된다. 제국주의 정치의 궤도에 끌려 들어갔다가는 악취에 정신을 잃고, 거짓과 위선의 늪에 익사하고 말 것이다.

“영국의 노동자와 아프리카의 농민과 노동자들이여, 제국주의자들과 그들의 동맹과 약속, 제재를 멀리하라. 그들이 쳐 놓은 거미줄에 걸리는 파리가 되지는 말자. 언제나 그랬듯이 독립적인 조직과 독립적인 행동을 견지하라.” 오늘날 우리는 이런 정신에서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