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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민간인 사망자보다 같은 기간 한국 코로나 사망자가 더 많다

‘코로나 무정부 상태’라는 한 전문가의 말이 3월 18일 주요 언론들의 헤드라인에 실렸다. 현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묘사한 한마디였다. 정부는 3월 16일 하루 확진자 수가 62만 명이라고 발표했다.

사실 3월 16일 확진자 수는 55만 명이었던 듯하다. 정부는 3월 15일 확진자 수를 40만 명이라고 발표했는데, 무려 7만 명을 누락한 수치였다. 곳곳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정부는 뒤늦게야 이 사실을 인정하고 다음 날 통계에 반영한 것이다. 어처구니없게도 정부는 같은 날 보도자료에서 신규 재택치료자 수가 확진자 수보다 많은 43만여 명이라고 발표했는데, 간단한 수치조차 점검하지 않았을 정도로 손을 놓고 있었다는 얘기다.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설날(2월 1일)을 전후로 감염 확산 방지 정책에서 사실상 감염 ‘장려’ 정책으로 완전히 돌아섰다. 영국 보수당 총리 보리스 존슨처럼 노골적으로 ‘집단면역’ 운운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그 방향으로 명백히 나아가고 있다.

특히 피씨알(PCR) 검사를 유료화하고 신속항원검사를 기본 검사로 채택하겠다고 했을 때 이 점이 분명해졌다. 신속항원검사는 민감도가 낮아 감염자를 놓칠 가능성이 50~80퍼센트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굳이 확진자를 다 찾아내려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재택치료’는 이제 수백만 명이 경험해 그 진정한 의미가 만천하에 알려졌다. 바로 ‘각자도생’, ‘각자투병’, ‘감염 방치’다. 가족 구성원, 특히 어린아이가 감염될 경우 평범한 부모와 나머지 가족들은 감염을 감수하고 아이를 끌어안아 주는 것 외에 아무 대안이 없다. 격리를 도와주던 생활치료센터가 사실상 운영되지 않아, 고위험군의 경우 감염을 필사적으로 피하려면 확진된 가족을 집에 두고 나와 비싼 호텔비를 부담해야 한다. 유명 숙박 앱에는 이런 사람들을 유인하기 위한 광고가 넘쳐 난다.

냉소

정부는 확진자의 격리 기간을 14일에서 10일로, 다시 7일로 단축했는데, 최근에는 증상 발현 뒤 8일째까지는 바이러스를 배출한다고, 즉 감염력이 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전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 확진자들을 직장과 일상에 돌려보낸 것도 문제지만, 정부는 아무런 사과나 해명도 없었다. 격리 기간 연장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정부 스스로 감염을 확산시키려 한다는 사실을 냉소적으로 밝힌 셈이다. 방역 당국은 3월 15일에도 “지난 한 달 동안 있던 정책이 확진자 규모를 늘리는 방향의 정책”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격리 기간을 7일로 단축한 것은 정부가 사람들의 안전보다 생산 둔화, 즉 기업들의 이윤 획득을 우려한 조처였음이 분명해졌다. 민간 기업들은 노동자들이 감염돼도 계속 일하게 하려고 정부 지침을 적극 활용했다(본지 408호 기사 ‘정부 따라 방역 포기한 르노삼성자동차’를 보시오). 정부가 확진자를 늘려 놓는 바람에 노동자들의 확진이 급증해 소방·공무원·우편 업무 등 필수 공공서비스가 마비되기 시작하자, 정부는 다시 이를 이유로 격리 기간을 단축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방역을 책임지고 있는 일선 보건소와 병원에서는 ‘아비규환’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의료진이 집단 감염돼 일할 사람이 없는데 정부는 ‘병상이 넉넉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정부가 21일에 발표한 보도자료만 봐도 ‘의료대응역량 대비 발생 비율’은 109.4퍼센트로 사실상 의료 기능이 마비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연해졌다. 재택치료 의료기관 가동률도 100퍼센트를 넘겼다.

격리 기간 7일은 정부의 치료비 지원에도 적용된다. 전화로 처방전을 받는 재택치료 환자부터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지원하는 치료비는 무조건 7일까지다. 국가 책임이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사망자도 크게 늘었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이후 3월 19일까지 사망한 민간인이 847명이라고 발표했는데, 같은 기간에 한국에서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은 4175명이나 된다.

시신을 화장할 시설이 부족해져 5일장, 7일장이 흔해지고 있고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영안실도 가득찼다. 감염된 뒤 사망에 이르는 기간이 한 달 안팎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사망자는 곧 본격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머지않아 팬데믹 초기 미국 뉴욕이나 이탈리아 북부 도시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시신을 안치할 장소가 부족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정부의 감염 ‘장려’ 정책으로 의료진·병상이 부족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화장 시설과 영안실도 가득찼다 ⓒ이미진

삶을 지키기 위한 운동

대선에서 패배한 현 정권에 뭔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심정이 지배적일 듯하다. 그러나 윤석열이 더 나은 대책을 내놓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3월 21일 인수위원장 안철수의 주도로 열린 방역 관련 회의 결과는 ‘위중증·사망자 관리’에 우선한다는 현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었다. 십중팔구 이 자들은 한 달 뒤면 사태가 진정될 것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방역 당국의 예측은 조금씩 빗나가고 있다. 확진자 규모도, 정점의 시기도, 확산세가 가라앉는 시기도 커지고 늦춰지고 있다. 방역 당국이 모델로 삼은 미국과 유럽 일부 나라들(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는 다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오미크론 변이가 나타난 지 이제 반년이 지나고 있다. 바이러스의 유전적 변이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현재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빠르면 여섯 달마다 새로운 주요 변이를 낳는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사실상 방역을 중단하기로 결심하고 ‘집단면역’ 정책을 기정사실화하는 지금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지키기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 치료비 지원을 요구하는 환자·보호자들의 운동이나, 공무원·보건 노동자들의 항의가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다. 이들의 정당한 항의와 저항을 지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