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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반대한다

고물가·고유가로 더 팍팍해진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돼야 한다 ⓒ출처 마트산업노동조합

올해 최저임금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6월 9일 제3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렸지만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첨예하다는 것만 확인했다.

아직 노동계와 사용자 측 대표들이 서로의 안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경총, 중소기업중앙회 등은 동결을 선동하고 있다.

물가가 크게 오르는 상황에서 사용자 측의 동결 주장은 사실상 실질 임금을 대폭 삭감하자는 의미다.

휘발유와 경유 모두 리터당 2000원을 넘겼고, 식료품을 비롯한 생필품 물가도 크게 오르면서 노동자 서민층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퍼센트로, 물가상승률을 4.2퍼센트로 조정했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이 적어도 7퍼센트는 올라야 겨우 제자리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앞으로 물가 상승은 이 예측보다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물가와 유가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총재는 “5~7월까지 물가상승률이 5퍼센트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OECD와 한국은행 모두 성장률 전망치는 낮추고 물가상승 전망치는 높였다.

사용자 측은 원자재 가격 폭등 때문에 임금 인상 여력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 작동 방식의 실패(물류 공급망 혼선,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부족)에서 비롯한 것 때문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노동자들은 고통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최저임금은 대폭 올라야 한다. 그래야 저소득 노동자들의 조건을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다.

저임금층은 지금의 물가 인상 전에도 먹고살기가 팍팍했는데, 지금은 더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1~3월 저소득층(소득 하위 20퍼센트) 가구는 월 가처분소득의 42퍼센트가량을 식비에 쓸 정도였다.(기재부, 통계청)

애초 최저임금 자체가 낮아서 저소득 노동자의 생계 ‘최저선 보장’이라는 취지도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비혼단신근로자 한 달 평균 실태생계비(실제로 사용한 생활비)는 220만 5432원이지만, 2022년 적용 최저임금은 월 191만 4440원에 불과하다.

물가 폭등으로 가중된 생계난 ⓒ이미진

업종별 차등적용: 저임금 노동자를 더 저임금으로

반면,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 인상이 수익성에 악영향을 주고, 추가적인 임금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뻔뻔스럽게 동결을 내세우고 있을 뿐 아니라 업종별 차등적용을 끈질기게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은 대선 기간에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을 추진하겠다고 했었다. 비록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해 이를 공식 국정과제에 포함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수년 동안 업종별 차등적용을 부르짖어 온 사용자 단체들은 우파 정부의 등장과 지방선거 압승을 계기로 이를 이번에 밀어붙여 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특히 차등적용을 하자는 업종들이 대체로 미조직이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주력 부대들과는 관계가 없어서 제대로 방어받지 못할 부문들이라는 점도 노렸을 것이다.

6월 13일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경총은 숙박업·음식업 등에서 최저임금 미만율이 40.2퍼센트나 달한다며 “최저임금 수용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업종들에는 차등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애초에 최저임금에 적용되는 노동자들은 숙박·음식업·도소매 등에 밀집돼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오상봉 연구위원이 지적했듯이, “위의 업종 및 규모에 대한 낮은 최저임금 적용은 사실상 최저임금 자체를 낮추는 것과 같다 ... 이것이 저임금근로자의 생활안정이라는 최저임금제도의 목적에 부합하는지 의심스럽다.”(오상봉, 최저임금제도의 개편 방안, 〈월간 노동리뷰〉 2019년 11월호)

즉, 사용자 일부는 최저임금 지급 의무조차 지키지 않고 나머지 사용자들은 이를 근거로 최저임금제도 자체를 누더기로 만들어버리려 하고 있다.

그러므로 업종별 차등적용을 막아내야 한다.

만약 업종별 차등적용이 관철된다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적용받는 업종들의 존재 자체가 전체 최저임금 인상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한편, 경총 등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중소상공인, 자영업자가 망할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일부 중소상공인 단체들도 업종별 차등적용을 지지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아예 지난 8일 국회 주변에서 업종별 차등적용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런데 민주노총을 비롯해 노동운동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들의 이익과 충돌하지 않는다며 ‘을들의 연대’를 주장하기도 한다.

냉정하게 보자면 이는 현실에 맞지 않다. 분명히 최저임금이 오르면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손해를 볼 것이다. 경제 불황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수익성에 압박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노동운동은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노동계급의 이익을 확고하게 방어해야 한다. 자영업자 등 중간계급과의 연대를 앞세워 명백한 계급적 이해관계 차이를 얼버무리면 결국 노동자들도 일정한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용자들의 압력에 문을 열어 줄 수 있다.

근본적으로 경제 침체와 전쟁이 야기한 고통에 책임져야 할 자들은 체제의 수혜자들인 지배계급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단호히 지키는 투쟁을 벌여서 자본가와 정부가 경제 불황의 고통을 노동자 서민층에 전가하지 못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