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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증보 미 대법원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평범한 여성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노동계급 여성과 남성이 참가하는 대중 투쟁이 필요하다

6월 26일자 기사를 일부 수정·보충했다.

6월 24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하는 끔찍한 결정을 내렸다. 5월 초 유출된 대법원 판결문 초안 그대로였다.

이제 미국에서 낙태는 헌법적 권리가 아니게 됐다. 낙태 허용 여부와 범위는 각 주의 법에 맡겨진다.

대법관 9명 중 5명이 미국에서 거의 50년간 유지돼 온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하는 데 찬성했다. 반대는 3명이었다.

‘로 대 웨이드’ 판결과 상충하는 미시시피주의 낙태금지법(임신 15주 이후 낙태 거의 모두 금지)을 유지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6대 3으로 ‘유지’를 결정했다.

보수 성향 판사 6명은 모두 공화당 대통령들이 임명했다.

이번 대법원 결정으로 수많은 여성들의 생명이 위협받게 됐다. 낙태 금지로 안전하지 못한 낙태를 하다가 죽거나 치명적 부상을 입는 여성들이 생길 것이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히면 자동으로 낙태를 금지할 수 있는 ‘트리거법’을 통과시킨 주가 13곳인데, 오하이오와 아칸소 주 등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24일부터 낙태 클리닉이 문을 닫았다. 아이다호·노스다코타·텍사스 주는 대법원 판결 30일 뒤부터 낙태가 불법화된다.

낙태권을 옹호하는 미국 구트마허연구소는 대법원의 기존 판례가 폐기되면 약 26개 주가 낙태를 사실상 금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주들은 낙태하러 주 경계를 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도 추진하려 한다.

우파들은 낙태권 판례 폐기라는 중요한 승리에 만족하지 않고 더한층의 공격을 벌일 태세다. 우파 대법관 클래런스 토머스는 낙태권 판례 폐기에 찬성하면서 피임, 동성 성관계·동성결혼 합법화를 이룬 판례도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낙태 반대 단체들은 낙태 금지를 주 차원을 넘어 연방 정부 차원에서 금지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분노한 사람들이 즉시 항의 행동에 나섰다 ⓒ출처 Mark Dixon(플리커)

낙태 금지로 가장 타격을 받을 사람들은 노동계급 여성이다. 가난한 여성들은 낙태가 허용된 주로 가는 데 들어갈 경비를 마련하기 힘들고, 낙태 시술을 받기 위해 휴가를 내기도 힘들다.

낙태 반대 단체들의 지도자들은 대법원 판결에 환호하며 트럼프를 찬양했다.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은 판사 6명 중 3명을 트럼프가 대통령 재임 시절 임명했다.

트럼프 정부 때 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는 대법원 판결을 칭송하며 “오늘 생명이 승리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낙태 금지로 여성들이 겪을 위험을 아랑곳 않는 자들의 위선과 광기에 동조하는 미국인은 소수다. 대법원 판결 이틀 뒤 CBS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9퍼센트가 대법원 판결에 반대했다.

반격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분노한 사람들이 즉시 항의 행동에 나섰다. 수백 명이 대법원 앞에 모여 “내 몸은 내 것이다”라고 외치며 항의했다. 시카고, 필라델피아, 덴버, 샌프란시스코, 포틀랜드, 시애틀, 뉴욕, 플로리다, 미주리, 조지아, 텍사스 등 많은 주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민주당은 11월 중간선거에서 자신들에게 투표해 달라고 말하고 있다. 상원에서 법안 통과에 충분한 다수가 되면 낙태권을 보장하는 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에 투표하는 것으로는 낙태권을 방어할 수 없다.

민주당은 대선 때 여러 차례 낙태권 입법을 약속했지만 당선 뒤에는 번번이 공약을 어겼다. 바이든은 취임 뒤 낙태 문제를 언급조차 하지 않다가 최근에서야 선거를 의식해 낙태권 지지를 말했을 뿐이다.

대중의 삶이 악화되면서 바이든의 지지율은 매우 낮다. 취임 500일 때의 지지율이 같은 시기 트럼프 지지율보다 더 낮고 물가 급등 등으로 최근 더 떨어졌다.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우파와 보수파의 낙태권 공격이 점차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은 민주당의 무기력과 기회주의 덕분이었다. 민주당은 우파에 양보해 낙태 접근권 악화에 일조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집권은 민주당 오바마 정부가 개혁 염원을 배신해 대중의 환멸을 자아낸 결과였다.

우파의 공격에 맞서 낙태권을 방어하고 확대하려면, 노동계급의 여성과 남성이 참가하는 대중 투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낙태권 운동이 강력해지려면 민주당에 의존하지 않고 대중 운동 건설을 중심에 놓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노동자연대 온라인 토론회]
미국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 낙태권을 어떻게 방어해야 할까?

– 일시: 6월 30일(목) 오후 8시
– 발제: 정진희 (〈노동자 연대〉 기자, 《낙태, 여성이 선택할 권리》 공저자)
※ 버지니아 로디노 미국 좌파 활동가가 현지 항의 운동 상황을 전합니다.

○ 참가 신청 https://bit.ly/meeting-0630
토론회 당일 오후 7시 30분에 유튜브 접속 링크를 보내드립니다.

미국 대법원이 6월 24일 낙태권을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습니다. 이제 여성들은 50년 전처럼 안전하지 않은 낙태로 죽음에 이를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가난한 노동계급 여성들이 그렇죠.
단지 미국 여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결정이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요. 한국 우파도 낙태죄를 유지하며 낙태를 크게 제한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입니다.
미국 우파는 어떻게 이런 성공을 거뒀을까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게 해결책일까요? 어떻게 해야 낙태권을 방어할 수 있을까요?

– 문의: 02-2271-2395, 010-4909-2026(문자 가능), wsorg@ws.or.kr
– 카카오톡 1:1 오픈채팅 ‘노동자연대 온라인 토론회’ https://open.kakao.com/o/sE3M42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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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예정됐던 ‘한미 반도체 동맹, 순탄할까?’ 토론회는 한 주 연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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