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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
임금 억제, 노동시간 유연화

고용노동부가 6월 23일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은 노동 규제를 완화해 유연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추진 과제로 노동시간 제도와 임금체계를 개편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노동시간과 임금은 기업의 생산성과 직결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성을 높일 목적으로 노동자를 쥐어짜려는 계획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노동부 발표를 놓고 윤석열은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 하고 말했다. 어처구니없는 책임 회피다.

하지만 임기 시작한 지 한 달만에 지지율이 데드크로스가 돼, 노동계급 대중이 대거 반발할 만한 쟁점에서 눈치를 보는 윤석열 정부의 녹록지 않은 상황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기업주들에겐 법인세 깎고 각종 특혜, 노동자들에겐 고통 전가 ⓒ이미진

그러나 일부 언론들이 말하듯 대통령과 노동부 사이에 내용·기조에서 “엇박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

윤석열은 이미 대선 후보 시절부터 노동 개악을 공약했다.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쉴 수 있어야 한다”는 발언이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바다.

당선 이후에도 이런 기조는 흔들림이 없었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5월 3일), 관계부처들이 합동으로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6월 16일)에도 ‘노동 개혁’은 핵심 의제였다.

고통전가

윤석열 정부가 ‘노동 개혁’ 카드를 꺼내 든 이유는 명백하다. 세계적인 경제 불안정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을 쥐어짜려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경제정책 방향은 이를 잘 보여 준다. 기업주들에게는 법인세를 깎아 주고 규제를 완화해 주는 등 지원을 늘리겠다고 한다. 반면, 고물가 상황에서 생계비가 걱정인 노동자와 서민에게는 되레 공공요금을 올리고, 임금과 소득을 억제하겠다고 한다.

윤석열은 주 52시간제가 연장근무를 원하는 사용자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면서 노동시간의 탄력적 운용을 강조해 왔다. 노동자들에게 연장근무 수당을 덜 주면서 더 혹사시키겠다는 뜻인데, 이를 통해 신규 채용도 줄일 수 있다. 순전히 비용 절감을 통한 이윤 보호를 위해 노동자를 쥐어짜는 것이다.

정부는 유연근무제가 확대됐지만 활용률이 높지 않다고도 불평한다.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 특별연장근로 인가 건수가 2017년 15건에서 지난해 6477건으로 432배 가까이 대폭 늘었는데, 이조차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노동부가 내놓은 노동시간 유연화 방안은 우선, 주당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근무 시간을 월 단위 “관리”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한 달 평균 노동시간이 유지되더라도 그중 한 주는 최대 92시간까지 일을 시킬 수 있게 된다. 사용자들이 일의 양에 따라 초과 수당 지급 없이 효율적으로 노동시간을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선택근로제 단위(정산)기간을 현행 1~3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늘리겠다고도 한다. 현행법상 선택근로제는 일간·주간 노동시간에 제한이 없다. 하루 24시간, 주 120시간 노동도 가능하다.

이것이 노동자의 건강에 파괴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불 보듯 뻔하다. 노동시간에 관한 여러 연구들은 노동시간을 규제하는 기본 단위가 길어질수록 노동자들의 건강과 삶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해 왔다. 월 단위, 심지어 연간 단위가 아니라 주간 단위의 노동시간을 정해야 하고, 특히 하루 노동시간의 길이를 제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성과 경쟁

이번에 노동부가 제시한 임금체계 개편도 노골적인 착취 강화 의도를 담고 있다.

정부는 “(현행) 연공성 임금체계는 저성장 시대, 이직이 잦은 노동시장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호황기에 젊은 노동자들에게 ‘평생 고용’을 약속하면서 저임금 장기근속을 유도하려고 도입한 연공급제(호봉제)가 바로 그 청년 노동자들의 대거 퇴직이 다가오자 이제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그래서 매년 따박따박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를 폐지하고 개별 직무와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로 개악하겠다는 것이다. 고용 불안의 시대에 더 나을 듯 보여도, 직무성과급제는 노동자들을 성과 경쟁으로 내몰아 임금 인상을 억제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경제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데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지배자들이 단단하게 뭉쳐 있는 것은 아니다. 정권 초부터 물가 급등과 금리 인상 등 위기가 커서 윤석열 정부 지지율이 낮다.

관건은 노동자들이 얼마나 광범하게 단결해 투쟁하느냐에 있다. 민주노총의 조직된 노조들이 흔히 보이는 태도, 즉 ‘우리는 단체협약과 조직력을 통해 조건을 지킬 수 있다’는 식의 부문주의적 접근으로는 노동 개악 공격에 효과적으로 맞서기 어렵다.

연대 투쟁을 위한 단결의 정치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