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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난민들, 난민 인정 요구하며 농성

"난민의 권리는 어디에 있는가?" 법무부 앞에서 농성을 벌이는 이집트 난민들 ⓒ박이랑

이집트 난민들이 난민 지위 인정을 요구하며 법무부 앞 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6일부터 이집트 난민 10여 명이 과천 정부청사 정문 앞에 텐트 등을 설치해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어린 아이들까지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 그들의 절박함을 말해 주는 듯했다. 필자가 농성장을 방문해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이집트 난민들은 농성장에 도착한 필자를 둘러싸고 각자 수년씩 걸리는 한국의 비인도적 난민 인정 절차에 대한 울분을 토로했다. 농성을 주도한 이집트 난민 사이드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집트 난민 사이드 씨 난민들의 삶은 빨간 신호등처럼 농성장 텐트에서 멈춰있다 ⓒ박이랑

“여기 농성에 참여하는 이들은 대부분 짧게는 4년, 길게는 6년째 한국 정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어요. 가족을 이집트에 두고 온 이들은 5~6년째 상봉도 못 하고 너무 힘듭니다.”

다른 이집트 난민 타하위 씨도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세계 어디에 난민 심사를 5~6년씩 하며 기다리게 하는 곳이 있나요? 제 동료들은 다른 나라에서 1~2년 안에 모두 인정을 받았어요. 그런데 왜 차라리 다른 나라로 가지 않느냐고요? 차라리 한국이 난민을 받지 않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겠어요. 무작정 결과를 기다리라 하고 답이 없으니 기다릴 뿐입니다. 한국이 국제법을 준수하리라는 기대도 있고요.”

이들은 난민 인정을 기다리는 동안 자신들이 차별받아 온 경험을 쏟아 내기도 했다. 두 아이와 함께 농성에 참여 중인 하산 씨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은 무슨 죄인가요? 난민 인정을 못 받다 보니 의료보험 적용도 안 됩니다. 아이들이 아파도 병원에 제대로 데려갈 수 없어요. 그리고 출입국·외국인청에 갈 때마다 인종차별을 겪어요. 우크라이나 난민이 와도 똑같이 대할까 싶어요. 한국은 나라에 따라 차별을 하나요?”

불안감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피해 몇몇 농성자들은 필자를 텐트 안으로 초대했다. 난민들은 각자 가방에서 두툼한 서류 뭉치를 꺼내 들며 자신들이 난민 신청을 한 사유를 필자에게 설명했다.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와기흐 씨는 곧 만료되는 여권을 보여 주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난민 신청 서류를 보이는 이집트인들 각자 가방에 자신의 삶을 증명하기 위한 서류 뭉치가 한가득이다 ⓒ박이랑

“저는 아내를 못 만난 지 8년이 넘었어요. 얼마 전에는 일을 하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서 한 달 동안 병원에 입원했어요. 정신적인 압박이 너무 심해요. 지금 김천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데 여기 농성에 참여하려고 일도 그만뒀습니다. 난민 인정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무엇이든 멈출 수 있어요.”

한국 정부에 무엇을 요구하냐는 질문에 농성자들은 이렇게 답했다.

“선진국이자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이 그에 걸맞는 대우를 난민에게 해 달라는 것이 저희의 바람입니다. 저희의 요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난민 심사를 위한 별도의 위원회를 설치하라. 난민에 대한 출입국·외국인청의 인종차별적 행위 즉각 중단하라. 더는 지연 말고 즉각 난민 지위 인정하라. 저희는 인정을 받을 때까지 농성을 지속할 것입니다.”

한국 정부의 위선과 엄격한 국경 통제 속에 난민들은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가 없다. 이들은 이미 수년간의 기다림 속에서 경제적 어려움, 정신적 고통, 차별 등을 겪어 왔다.

한국 정부는 지금 당장 이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난민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

요구를 적은 종이를 들고 법무부 앞에 선 이집트 난민들 ⓒ박이랑
"내 꿈과 야망과 재능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박이랑
농성하는 이집트 난민 가족들 ⓒ박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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