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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국 VS 국가경찰위원회?:
경찰은 개혁될 수 없다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안이 7월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경찰 내 반발이 불거졌지만, 8월 2일 경찰국이 출범한다.

경찰국 출범에 반발해 일부 경찰 간부들이 7월 23일 전국경찰서장 회의(총경급, 군대로 치면 대대장급)를 열고 반발했다. 전체 총경의 3분의 1인 190여 명이 모였다.

윤석열 정부는 신속하게 대응했다. 경찰청장 후보자 윤희근은 직접 회의 도중 해산을 지시하고, 회의를 주도한 울산 중부경찰서장을 대기발령 했다.

25일 행안부 장관 이상민은 “쿠데타”, “하나회” 같은 단어들을 쓰며 격하게 비난했고, 경찰대 폐지 가능성도 흘렸다. “무장할 수 있는 조직이 상부의 지시에 위반해서 임의적으로 모여서 정부의 시책을 반대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26일에는 윤석열이 직접 경찰 내 반발을 비난했다. “국방과 치안이라고 하는 국가의 기본 사무도 그 최종적인 지휘 감독자는 대통령 … [경찰이] 집단적으로 반발한다는 것은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다.”

그러자 경찰 내 반발 세력들은 상명하복이 특성인 조직답게 예고했던 14만 경찰 전체 회의를 취소했다.

대우조선 진압 합동 회의

윤석열 정부의 경찰국 신설 방안은 경찰에 대한 정권의 단속과 통제를 더 쉽고 효과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배계급 차원의 위기 대비책이다. 5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우파가 국가기관 내 인적 물갈이를 하는 성격도 있겠지만 말이다.

지금 지정학적 불안정과 경제 침체, 기후 재앙 등의 체제 위기가 심각하다. 이 문제들은 한국 자본주의에도 큰 부담과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을 포함한 곳곳에서 고물가·고금리의 생계비 위기가 발생했다. 적잖은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에서 정치적 위기가 벌어지고, 일부 제3세계 나라들(스리랑카 등)에선 대중 저항이 터져 나왔다. 윤석열도 대중의 생계를 공격했다가 지지율 폭락과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검찰·경찰·군대·국정원 등 억압적 국가기관들이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도록 태세를 갖추려는 것이다. 가령 행안부 장관 이상민은 대우조선 하청 파업 진압 작전을 검토하는 합동 회의를 경찰청·소방청과 했음을 인정했다.

검찰·경찰은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이 끝나자마자 농성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화물연대 파업 노동자들에게도 구속영장 신청을 남발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 정권의 경찰 장악 시도’라는 식의 주장은 피상적이다.

경찰국 신설을 두고 경찰의 독립성을 해치는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경찰이 지배계급의 이해관계와 정권의 통제에서 독립적이었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독재 정권 시절의 내무부 직할 치안본부 체제가 현재의 경찰청 체제로 바뀐 뒤에도 시위대 진압 살해, 각종 가혹행위, 부패 등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변화가 일부 있었다면, 경찰 기구의 법적 형식 변화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대중 투쟁이 국가에 가한 압력에서 비롯했다. 1987년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 이후 가열찬 대중 투쟁 속에서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로의 전환이 시작되면서 변화가 생겼다. 국가가 점차 노동계급 대중과 개인을 이전만큼 함부로 대하지는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경찰의 야비한 가혹행위나 부패는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어떤 경우에는 가혹행위로 받아낸 자백으로 죄 없는 평범한 청년들을 10년씩 감옥에 가두기도 했다.

바로 이런 경찰의 가혹행위를 막는다는 명분 등으로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지휘권 제도가 안착됐지만, 적지 않은 사건에서 경찰과 검찰은 한통속이었다(가령 나라슈퍼 사건 등 유명한 재심 사건에서 보듯이).

살인 진압도 지속됐다. 노무현 정부에서 전용철·홍덕표(농민)와 하중근(건설 노동자) 등, 이명박 정부에서 용산 철거민들, 박근혜 정부에서 백남기 등.

행안부는 경찰의 강해진 권한을 고려해 선출된 정부의 통제가 더 강해져야 한다고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류의 경찰권을 약화시킬 생각은 없다. 그저 칼자루만 자신들이 잘 쥐고 있으면 된다는 식이다.

경찰이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는 것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경찰이 하는 구실 때문이다. 자본주의 국가는 무장(력)을 합법적으로 독점함으로써 자본가 계급이 사회를 지배하는 데서 가장 효과적인 정치 조직으로서 기능한다. 경찰은 군대와 함께 바로 그 독점적 무장 수단(조직)이다.

그래서 경찰은 모든 국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표어와 달리 경찰 기구는 지배계급의 이익에 종속돼 작동한다. 인구의 다수인 노동계급 이익과 염원에 역행하고 그것을 억누르는 것에 존재의 의의가 있다. 경찰의 독립성이라는 구호에 진보적 성격이 있을 리 없는 이유다.

〈중앙일보〉 최근 보도를 보면, 한 경찰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경찰에게 법대로 대응하라고 지침을 내린 것을 두고 경찰 내부에서 “일할 맛 난다”고 반응했다.

그러므로 경찰은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주류 정당이라면 어느 당이 집권하더라도 거의 언제나 순종한다.

지지율 위기

따라서 민주당과 친민주당 지식인들이 윤석열과 이상민에게 반발하는 경찰 간부들을 마치 무슨 민주 투사라도 되는 양 여기는 것은 역겹다.

민주당 측은 독재 회귀 운운하며 반우파 진영논리(좌파와 노동운동이 정치적으로 독립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민주당과의 협력을 중시하게 하는 것)를 강화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우파적 행태가 마치 1987년 이전으로의 회귀인 듯 과장해서 우파 정부에 대한 대중의 분노로부터 반사이익을 얻었다.

정의당과 진보당은 경찰국 신설 과정의 법 절차 위반 등을 비판하며, 국가경찰위원회의 여야 협의체 성격 강화나 자치 경찰제의 실질화 같은 경찰 권력 분산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이런 개혁은 경찰의 근본적 성격에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이런 개혁안으로 경찰이 민주화되거나 민주적 통제가 가능할 것처럼 보는 것은 공상적이다(본지 기사 참고).

임기 초부터 지지율이 급락한 윤석열 정부가 핵심 국가기관 내 간부들과 갈등을 겪으며 국가기관에 대한 취약한 통솔력을 드러내는 상황을 이용해 더 많은 저항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