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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 투쟁 정당하다

두 달 넘게 파업을 벌여 온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이 투쟁 거점을 강원도 홍천 공장 앞으로 옮겨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 가고 있다.

8월 2일 파업 노동자들은 홍천 공장의 유일한 진출입로인 ‘하이트교’를 막고 농성을 시작했다.

하이트진로 홍천 공장은 테라·하이트·맥스·필라이트 등 하이트진로 맥주의 절반 이상을 생산한다. 특히 호프집이나 치킨집에 납품되는 생맥주 제품은 유통기한이 짧아 출고가 지연되면 손해가 크다. 맥주 성수기를 감안하면 생산과 이윤에 타격을 가해 사용자 측을 압박하기 효과적인 곳이다.

실제로 파업 노동자들의 봉쇄로 제품이 제대로 출고되지 못했고, 그래서 생산에도 차질을 빚었다. 압박을 받은 사용자 측은 8월 4일 교섭에서 노동자들의 요구를 적잖이 수용할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농성 사흘째 경찰이 무자비한 강제 해산에 나섰다. 결국 경찰 보호 하에 제품이 일부 출고되자, 사측의 태도가 돌변했다. 교섭을 거부하고는 8월 8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조합원 전원을 해고 하겠다고 협박 모드로 돌아섰다.

이런 태세 변화를 보면, 그들이 양보하려 할 때는 생산과 이윤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될 때임을 알 수 있다.

하이트진로 노동자 투쟁은 생계비 위기에 맞선 저항의 연장선에 있다. 8월 5일 홍천 공장 진출입로에서 입고 차량을 저지하고 있는 노동자들 ⓒ안우춘

경찰 탄압으로 다리 난간에 몸을 묶고 저항하던 화물 노동자 5명이 11미터 아래 홍천강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모두 구조됐지만, 급류에 휩쓸린 조합원 1명은 심폐소생술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한 70대 조합원은 살갗이 벗겨지고, 피멍이 드는 끔찍한 부상을 당했다.

파업 노동자들은 공장 앞 ‘하이트교’에서는 밀렸지만, 인근 교차로 공장 진입로에서 입출고 차량을 저지하는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한 조합원은 이렇게 말했다.

“사측과 경찰이 우리를 더 똘똘 뭉치게 하고 있어요. 우리는 더는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이곳에서 끝장을 볼 것입니다.”

운송료는 15년 전 수준

6월 초 8일간의 화물연대 전국 파업이 끝났지만,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은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을 지금까지 지속해 왔다.

유가 폭등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15년 전 수준의 낮은 운송료(임금)로는 더는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유가가 좀 떨어졌다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하이트진로 물류회사 관계자도 한 시사 프로(KBS ‘한끼시사’) 인터뷰에서, 같은 물류회사 소속이면서도 경기도 이천 공장과 충북 청주 공장 화물 노동자들이 더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고 실토했다.

그래서 파업 노동자들은 운송료 30퍼센트 인상, 공병 운임 인상, 공회전 비용 지급, 공휴일 할증 등을 요구한다. 이는 동종 업계 화물 노동자들과 하이트진로 다른 공장의 운송료 수준을 겨우 따라잡는 정도다.

그만큼 하이트진로 이천·청주 공장 화물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은 열악하다. 치솟는 물가와 유가 폭등 상황에서 파업 노동자들은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파업 노동자들의 요구는 절박하고 정당하다.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의 파업은 6월 초 화물연대 파업,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 등 생계비 위기에 맞선 저항의 연장선에 있다.

사용자 측은 자신들이 제시한 5퍼센트 인상안에서 물러서려 하지 않는다.

경제 위기 시기에 이윤몫을 줄이는 임금 인상 요구에 자본가들은 쉽사리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개별 사업장뿐 아니라, 더 넓은 부문의 이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생산과 이윤에 타격을 가하는 단호한 투쟁과 더 넓은 연대가 필요한 이유다.

‘하이트교’ 앞 봉쇄와 경찰의 폭력 해산 시도가 얼핏 보여 준 교훈이다.

130명 해고, 28억 손배

하이트진로 사용자 측은 130여 명 전 조합원 계약 해지, 손배가압류 청구로 파업 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7월 말에는 손해배상 청구액을 5배 넘게 늘렸다. 조합원 11명에게 제기된 손해배상액이 무려 총 28억여 원에 이른다. 소식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공분도 일고 있다.

경찰의 무자비한 강제 해산으로 부상을 당한 화물 노동자 ⓒ제공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

손배가압류는 노동자들을 극심한 고통에 빠뜨린다. 대표적으로 2009년 77일간 점거파업을 한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 30명이 해고와 강제 진압, 손배가압류로 인한 생활고와 트라우마로 목숨을 잃었다. 악랄한 손배가압류에 노동자들이 분노하는 이유다.

최근에는 일명 ‘노란봉투법’(노조 파업에 손해배상 청구 등을 금지하자는 법)도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집권당이자 국회 과반수당일 때조차 우파 핑계대며 ‘노란봉투법’ 처리를 하지 않았다. 이들에 의존하지 말고 대중적인 계급투쟁을 해야 한다.

무더기 연행과 구속

친기업 언론들은 ‘소주 대란에 이은 맥주 대란’ 운운하며 ‘소주 운송기사들이 왜 맥주 공장 앞에서 농성하냐’며 비난한다.

그러나 하이트진로 파업 노동자들이 원청인 하이트진로를 상대로 투쟁하는 것은 정당하다.

파업 노동자들은 길게는 30~40년, 짧게는 20년 가까이 차량에 하이트진로 제품 홍보 로고를 부착하고 하루 12시간 가까이 화물을 운송해 왔다.

게다가 하이트진로 원청이 위탁 운송사 수양물류의 지분 100퍼센트를 갖고 있다. 수양물류 대표이사를 비롯해 주요 임원들은 전현직 하이트진로 고위 임원이기도 하다. 이들 중 한 명은 과거 금속노조 만도지부, 유성지회에 대한 노조 파괴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인물이다.

다리 난간에 몸을 묶고 저항하던 화물 노동자들 ⓒ제공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

경찰은 그동안 사측의 충실한 경비대 구실을 해 왔다. 대체 수송 차량을 보호하고, 파업 노동자들을 향해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고, 강제 연행하고, 구속영장을 남발했다.

지금까지 화물 노동자 75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황남열 하이트진로 지부장 등 3명이 구속됐다.

윤석열 정부의 경찰 통제와 무장 강화 시도가 누구를 향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6월 화물연대 파업과 대우조선 하청 노조에서 체면을 구긴 지배자들이 세력균형을 뒤집으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은 사용자 측과 윤석열 정부의 완강한 공격에도 굳건하게 투쟁을 이어 가고 있다. 이 노동자들이 고립되지 않고 사용자 측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도록 연대가 더 확대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