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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원의 용감한 폭로를 ‘마약’ 문제로 물타기하지 말라

전우원 씨는 가족들과 완전히 척지기를 감수하고서, 친가인 전두환 일가의 더러운 민낯을 내부에서 드러내고 광주 5.18 유가족 앞에 무릎을 꿇었다 ⓒ출처 YTN 뉴스

경찰이 조만간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 씨를 마약 투약 혐의로 검찰에 넘길 전망이다.

많은 언론들이 그를 정신이상자나 범죄자라며 선정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전우원 씨는 전두환 집안에서 유일하게 내부 고발을 해, 전두환을 추앙하며 군사 독재 시절을 찬양하는 우익 세력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그중에는 대선 후보 시절 전두환 옹호 발언을 해 논란을 낳았던 대통령 윤석열도 포함된다.

3월 중순 전우원 씨는 “전 재산은 29만 1000원뿐”(2003년 불법 비자금 재판 중)이라던 전두환과 그 일가가 연희동 자택에 숨겨 온 비자금이 엄청나다고 폭로했다. “돈이 없다던 우리 가족들은 어디선지 모를 검은돈이 계속 나와 아직도 잘 먹고 잘살고 있습니다.”

전우원 씨는 비자금의 ‘자금줄’로 의심되던 기업의 이름도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경찰은 전두환 일가의 비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우원 씨의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해서는 전 씨가 한국 공항에 들어오자마자 긴급 체포했으면서 말이다.

또, 전우원 씨는 전두환 일가 가운데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해 무릎 꿇고 사죄했다.

전우원 씨는 “다른 누구도 아닌 저의 할아버지 전두환이 5.18 학살의 주범”이라고 말했고, 열사들의 묘역에 방문해서 “민주주의의 진정한 아버지는 여기에 묻혀 계신 모든 분들”이라고 말했다.

지난 40년 넘게 “전두환은 사죄하라” 하고 외쳐 온 유가족들은 통탄의 눈물을 흘리면서도 손자로서나마 사죄하러 온 전우원 씨의 행보를 고맙게 여겼다.

전우원 씨가 이런 행보를 걷기 시작한 시기는 국민의힘이 당대표 선거를 치른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윤석열과 당대표 김기현 등 ‘친윤’파는 군사 독재 정권에 대한 향수로 똘똘 뭉친 극우 세력들과 손잡았다.(관련 기사: 본지 455호, ‘극우와 헤어질 결심 못 하는 국민의힘’)

전광훈에 아첨을 떤 김재원, 극우적 언사를 서슴지 않는 태영호(둘 다 국민의힘 최고위원)는 5.18 광주 항쟁과 4.3 제주 항쟁이 북한 지령이나 개입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역사를 왜곡하고 희생된 투사들과 유가족을 모독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이들을 제명 등 징계하라는 요구를 외면해 왔다.

정부와 여당의 입장에서 전우원 씨는 입을 막아버리고 싶은 성가신 존재일 것이다.

전우원 씨는 ‘살인마 독재자’의 직계 자손으로서 대중의 피로 얼룩진 더러운 권력을 조용히 누리며 살 수도 있었지만, 그 길을 가지 않고 자기 양심을 행동으로 옮겼다.

전우원 씨가 마약을 사용한 적 있다는 사실이 이러한 그의 진정성을 훼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