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시즘2019 해외 마르크스주의자 강연:
SNS 시대에도 혁명적 종이 신문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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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이자 공동 사무국장, 주간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편집자인 찰리 킴버가 8월 22~25일 방한해 노동자연대와 〈노동자 연대〉가 주최한 ‘맑시즘2019’에서 연설했다. 이 글은 8월 23일에 킴버가 한 강연을 녹취한 것이다. [ ] 안의 말은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통역자와 편집부가 덧붙인 것이다.
제 강연을 들으러 오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맑시즘2019’에 대한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오늘 제가 발언할 주제는 혁명가들의 매우 중요한 과제에 관한 것입니다. 바로 혁명가들의 주장을 사회의 훨씬 더 광범한 층에 전파하는 것 말입니다.
혁명적 단체는 원칙, 경험, 운동의 과제를 연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원칙이라 함은
경험이라 함은 노동계급 투쟁의 역사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는
운동의 과제라 함은, ‘이 다음은 무엇인가?’, ‘노동자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학생들에게 앞으로 핵심적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당면한 핵심 과제는 무엇인가?’ 같은
오늘 제가 주장할 바는, 지금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뉴스와 분석을 얻는 시대에도 혁명적 신문은 정말이지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잘 아는
조직, 교육, 선동
종이 신문은 다음 세 가지 점이 핵심입니다. ① 조직자로서의 신문, ② 교육자로서의 신문, ③ 선동가로서의 신문. 이런 점들이 어떻게 표현됐는지
7면에서는 기후변화에 맞서 9월 20일에 영국에서 동맹휴업과 노동자 파업을 하려 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기사 중 하나는 제목이 ‘9월 20일에 모두 거리로’ 입니다. 이 쟁점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조직하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교육자로서의 면모입니다. 14면에서는 50년 전에 당시 영국 노동당 정부가 북아일랜드 공화파의 항쟁을 진압하기 위해 북아일랜드에 군대를 투입했던 역사를 다룹니다.
그리고 선동가로서의 면모는 1면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헤드라인이 ‘보수당 범죄자들을 감옥으로!’ 이고, 여기 철창에 갇힌 사람이
지금은 제가 이
첫 번째는 1850년대 영국의 사례입니다. 영국이 자랑스러울 것은 별로 없고 영국 제국주의에 관해 사과할 것이 많은 나라입니다만, 그래도 하나 내세울 게 있다면 세계 최초의 노동자 운동이 영국에서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이 때문에
당시 차티스트 운동의 지도자 중 한 명이었던 어니스트 존스는 신문이 중요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느 운동이든 가장 먼저, 가장 핵심적으로 갖춰야 할 것은 의사 결정 과정을 기록하고,
레닌
반 세기쯤 건너뛰어 러시아 혁명가들의 신문
레닌은 신문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문은 단지 집단적 선전·선동의 수단일 뿐 아니라, 조직 수단이기도 하다. 신문을 비계, 즉 건물을 지을 때 공사 인력이 작업할 수 있도록 건물 주위에 세운 발판에 비유할 수 있다. 이런 신문을 중심으로 건설된 조직은, 혁명 운동의 극심한 침체기든 전국적 무장 봉기를 준비하는 시기든 당의 위상과 연속성을 지켜내기 위해 어떤 과업이든 수행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다.’ 핵심은, 사회주의자들을 공통의 과제로 집중시킨다는 점에서 신문은 그저 소통 창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직하는 구실을 한다는 것입니다.
러시아 혁명가들은
그 후 레닌은
그로부터 50년을 또 건너뛰어, 이번에 소개할 신문은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의 신문은 아닙니다. 미국 흑인들의 혁명적 조직인 흑표범당의 신문입니다. 신문 창간호의 헤드라인은 불행히도 오늘날에도 미국에서 너무도 자주 일어나는 일에 관한 것입니다. 바로 경찰의 흑인 살해죠. 덴절 다월이라는 흑인의 어머니가 경찰이 아들을 죽였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 신문은 조금 거칠긴 하지만 오늘날 신문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저라면 이 활자 크기를 헤드라인과 똑같이 했겠습니다만, 이거야 사소한 문제죠. 신문의 메시지는 굉장히 선명합니다. ‘경찰이 덴절을 죽였다, 그러니 이 신문을 읽어라.’
흑표범당의 지도적 인물이었던 데이비드 힐리어드는 신문에 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간행물을 갖는 것이 얼마나 결정적인지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이 간행물은 흑인들을 차별하는 국가에 맞서 흑인들의 정치 의식을 고양시키고, 정부의 거짓말을 반박하고, 진실을 전하고, 변화를 촉구하고, 칼과 함께 펜도 쓰기 위한 수단이다.’
힐리어드가 든 칼과 펜의 비유는 가벼운 말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흑표범당은
혁명적 전통
이제 1850년대부터 2019년에 이르는
이것은 영국
첫째는 1968년에 창간한
그래서 신문 1면이 이렇게 나온 것입니다. 헤드라인 제목은 ‘프랑스가 영국 노동자들이 갈 길을 보여 주다’입니다. 프랑스 노동자들이 대규모 총파업을 벌였다면 영국 노동자들도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있겠냐는 겁니다. 이 신문은 4면짜리였는데 상근 기자 한 명이 모든 기사를 썼습니다. 그렇게 많이 팔리진 않았죠.
운동이 점점 부상하면서 지면 수도 늘고 판매량도 늘었습니다. 이 둘째 사진은 같은 해에 나온 신문의 1면인데, 전체 8면짜리 신문이었습니다. 1970년대가 되면 노동자 파업과 작업장 점거가 영국을 휩쓸고, 대규모 광원 파업으로 정부가 퇴진했습니다. 이 셋째 사진은 4만 부가 팔려 당시에 가장 많이 팔린 호의 신문입니다. 영국 노동자 투쟁 역사에서 두드러지게 많이 팔린 것이었습니다.
당시는 영국에서 투쟁이 최고조에 이른 시기였습니다. 투쟁 상승세에 발맞춰
그런데 제가 SWP에 입당한 직후인 1977년에 영국의 계급투쟁 수준이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에 따라 저희는 신문의 형태를 이전보다 훨씬 더 긴 기사를 주로 싣는 방식으로 바꿔야 했습니다. 이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파업하자’, ‘작업장에서 투쟁하자’, ‘정부를 퇴진시키자’ 같은 것
세기의 전환기였던 1999년 말에 시작된 반자본주의 항쟁과, 2001·2003·2004년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으로 대중 운동의 시대가 돌아오면서
마지막 사진은 2012년에 디자인을 개편한 것입니다. 개편의 이유 중의 하나는 인쇄 환경의 변화였습니다. 영국에서 더는 어떤 인쇄소도 큰 판형으로 신문을 인쇄하지 않아서,
그런데 제가 이 모든 역사를 들어서 전하고자 하는 바는,
인터넷
이런
사실 사람들이 주로 온라인에서 뉴스를 접하기는 합니다. 영국에서 ‘지난 한 주 동안 뉴스를 어떤 경로로 접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통계를 보면, 인터넷에서 뉴스를 접하는 비율은 지난 5년 동안 꾸준히 높은 반면, 종이 신문으로 뉴스를 접하는 비율은 5년 사이에 약 60퍼센트에서 35퍼센트로 크게 줄었습니다.
영국만이 아니라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질문에 대한 2016~2019년 한국의 통계를 보면, 인터넷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매우 높아 80퍼센트를 넘는 반면, 종이 신문은 비교적 낮아 약 20퍼센트 정도로 줄었습니다.
자본가들에게 이는 굉장히 중요한 사실입니다. 종이 신문은 돈이 되지 않으니, 이제 수익을 내려면 인터넷에 광고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소셜 미디어
SNS의 중요성 때문에 저는 특별한 명함을 언제나 휴대하고 참석하는 모임에서 늘 사용합니다. 저희 당원들도 그 명함을 신문 가판과 모임 장소에 비치하고, 연대체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눠 주면서 신문을 알립니다. 명함 뒷면에는
SNS는 매우 중요한 매체입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그렇습니다.
SNS를 잘 활용하면
하지만 여기서 논의를 멈춰선 안 됩니다. 지금부터 인터넷도 중요하지만 종이 신문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를 살펴 보겠습니다.
먼저, 혁명이 임박한 상황이라면 인터넷은 차단돼 있을 것입니다. 혁명가들이 유념해야 할 점입니다. 2011년 이집트 혁명 당시 정부는 인터넷을 차단했습니다. 올해 북아프리카 나라 수단에서 대규모 항쟁이 벌어졌을 때 정부는 5주 동안 인터넷을 차단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혁명적 상황에는 왓츠앱 같은 SNS를 이용해 소통할 수 없을 것임을 대비해야 합니다.
또다른 흥미로운 점은, 이 그래프
그리고 이것은 도널드 트럼프 집권으로 인해 사람들이 ‘가짜 뉴스’에 대한 경각심이 생겨 유료 뉴스 구독 의사가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놀랄 일은 아닐 수 있지만 자신을 우파라 밝힌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 수치가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짜 뉴스’에 속든 말든 별 개의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왼쪽에 있는 사람들은, 진실을 접하기 위해서라면 뉴스 구독료를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그래프는 페이스북에서 뉴스 매체 웹사이트로 유입되는 비율의 변화 추이를 나타낸 것입니다.
페이스북은 혁명가들이 노동계급에 주장을 쉽게 전파하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 돈벌이를 위해 만들어진 SNS입니다. 페이스북은 알고리듬을 두 번 바꿔, 뉴스 매체 웹사이트
그래프를 보시면, 참 급격한 변화죠? 첫 번째 커다란 변곡점은 2017년 여름이었습니다. 여기 그래프를 보시면 이후 뉴스 매체 웹사이트로의 유입이 급락합니다. 페이스북은 2018년에 알고리듬을 또 바꿨는데, 이 때도 유입이 크게 줄었습니다.
두 번 모두
조직 건설 과제
남은 시간 동안 저는, 왜 우리가 SNS 시대에도 종이 신문을 계속 발행하고 판매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한지 네 가지를 들어 설명할 것입니다.
① 신문은 독자·판매자들이 스스로를 신문과 동일시하게 합니다.
물론 온라인으로 신문 기사를 읽고 공유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만, 이는 대체로 익명 속에서 이뤄지는 일입니다. 신문을 들고 서서 판매를 하게 되면 ─ 한국에서는 어떻게 들고 판매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영국에서는 이렇게 들고 판매하는데, 1면 전체가 잘 보이게 하려는 겁니다. 초심자들은 긴장한 나머지 반쯤 접어서 품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와서
레닌은 사람들이 혁명적 신문에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세 가지 들었습니다. 첫째는 기사를 쓰는 것입니다. 이는 격렬한 계급투쟁의 순간에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노동자들이 직접 자기 작업장 소식을 기고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신문을 구입하는 것으로, 역시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셋째는 신문을 사지는 않아도 신문에 후원금을 내는 것입니다. 이 셋 모두가 매우 소중한 기여입니다.
② 신문은 다양한 쟁점들을 한데 연결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저는 지난주에 영국에서 열린 홍콩 항쟁에 연대하는
온라인에서는 다릅니다. 온라인에서 기사 하나를 읽은 사람이 다른 기사를 읽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웹사이트 전체를 훑어보지는 않습니다. 종이 신문은 그 특성상 혁명적 정치를 총체적으로 보도록 유도합니다.
③ 신문은 당원들과 그들의 주변 사람들 모두에 교육적 구실을 합니다.
신문을 팔려면 그 전에 신문을 읽어 그 내용을 익히는 것이 좋겠죠. 그러다 보면 여러 쟁점들의 성격, 노동계급 투쟁의 향후 과제에 관한 우리의 의견을 익히게 될 것입니다. 이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④ 혁명적 종이 신문은 신문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에 속한 사람들을 SWP로 견인하는 구실을 합니다.
예컨대
정리하겠습니다.
오늘날은
감사합니다.
토론 정리
발언해 주신 모든 동지들께 감사드립니다.
먼저, 진실과 거짓의 문제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매우 중요한 주제입니다. 혁명적 신문이 지배계급의 추악한 진실을 들춰내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입니다.
한 가지 사례를 들겠습니다. 몇 년 전에 저희 독자 한 명이 영국 정부의 노동조합법 개악 계획을 담은 문서를
‘진실을 말하는 언론’이라는 평판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온라인에 거짓이 넘쳐나는 요즘에는 이 평판을 사수해야 합니다.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모든 파업을 승리한 것처럼 보도해서도 안 되고 1만 규모의 시위를 4만 명으로 부풀려서도 안 됩니다. 진실을 말해야 앞으로 사람들이 우리를 믿어 줄 것입니다.
둘째, 주류 언론과 혁명적 신문의 차이점에 관해 말하겠습니다.
정말 중요한 차이 하나는, 혁명적 신문 구입은 양방향 소통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거리 매대나 상점에서 기성 신문을 구입한다고 신문사가 ‘저희 독자 모임에 나오시겠습니까?’, ‘이전에도 저희 신문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희 단체 가입을 생각해 보셨나요?’ 같은 질문을 하지는 않습니다. 혁명적 신문을 구입하는 것은 사뭇 다른 행위입니다. 혁명적 신문 판매는 독자를 더 많은 정치 활동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신문을 대가로 돈을 받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영국의 주류 신문들은 무가지로 배포하고 광고 수익으로 재정을 충당하는 방향으로 가는 추세입니다. 일부 좌파들도 무가지를 발행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돈을 받습니다. 우리 신문에 모종의 성의를 보여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고,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돈을 지불하려면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지폐를 꺼내야 합니다. 이는 중요한 행위입니다. 일부 사람들은 그 때문에 신문을 구입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구입하는 사람들은 그런 행위로 판매자와 모종의 유대를 갖게 됩니다.
호응
그러나
혁명가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 정치적 사상을 갖는 것뿐 아니라 ─ 세계를 변혁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작더라도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혁명적 신문은 그런 일을 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여러 동지들께서 신문으로 조직하는 법에 관해 발언하셨습니다. 저 역시 신문이 사람들을 정치적 방향으로 이끌 쟁점들을 제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중 한 분이 자신의 작업장에서 매주 30~50부를 판매한다고 하셔서 매우 놀랐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는 정말 대단한 판매 부수입니다. 그런 동지들이 더 많이 있어서 작업장에서 독자 모임을 꾸린다면 더욱 대단한 일일 것입니다.
어떤 분이 노동계급 운동에서 다루기 어려운
때로 우리는 시류를 거슬러야 합니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1970년대에 영국에서, 아일랜드 독립 투사들이 폭탄 테러를 벌인 일이 있었습니다. 잘못된 전술이었고, 아일랜드 독립에 도움도 안 됐습니다. 하지만 당시
이보다 최신 사례는, 지금 영국 노동운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뜨거운 논쟁에 관한 것입니다. ‘영국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낮은 이유가 이주민·난민들 때문인가?’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주의 신문은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 건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모든 일은 결국 작업장·대학·지역사회에서 혁명 조직을 강화하는 것으로 연결돼야 합니다. 다음 번에 더 큰 투쟁이 분출했을 때를 대비해 혁명적 세력의 기반을 더한층 굳히는 것입니다. 그런 기회가 찾아왔을 때 우리가 좀 더 강력해지는 데 오늘의 혁명적 신문 논의가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