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교육청의 성평등 교육 교사에 대한 폭력이 지난 7월 이후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배이상헌 교사의 성평등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수치심과 불편한 감정을 성적 학대 행위로 확대해석하여, 배이상헌 교사를 직위해제하고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광주교육청의 행위는 공권력에 의한 부당한 폭력이다.

가슴아픈 일이다. 광주교육청은 진보교육감이 십년째 수장으로 있어 민주교육의 실현을 위해 선도적인 위치에 있어야 할 교육청이며, 폭력의 피해자인 배이상헌 교사는 누구보다 민주교육에 헌신해 왔음을 자타가 인정하는 교사이기 때문이다.

광주교육청은 배이상헌 교사에게 도덕수업을 받는 학생들 중 일부로부터 배이상헌 교사의 수업으로 인해 성적 수치심과 불편함을 느꼈다는 피해 호소 민원을 접수하였다고 한다.

이후 광주교육청은 7월 8일경 해당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피해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전수조사를 실시하였으며 다음 날부터 수업 배제를 명하였다. 배이상헌 교사는 7월 18일경 해당학교 성고충위원인 보건교사를 통한 성비위 혐의 사실에 대한 문답 과정에서야 수업 배제 요구의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배이상헌 교사는 7월 19일 광주시교육청 교권보호위원회에 교권침해 구제 신청을 하였으며 7월 22일에는 공개적으로 광주교육청의 교권침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다. 광주교육청은 배이상헌 교사의 거듭된 문제 제기를 외면한 채, 7월 23일 배이상헌 교사를 직위해제하였으며, 경찰에 고발하기까지 하였다.

한편, 7월 25일 열린 배이상헌 교사 소속 학교 성고충위원회는 광주교육청의 판단과는 달리 배이상헌 교사의 성비위 혐의사실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배이상헌 교사와 시민단체의 거듭된 문제제기에도 광주교육청은 교육부의 성비위 매뉴얼에 따라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성고충 민원을 접수, 전수조사하고, 성비위 혐의 사실을 확인, 해당 교사를 피해 호소 학생들과 격리한 것일 뿐이며, 경찰에 고발했으니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며 자신의 잘못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우리들은 유감스럽게도 다음 몇 가지 이유를 근거로 광주교육청의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조치를 부당한 폭력으로 판단한다. 광주교육청의 겸허하고도 신속한 반성과 사죄를 기대한다.

광주교육청은 교사의 성희롱 등 성폭력에 의한 성적 수치심과 성평등 교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치심을 전혀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둘 다 수치심이라 표현할 수 있지만 둘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는 점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광주교육청의 잘못된 판단은 여기서부터다. 전자는 범죄행위에 의한 수치심이며, 후자는 성평등 실현을 위한 교육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수치심이다. 즉, 후자는 가해 행위에 의해 발생하는 수치심이나 모욕감이 아니라, 청소년기의 심리적 특징의 하나로, 이성에 대한 언급 그 자체만으로도 일어나는 수치심이다.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몇몇 학생들의 오해나 왜곡도 확인된다. 예컨대, 배이상헌 교사가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나, ‘여성이 성관계를 거부하면 강간을 하면 된다’는 발언을 했다는 내용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광주교육청은 몇몇 학생들이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주는 말을 다시는 듣고 싶지 않으며, 교사를 만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한다.

광주교육청에 묻는다. 우리는 광주교육청의 교권침해를 비호하는 말이나 글을 다시는 듣고 싶지 않으며, 또한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사죄하지 않는 광주교육감을 만나고 싶지 않다. 어떻게 할 것인가?

성평등 교육 수업은 결코 성폭력 범죄가 될 수 없으며 교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적 상황에 불과하다. 교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적 상황은 교육적으로 푸는 것이 정당하고 타당한 방식이다. 다른 수업 상황에서도 학생들과 교사는 종종 불편한 감정이 발생할 수 있으며, 수치심이 작동할 수도 있다. 학생이 불편하면 언제든지 교사를 분리 조치, 직위해제 할 것인가? 아니면, 수업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학생들과 함께 문제적 상황을 함께 타개해 나가야 할 것인가? 다시 말하지만, 성폭력을 포함한 폭력 가해 행위에 의해 발생한 수치심과 성평등 교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치심은 구별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성평등 교육 과정에서 노출된 성적 수치심과 성폭력 범죄를 혼동한 광주교육청의 오판이 그동안 우리 사회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데 기여해 온 미투 운동과 스쿨 미투 운동의 정당성마저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음을 주목한다.

우리는 성평등 교육 배이상헌 교사를 성폭력 교사로 오인, 직위해제하고 수사기관에 고발한 광주교육청의 일련의 행위가 기계적이고 무능하며 폭력적인 것이라는 시민단체들의 비판과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광주교육청의 폭력은 공권력에 의해 정당성을 가장하고 있는 매우 심각한 폭력이다. 우리는 이제라도 배이상헌 교사의 성평등 교육을 성폭력으로 간주하고 기계적으로 무능하게 폭력적으로 직위해제하고 수사기관에 고발한 광주교육청이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시정할 수 있기 바란다. 당연히, 최종 결재권자인 광주교육감의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며, 이러한 잘못된 결정 과정에 참여한 교육청 간부와 담당자들에게도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을 아울러 요구한다.

이미 많이 늦었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이제라도 광주교육청의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 그리고 직위해제 취소 등 원상회복을 촉구하고 기대한다.

배이상헌 교사의 성교육 과정을 성비위로 판단하는 과정에 광주교육청의 중대한 판단 착오가 있었음을 용기있게 고백할 수 있기 바란다.

그리하여 진보교육과 민주교육의 굳건한 동지로 광주교육청이 거듭나기를 바란다.

끝으로 배이상헌 교사의 성평등교육 수업 과정에서 표현된 학생의 불편함과 수치심에 대해 그 정당성 여부를 논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수업에 대한 학생의 문제 제기는 있는 그대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을 밝혀둔다.

왜냐하면, 이번 사건의 핵심 문제 지점은 교육과정에 대한 학생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성폭력 피해 호소로 오인한 광주교육청이 성평등수업 교사에 대해 부당한 폭력을 행사했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이참에 수업 과정에서 학생들의 정당한 불만이나 고충이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를 교육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교육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을 수 있기 바란다.

2019년 10월 19일

교육노동운동의전망을 찾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