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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콜센터 노동자 전면파업:
“업무결정과 지시 내리는 캠코가 직접고용 하라!”

3월 13일,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 고객센터(콜센터) 노동자들이 자회사 반대,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노동자들은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에 속해 있다.

캠코 콜센터 노동자들은 서민금융 지원과 부채 탕감, 신용 회복 등에 관한 상담과 안내를 담당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정부 정책에 따른 캠코의 관련 업무들을 속속들이 파악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며, 작업장도 대전의 캠코 건물에 있다.

이처럼 캠코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중요한 일을 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십수 년간 용역업체에 간접고용 돼 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최저임금 수준의 처우와 높은 노동강도를 감내해야 했다. 용역회사는 노동자들이 시간 당 몇 콜을 받는지로 등급을 매겨 왔고, 상담 태도, 말투 등을 꼬투리 삼아 평가 점수를 깎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악성 민원과 폭언을 들어도 말 한마디 할 수 없는 감정 노동에 시달려 왔다. 캠코는 이런 노동자들의 희생 속에서 ‘서비스 대상’을 받았다.

그런데 캠코 측은 직접고용을 했을 때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에서 정원 승인이 되지 않는다며, 노동자들에게 자회사만을 강요해 왔다.

금융위는 노사 당사자 간의 협의를 승인할 뿐이라며 시치미를 떼고 있다. 한 노동자의 말마따나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고객센터 노동자들에게 희망고문만 하는 것”이다.

자회사 말고 직접고용 3월 1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노동자들. "업무결정과 지시는 공사가, 고용은 자회사로? 직접고용 전환하라!" ⓒ양효영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업무 결정과 지시를 내리는 캠코가 직접고용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캠코 측이 행정오류나 실수를 벌이면 콜센터 노동자들이 문제를 처리한다. 그런데 콜센터 노동자들은 공사 직원으로 대우 받지 못하는 차별을 시정하라는 것이다.

그동안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라는 차별 속에서 노동자들은 업무 방침뿐 아니라 공사 측의 온갖 부당한 지시들에도 응해야만 했다. 노동자들에 따르면, 심지어 캠코 사내 행사에서 콜센터 노동자들이 섹시 댄스와 장기자랑 등을 강요 받는 일도 벌어져 왔다고 한다.

노동자들은 또 다른 용역업체에 불과한 자회사로 전환된다면 공사 측의 책임 회피와 부당한 대우가 계속될 것이라 우려한다.

파업 효과

노동자들은 공사 측 담당자의 망언에 대한 사과도 요구하고 있다. 2월 28일 정규직 전환 실무회의에서 공사 측 담당자는 “자회사 방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앞으로 협의기구 회의는 개최하지 않는다”라며 막무가내로 나왔다고 한다.

콜센터 용역계약은 4월 30일부로 만료된다. 공사 측은 노동자들이 자회사를 받지 않으면 계속 용역회사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식의 협박을 쏟아 냈다고 한다. 비열하게도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을 이용해 자회사 수용을 압박한 것이다.

노동자 대표가 항의하자 “그렇게 공사 직원이 되고 싶다면서 공사 직원인 나한테 왜 그런 태도로 대하느냐”라며 모욕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3월 13일 파업 돌입 후, 부산 캠코 본사와 대전 콜센터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3월 19일에는 금융위가 있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여성 노동자 100여 명이 모여서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힘차게 외쳤다.

"캠코 콜센터 자회사 반대" 업무 지시를 하는 캠코가 노동자들을 직접고용 해야 한다. ⓒ양효영

파업에 돌입하자 콜센터 업무도 차질을 빚고 있다. 공사 직원들이 전화를 받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현재 캠코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콜센터 상담사 연결이 어렵다는 팝업창이 열린다. 그만큼 상담사들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공사 측은 “직원들이 전화 받느라 힘드니 빨리 파업에서 복귀하라”며 앓는 소리를 했다고 한다. 이런 업무 차질은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해 왔는지 보여 주는 것이다.

파업 효과 한국자산관리공사 홈페이지. 콜센터 업무 차질은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해 왔는지 보여 준다.

공공연대노조 캠코고객센터분회장은 자회사를 거부하고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며칠의 파업에도 생계가 위협받는 열악한 처지입니다. 그러나 노동자로서 존중 받으며 살고 싶습니다. 공사는 자회사로 가면 급여를 최대로 높여 줄 테니 처우 개선이나 집중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자회사가 된다면 공사 직원의 눈치 보는 환경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현장 조합원들도 발언에 나섰다.

“고객의 악성 민원과 폭언에 시달린 감정 노동을 대가로 우리 상담원은 방광염과 속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서비스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대통령과 정부가 약속한 정규직 전환, 캠코는 꼼수 부리지 말고 시행하라!”

노동자들은 금융위와 캠코가 정규직 전환 협의에 성실히 나설 때까지 파업과 투쟁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고객센터 노동자들을 즉각 직접고용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