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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이주노동자 조직화 사례’ 토론회:
이주노동자를 몰아내던 노조의 태도가 바뀐 이유

11월 30일 민주노총 주최로 “건설현장 이주노동자 조직화 사례와 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는 지난봄 베트남 건설 이주노동자들의 집단 행동을 불법으로 몰아 탄압한 것에 맞서 여러 단체들이 함께 벌인 방어 운동의 교훈과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열렸다. 특히 이 자리에는 현재 건설노조 내 이주노동자 조직화를 실천하고 고민하는 활동가들이 많이 참가해 보석 같은 얘기들을 들려줬다.

대구경북 건설지부 이길우 지부장은 “나는 2007년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를 몰아내는 사업을 하던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 나는 생각을 바꿔 이제는 부딪히더라도 조합원들을 설득해 이주노동자를 조직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경북 지부의 경험은 의미심장하다. 2006년 파업 후 조합원들이 구속되고 건설 자본가들은 조합원들의 일자리를 이주노동자들로 대체해 버렸다. 사기저하돼 있던 조합원들에게 이주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은 주범으로 보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대구경북 지부는 투쟁으로 ‘직접 고용’을 쟁취했고 세력 관계가 역전됐다. 이 상황에서 노조는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이주노동자들의 조건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이주노동자 조직화로 방향을 바꿨다. 이 사례는 노조가 추구하는 의식적 방향에 따라 이주노동자와 한국 노동자들이 반목하지 않고 단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의미 심장

토론회에는 이길우 지부장과 함께 현장을 돌며 이주노동자들을 조직하는 한국계 중국인(‘조선족’) 조합원도 참가했다.

그는 “우리도 어디서 일하든 더 나은 임금, 조건을 바라고 노동권도 얻고 싶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이 노조에 참가하고 정치 활동하면 추방된다는 교육을 받기 때문에 두려워한다. 이런 문제는 민주노총이 대책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길우 지부장은 “토론도 필요하지만 이주노동자들과 섞여서 함께 일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조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중서부 지부는 대구경북 지부가 이주노동자를 적대하며 추방하려 할 때 가장 앞장서 비판해 왔다. 경기중서부 김태범 지부장은 대구경북 지부의 이런 변화가 너무나 고무적이라며 기뻐했다.

이런 변화는 건설 노조 내에서 이주노동자 조직화를 확대할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건설노조가 이주노동자 문제에 부정적이라고 하지만 사실 민주노총 어느 노조보다 가장 많은 이주노동자 조합원”이 있는 것이다.

이런 조직화가 더욱 확대되기 위해서는 헌신적 활동가에만 내맡겨 둬선 안 된다. 건설 노조와 연맹이 이를 적극 지지하며 인적, 물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

이 토론회에서 두 지부장은 사측의 노동강도 강화에 맞서 고용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확충할 인원에는 이주노동자도 포함된다. 이것이 이주노동자를 현장에서 내모는 것보다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한국인 조합원들과 이주노동자들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