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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파업:
사측 안을 거부하고 파업을 이어가기로 한 노동자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전면 파업과 농성이 6주째로 접어들고 있다. 아스팔트에서 뜨거운 햇볕과 비를 맞으며 생활하면서도 노동자들은 굳건히 대열을 유지하고 있다.

극심한 생활고 속에서도 파업 농성 대오는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었다. 파업 과정에서 조합원 수도 늘었다. 얼마 전에 삼성전자서비스 도봉센터와 일산센터 노동자들이 노조에 집단 가입했다.

노동자들은 "삼성보다 우리가 더 독한 놈들이라는 것을 보여 주자", "종범이의 꿈, 호석이의 꿈을 반드시 이루자"며 투지를 다지고 있다.

6월 20일 삼성 본관 앞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이윤선

한 달 넘게 삼성 본관 앞은 염호석 열사의 분향소이자, 노동자들의 집이요, 투쟁의 거점이 됐다.

다른 노동자들의 연대 집회도 이어졌다. 금속노조는 두 차례 '염호석 열사정신 계승!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열었다. 1천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열사의 영정 사진을 들고 강남대로 한복판을 행진했다. LG, SK, 케이블방송, 현대차 비정규직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도 삼성 본관 앞에서 "진짜 사장이 나와라" 하고 외치며 집회를 했다. 민주노총은 6월 20일 삼성 본관 앞에서 '전국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6월 20일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강남대로를 행진하고 있다 ⓒ이윤선

수많은 노동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도 이 투쟁을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더 많은 노동계급 대중이 마음으로 이 투쟁을 응원하고 있다.

이런 투쟁의 압력으로 사측은 교섭장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지난 5월 22일, 전면 파업 사흘 만에 사측은 처음 노조에 교섭을 요청했다. 그러나 사측은 '삼성 본관 앞 분향소 철수'를 교섭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교섭을 위해 전제 조건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그런 굴욕적 조건을 받아들일 마음이 없었다. “우리가 다 죽어도 분향소를 옮길 수 없다. [분향소를] 옮기라는 전제 조건은 교섭하지 말자는 말과 같다.” 쟁대위는 사측의 제안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5월 28일 사측은 결국 조건 없이 교섭에 나오며 꼬리를 내렸다. 그러나 사측이 "형편없는 안"을 내놓아서 다시 교섭이 결렬됐다. 하지만 곧 사측은 6월 12일 좀더 진전된 안을 들고 다시 교섭을 요청했다.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버티며 파업 농성을 이어가자 삼성도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사측은 열사 명예회복과 책임자 처벌, 생활임금 보장, 폐업센터 노동자들의 고용보장,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 노동자들의 요구에 만족할 만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게다가 6월 15일에는 '협력업체 사장들의 반발이 많다'며 12일 제출한 안보다 더 후퇴한 안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더는 양보할 수 없다’며 시간을 끌고 있다.

노동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이거 받자고 우리가 한 달 동안 파업하고 농성한 것이 아니다”, “이렇게는 호석이 보러 정동진에 못 간다.” 그리고 분회별 토론과 확대쟁대위(분회장, 대의원, 부지회장들로 구성)를 통해 사측의 ‘최종안’ 협박을 거부하고 투쟁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오랜 파업으로 인한 생활고와 노숙 농성의 피로 속에서도 놀라운 투지를 보여 주고 있다.

노동자들에게 불리하지만은 않은 정세 파업을 굳건히 지속하면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사측은 시간이 자기네 편인 양 더는 양보할 수 없다고 하고 있지만, 상황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물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맞서고 있는 상대는 삼성이라는 어마어마한 권력이다. 게다가 삼성은 지금 노동자들에게 밀렸다가는 무노조 경영에 파열구가 나고, 삼성 계열사의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까 봐 양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전반적 상황은 노동자들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다. 삼성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7~8백 명이 삼성 본관 앞에서 파업 농성을 하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들을 지지하는 수천 명이 집회와 행진을 하는 것도 큰 압력이다.

6월 20일 전국노동자대회. 곽형수 삼성전자서비스 부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윤선

되도록 조용히 경영 세습을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삼성으로서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파업 농성이 지속되면서 삼성그룹의 문제점이 사회적으로 쟁점화되는 것에 큰 압박을 느끼는 것이다.

또한 성수기가 시작되면서 센터들의 영업 차질도 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져 기업 이미지에도 타격이 생길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지지율이 세월호 참사 때보다 더 낮을 정도로 지금 지배계급은 정치적 곤경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6~7월 노동자 투쟁이 예고되고 있는 것도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의료민영화에 맞서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파업을 준비하고 있고, 전교조 교사들도 법외노조화 항의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6월 23~28일 총궐기를 하고, 7월 시기 집중 파업에 나서려 한다.

따라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이런 정세를 이용해 굳건히 파업을 유지하고 단호하게 싸운다면 성과를 낼 수 있다. 파업 농성이 6주를 넘어서면서 어려움이 크지만, 파업 농성 대오를 유지하며 노동자들의 힘과 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 연대도 더욱 확대돼야 한다.

한편, 현장 조합원들의 의견과 요구가 교섭에서 충분히 반영되고 관철되는 것은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현재 진행되는 일대일 비공개 교섭은 아쉬움이 있다. 설사 세력관계 상 어려움이 있더라도 교섭 내용이 조합원들에게 정확하게 보고되고 민주적 토론을 통해 노동자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적 토론은 노동자들의 단결을 강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노동자들은 민주적 토론을 통해 서로의 처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또, 노동자들이 요구와 의견이 관철된다고 느낄 때 스스로의 힘을 충분히 끌어낼 수 있다.

삼성전자서비스노동자들의 놀라운 투지와 영웅적 투쟁은 다른 노동자들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불어넣고 있다. SK와 LG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삼성전자서비스 선배 동지들, 꼭 이겨서 돌아가 주십시오. 우리가 여러분의 뒤를 따를 것입니다." 하고 말한다.

삼성전자서비스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