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노동시장 구조개악 분쇄! 공공의료기관 가짜정상화 대책 폐기! 산별 임단협 투쟁 승리!’:
파업 찬반투표 압도적 가결, 총파업 투쟁으로 노동 개악 저지하자

보건의료노조가 ‘노동시장 구조개악 분쇄! 공공의료기관 가짜정상화 대책 폐기! 산별 임단협 투쟁 승리!’를 요구하며 투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조합원 2천여 명이 참가한 10월 14일 서울지역본부 결의대회에서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만약 28일 전야제 때까지 교섭이 타결되지 않으면 전국 상경 총파업으로 갈 것”이고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맞서는 민주노총 총파업과 연동”하겠다고 투쟁 계획을 밝혔다.

10월 15일에 열린 ‘2015 투쟁승리를 위한 동남권원자력의학원지회 조정신청보고 및 총력투쟁 결의대회’와 16일에 열린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 환자존중, 직원존중, 노동존중 3대 존중병원 만들기! 산별현장교섭 승리! 아주대의료원지부 조정신청 보고대회’에도 각각 3백여 명이 참가했다. 10월 20~22일에는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다른 지부들보다 먼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한 한양대병원 지부의 경우 82.1퍼센트가 투표에 참가해 89.9퍼센트가 찬성해 가결됐다. 14일 낮에 열린 경희의료원 지부의 중식 간담회에는 조합원 2백50여 명이 참가해 자리가 부족할 정도였다.

이처럼 병원 노동자들의 불안과 불만은 지난 몇 년 사이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박근혜의 노동 개악이 현장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인력 충원

정부는 노동 개악이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한 것이라며 특히 보건 부문에서 일자리를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보건 부문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청년 일자리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만성적인 인력 부족 때문에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견뎌야 하는 노동자들을 위해서도 병원 인력 충원은 절실하다. 한국의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는 15~19명으로 OECD 평균의 세 곱절이나 된다. 메르스 사태가 보여 주듯이 인력 부족은 환자와 보호자의 안전도 위협한다. 박근혜가 보건 부문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말이라도 꺼내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임금피크제 등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악은 일자리 확충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정작 정부 자신은 총정원제와 총액인건비제 등으로 공공의료기관 인력을 늘릴 수 없게 묶어 뒀다.

현재 국립대병원의 노동자 수는 정원보다 2천7백71명이나 부족하다. 그런데 국립대병원들이 2016~20년간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늘리겠다고 한 인원은 3백56명 밖에 안 된다. 일자리 확대는커녕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에도 한참 모자란 것이다. 또 정부와 병원 측의 책임은 간데없고 노동자들에게만 고통을 전가하는 셈이다.

10월 14일 고대의료원 안암병원 앞에서 열린 ‘보건의료노조 서울 지역본부 총력투쟁 결의대회’. ⓒ사진 조승진

지방의료원, 보훈병원, 근로복지공단 직영병원 등 다른 공공병원들은 법에서 정한 최소한의 인력 기준도 지키지 않고 비정규직으로 부족한 인력을 메우고 있다.

사립대병원들은 정부 정책이라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일자리 확대는커녕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 등 노동조건 공격에만 혈안이 돼 있다. 사립대병원 중 가장 먼저 임금피크제를 들고 나온 고대의료원 사측은 임금피크제가 ‘신규 고용창출이 아니라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라고 노골적으로 그 의도를 밝혔다(고대의료원 지부 교섭 속보 7-1). 뒤를 이어 임금피크제를 거론하기 시작한 서울성모병원과 이화의료원 측도 정작 인력 충원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병원 측은 인력 확충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건비를 줄이려고 임금피크제를 추진하려 한다. 따라서 임금피크제는 이후 전면적인 임금체계 개편으로 나아가는 연결 고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병원 노동자들도 이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부와 병원 측은 지난해부터 병원 노동자들의 임금 체계를 현행 호봉제에서 직무급제와 성과급제 등으로 바꾸려 해 왔다.

직무급제나 성과급제를 도입하면 병원 측은 자기들 입맛에 맞는 ‘성과’ 평가 기준을 내세워 노동자들을 길들이려 할 것이다. 부서나 ‘성과’에 따른 임금 격차는 임금 수준의 전반적 하락으로 이어지고,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단결하는 데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러면 인력 부족이나 무보수 시간외근무 등 현안을 해결하는 데에도 더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박근혜는 더 나아가 일반해고 요건 완화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의 노동 개악도 추진하려 하고 있다.

시간외근무

한편, 지난 몇 년 동안 실질임금이 사실상 삭감돼 온 것 때문에 더는 참기 어렵다는 노동자들의 불만도 크다. 이른바 ‘빅 파이브’든 그보다 수익이 적은 대부분의 병원이든 마찬가지다. 인력 부족 때문에 데이 근무자(오전 6시~오후 3시)가 점심도 못 먹고 9시까지 일하는 일이 벌어지고, 시간외근무 수당도 신청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 인력 충원은커녕 ’능력이 안 돼서’ 오래 일하는 거라는 모욕도 하면서 말이다.

가톨릭대학 성모병원 측은 2013년 임금동결, 2014년 1.2퍼센트 인상에 이어 올해에도 고작 2퍼센트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조차 임금피크제를 논의하기 전에는 임금 협상을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대의료원은 2014년 역대 최대 매출액을 기록하고 의료수익도 전년도 대비 10퍼센트 늘었다. 고유사업목적준비금도 1천4백억 원이나 쌓아 두고 있다. 그런데도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임금안을 낼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한양대병원은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된 지 10년이 넘도록 토요일 근무를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 포함시켜 왔다(소정근로시간 226시간). 결국 각종 수당 등에서 불이익을 받아 온 것이다. 게다가 병원 측은 지난 8월 14일 임시휴일 수당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 공단에서는 휴일 진료비를(평일보다 비싸다) 받아 놓고 말이다.

경희의료원 노동자들은 재단이 경영 악화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며 시간외근무 수당도 지급하지 않으려 하는 데 분노하고 있다. 사측은 비정규직만 늘리고 퇴직자 충원도 하지 않으려 한다.

이화의료원은 공무원연금 개악으로 사학연금 보험료도 인상되자 그동안 사측이 부담하던 보험료 인상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 2008년 동대문 목동 병원 통합 당시 호봉 삭감의 효과가 아직도 남아 있는데 임금피크제까지 도입하려 한다.

이처럼 여러 해 동안 악화돼 온 노동조건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가 높다. 정부와 병원 측에 맞서 노동조건을 방어하려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투쟁은 박근혜의 노동 개악에 맞선 전체 노동자 투쟁의 일부이기도 하다. 박근혜의 노동 개악이 병원 노동자뿐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해 전체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을 하락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20~22일 찬반투표를 압도적으로 가결시키고 10월 28일 파업전야제와 29일 파업 집회로 투쟁을 이어나가 노동자들의 힘을 보여 준다면 전체 노동자들의 자신감도 높아질 수 있다.

민주노총과 함께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 적극 동참하면서 노동 개악에 맞선 총파업 돌입에 필요한 태세를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