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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일 금속대의원대회:
민주노총 중집의 12월 초 파업 계획 철회에도 불구하고 금속노조 대의원 20퍼센트가 12월 3~9일 전면파업을 지지하다

금속노조 지도부는 11월 30일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 결정을 재확정하는 안을 발의·통과시켰다. 핵심 골자는 12월 초 총파업 계획을 철회하고 임시국회로 미루는 것이다. 총파업 시기는 “12월 21일 이후”를 “유력한 시기”로 본다는 것 외에 분명히 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기국회가 끝나지도 않아 여야 야합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 12월 중에 가이드라인 발표가 예고되고 있다는 점, 박근혜 정부가 혹심하게 탄압하고 있다는 점 등으로 볼 때, 이 같은 결정은 여러모로 위험하다.

이 때문에 김상구 지도부는 대의원대회에서 상당한 비판에 부딪혔다. 기아차지부 소속 김우용 대의원은 1백42명의 지지 서명을 받아 수정동의안을 제출했다.

‘당면 노동법 개악을 막기 위해, 12월 3~9일 전면 총파업을 전개한다. 현대차·기아차·한국지엠 등 완성차지부가 총파업에 앞장서며, 금속노조 15만 총파업을 전개한다.’

김우용 대의원은 수정동의안 제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금속노조는 지난 3월 대의원대회에서 ‘국회 환노위에 노동 개악법안이 상정되면 즉각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미 환노위에 법안이 상정돼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12월 3~9일 파업을 하겠다고 했었는데, 이 또한 폐기했습니다. 지도부가 계속 약속을 어기고 파업을 미루고 있습니다. 현장 조합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겠습니까? 지도부에 신뢰를 보낼 수 있겠습니까?

“지금 새누리당은 예산안을 갖고 새정치연합의 목을 조르고 있습니다. 내년이 총선입니다. 그래서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예산 배정을 받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새정치연합은 언제든지 노동 개악에 합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을 믿고 계속 파업을 연기하는 것입니까?

“민주노총이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금속노조와 지역본부들까지 침탈을 당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탄압으로 우리 집안이 털리고 있는데,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금속노조가 12월 3일부터 9일까지 전면 총파업을 전개해야 합니다. 완성차 지부들이 이 투쟁에 앞장서야 합니다.”

현대차지부 소속 박성락 대의원은 수정안에 찬성하며 말했다.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방침이 어떻다, 완성차 지부들의 일정이 어떻다’ 이런 얘기를 하시는데. 금속노조 대의원대회가 기업지부의 결정을 따라야 하는 것인지, 기업지부가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결정을 따라야 하는 것인지 헷갈리게 하고 있습니다.

“15만 금속노조의 대의원들이 결정하면 됩니다. 현장 조합원들은 ‘도대체 언제 총파업 하는 거냐’고 묻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선봉부대인 금속노조가 힘차게 총파업을 결의합시다.”

갑을오토텍지회 안재범 대의원은 총파업으로 현 정국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침탈을 당했습니다. 한상균 위원장이 체포되기 직전입니다. 지금 정세가 어떻습니까? 우리가 공세적으로 밀고 가는 상황입니까, 밀리고 있는 상황입니까?

“지금 시기에 총파업을 선언하지 못하고, 또다시 새정치연합 믿고 국회만 믿고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기아차지부 이명환 대의원은 정기국회 통과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오늘 새정치연합은 약속을 뒤집고 의료민영화를 위한 법안에 야합했습니다. 또 방금 한중FTA 비준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습니다. 그것도 반나절 만에 통과됐습니다. 여야가 야합하기로 결정하면 그 즉시 파업해도 개악을 막을 수 없게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총궐기로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까? 전면 총파업이 시급합니다.”

족쇄

일부 대의원들은 “아직 파업 준비가 안 됐다”, “현장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 같은 주장에 반대했다. 그러나 정부의 공세가 몰아치는 지금 또다시 파업을 미룬다면 사태가 노동자들에게 한층 불리하게 진행될 수 있고, 사태가 너무 기운 뒤에야 파업을 호소하면 노동자들의 파업 의지를 끌어내기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다.

김상구 위원장은 “정기국회에서 노동 개악법이 통과되지 않는다는 객관적 정세를 무시하고 지금 총파업을 할 수는 없다”고 기계적이고 결정론적으로 주장했다. 마치 ‘객관적’ 정세를 새정치민주연합이 보장한다는 듯이 말이다.

또 그는 “민주노총 중집 결정이 있고, 한상균 위원장이 전권을 갖고 있다”, “파업 시기를 위임해 달라”며 거듭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김상구 위원장은 민주노총 중집 회의에서 가장 앞장 서서 한상균 집행부의 12월 3~4일 경고파업 안조차 반대하며 12월 초 총파업 계획 철회를 이끌었다. 그런 김상구 위원장이 금속 대의원대회에서는 민주노총 중집과 한상균 위원장 전권에 대한 존중을 앞세워 대의원들의 반발을 무마하려 한 것이다.

특히 김상구 위원장은 수정동의안이 표결에 부쳐지면 “금속노조가 파업에 반대하는 것처럼 오해될 수 있다”며 “충분히 토론하되 표결은 안 된다”고 말했다. 12월 초 총파업 철회에 대한 반대가 만만치 않음이 드러나는 게 부담스러워, 수정안 발의자에게 자진 철회를 압박한 셈이다.

이처럼 김상구 위원장이 으르고 달래며 수정안 지지 진영을 흔들자 발의 서명자 사이에서도 동요가 있었다. 집행부와 수정안 발의자가 상호 논의해 파업의 시기와 수준을 논의해 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기국회에서 여야 야합 위험성과 혹심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김상구 위원장은 임시국회 이전에는 총파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타협의 여지는 없었다. 수정안 발의자는 12월 3~9일 전면 총파업 제안에서 물러설 의사가 없음을 단호하게 밝혔다.

지도부는 정회 후 중집 논의 결과라며 김우용 대의원 수정안에 대한 “중집 수정안”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임시국회 개원 시 경고파업을 포함한 총력 투쟁 계획을 중집에서 수립해 집행”이라는 추상적 말 외에는 ‘민주노총 결정에 따른다’는 금속 지도부의 원안과 다를 게 없는 안이었다.

그런데도 지도부가 이 안을 그럴싸한 결의를 모은 새로운 안인 것처럼 제안한 것은 김우용 대의원이 발의한 수정안을 표결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꼼수였다. 수정안에 대한 재수정안이 제출되면, 재수정안부터 투표하게 되고, 이것이 가결되면 수정안은 자동 폐기되기 때문이다.

이를 꿰뚫어 본 대의원들은 지도부의 꼼수에 반대하며 수정안을 먼저 표결하자고 주장했다. 기아차지부 소속 신태섭 대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집행부의 수정안은 애초 제출한 원안(민주노총 중집 결정)과 다를 바가 없다. 비슷한 안을 내놓고는 그것부터 표결하자는 것은 맞지 않다.”

결국 김우용 대의원이 발의한 ‘12월 3~9일 전면 총파업’ 안이 먼저 표결에 부쳐졌다. 이 안은 재적 대의원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19.4퍼센트(66명)의 지지를 얻었다.

비록 수정안은 부결됐지만, 민주노총 중집의 12월 초 총파업 철회 결정이라는 근본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20퍼센트 가까운 대의원들이 ‘지금 실질적 총파업에 나서야 한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의미가 크다. 더구나 김상구 위원장의 표결 불가 압박에 좌파 중 일부가 흔들리며 타협하자는 제안까지 한 상황에서, 굳건하게 12월 3~9일 전면 총파업으로 정부 공세에 맞서야 한다는 대의원이 20퍼센트나 된 것은 결코 적지 않은 수였다.

그동안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현장이 어렵다며 투쟁을 미뤄 왔다. 그러나 이번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12월 초 총파업 결정의 족쇄로 작용한 것은 다름 아닌 민주노총 지도부(중집)의 결정이었다. 만약 민주노총 중집이 12월 초 파업을 결정했다면, 금속 대의원들이 이를 압도적으로 지지·결의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탄력을 받아 현장에서 총파업 조직에 나설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