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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울산 선거와 노동자 후보 단일화

지난해 경제 위기 고통전가, ‘노동개혁’ 등을 강행하려는 박근혜 정부와 싸우면서 자신감을 어느 정도 회복함과 동시에 한계도 느낀 노동자들은 올해 총선에서 자신들의 요구와 압력이 반영되길 바란다.

지난주 진보 단일화를 위한 경남 창원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는 투표율이 70퍼센트가 넘었다. 많은 조합원들이 노동자 후보의 국회 진출에 관심과 열의를 보인 것이다.(이 투표에서는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선출됐다.)

당연히 현대자동차 등 민주노총의 주요 제조업 작업장이 밀집된 울산도 관심의 대상이다. 울산의 북구와 동구는 10여 년 전부터 노동운동이 국회의원과 구청장 선거에서 당선자를 냈던 노동자 정치의 1번지 같은 곳이다. 그래서 울산 북구와 동구는 경남 창원성산과 함께 (지역구 당선을 목표로 하는) 민주노총의 전략 선거구다.

현재 울산 동구에는 김종훈, 이갑용 후보가, 북구에는 윤종오, 조승수 후보가 예비후보로 출마했다. 과거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해당 지역구에서 공직에 당선한 적이 있는 후보들이다. 이들은 민주노총의 요구로 단일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울산에서 좀 더 좌파적이고 노동자 운동의 스피커 구실을 좀 더 잘 할 후보가 새누리당을 떨어뜨리고 국회의원이 되면 노동운동을 고무할 것이다.

울산 동구

울산 동구는 “현대왕국”으로 불리던 곳으로 그룹 회장인 정몽준이 과거 내리 5선을 했던 곳이다. 현대중공업 사측이 선거 때 공장은 물론 직원 사옥에서까지 진보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방해한 것은 유명하다. 지금도 그의 측근인 새누리당 안효대가 지역구 국회의원이다. 이곳에서는 새누리당의 영남 패권뿐 아니라 대기업 현중의 영향력에도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다.

과거에 비하면 새누리당과 진보정치 후보 간에 국회의원 표차도 줄어 왔고, 최근의 두 차례(2011, 2014년) 구청장 선거에서는 잇따라 진보 후보들의 득표가 더 많았다.

옛 진보당 울산 계열의 단체 ‘민주와 노동’ 대표인 김종훈 후보는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동구청장을 지냈다. 김 후보는 “조선산업 발전과 노동자 고용안정으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고 강조한다. 쉬운해고금지법, 사내유보금으로 고용보장, 체불임금 국가책임화 등의 노동자 권리 보장 정책과 친환경 선박 개발, 해양플랜트 사업에 대한 국가 지원 등 조선산업에 대한 범국가적 지원 확대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민주노총과 현대중공업노조 위원장 출신인 이갑용 후보는 현재 노동당 울산시당 위원장이다. 이 후보도 2002년에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구청장에 당선했다. 당시 중앙정부와 울산시(새누리당)의 전국공무원노조 징계 명령을 거부했다가 부당하게 구청장 직을 사실상 박탈당했다. 이갑용 후보는 “28년 재벌정치 바꿉시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현대중공업의 정몽준 같은 대자본가에게 세금을 많이 거둬 노동자들의 복지와 고용에 쓰자고 강조한다. 노동당은 자본에 보유세를 매겨 기본소득, 임금 인상 등에 사용하자는 공약을 내놓았다.

구체적 공약을 보면, 김종훈 후보가 노동자 고용안정을 주장하면서도 이를 기업경제 살리기와 절충하려는 면이 있는 반면, 이갑용 후보는 좀 더 좌파적으로 재벌에 맞선 노동자·민중의 저항과 투쟁을 강조한다.

이런 차이는 아마도 이 후보가 현대중공업의 새 민주파 집행부 지지 성향 활동가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이 지지 받는 분위기와 관계 있을 듯하다. 현재 이 후보의 선대본부장, 후원회장이 모두 현중 활동가 출신이다(선대본부장은 10년 만의 민주파 위원장이었던 정병모 전 위원장).

두 후보는 2월 23일 큰 틀에서 단일화 방식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동구 지역 민주노총 노조들과 현대중공업노조의 조합원 총투표 방식을 기본으로 할 듯하다.

지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노조인 현대중공업노조는 노보 등을 통해서 단일화를 강력하게 촉구한 바 있고,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민주노총 소속이 아닌 현대중공업노조도 총투표에 함께할 대상으로 꼽았다.

울산 북구

울산 북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민주와 노동’ 윤종오 후보는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활동가) 출신이다. 북구에서 구의원, 시의원, 구청장을 지냈다. 윤 후보는 이제 울산의 첫 노동자 국회의원이 되겠다며 노동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윤 후보는 동구 김종훈 후보와 함께 ‘쉬운해고금지법’을 공동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한 기업주들의 “황제 임금”을 깎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늘리는 최고임금제와 최저임금 현실화 등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북구에서 구청장, 국회의원에 당선한 바 있고, 현재 정의당 정책위원회 의장인 조승수 후보는 아직 구체적인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다. 정의당 자체는 법인세, 사내유보금 등에 과세해 평균임금 월 3백만 원 사회를 만들자는 공약을 내놨다. 조 후보 본인은 그동안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의 경제적 양보를 주 내용으로 하는) 사회연대전략 등 온건 개혁주의 정책에 힘을 실어 왔다.

북구 지역은 진보 후보들 간에 단일화 방식 차이가 더 뜨거운 쟁점이었다.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 방식(윤종오)과 안심번호 전화 여론조사 방식(조승수)이 대립했다. 최신 소식을 보건대, 두 방안을 혼합하는 것으로 양측 의견이 접근한 듯 보인다.

애초에 조 후보가 안심번호 여론조사 방식 1백 퍼센트를 고집하며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의견 반영을 배제하려 한 것은 잘못이었다. 노동운동 기반 진보 정치인이 선진 노동자들의 여론을, 개인에 대한 유불리만 따져 ‘신 포도’처럼 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이 점에서 같은 당 노회찬 후보와 비교된다.)

완주

조만간 울산의 두 선거구에서 단일화 방식이 최종 합의될 것으로 보인다. 온건한 사회적 합의 추구보다는 대중 투쟁을 강조하는 좀 더 좌파적인 후보가 민주노총 단일후보가 돼야 한다.

이런 후보가 총선 본선에서도 경제·안보 위기를 빌미로 우파 결집을 추구할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 맞서 일관된 대변자 구실을 하며 노동자들의 사기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래로부터 노동자 수만 명의 투표와 지지로 선출된 “민중단일후보”는 후보 사퇴의 의미를 함축하는 야권후보 단일화에 결코 응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