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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합동 단속 실시:
살인적인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추방 중단하라

최근 정부는 현재 11.3퍼센트인 미등록 체류율을 2018년까지 9.3퍼센트로 줄이겠다며 대대적인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에 나섰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한 해 평균 5천 명씩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도권과 영남권에 광역단속팀을 가동하고 경찰청까지 동원하는 정부 합동 단속을 무려 20주간 실시하겠다고 한다.

4월 4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8회 외국인정책위원회에서도 미등록 체류자 “상시 단속 체제 강화”가 강조됐다. 정부는 지난해 파리와 최근 브뤼셀 공항 참사, 미등록 이주민의 강력범죄 증가를 체류관리 강화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같은 이유로 정부가 지난해 연말 테러방지법 제정과 출입국관리법 개악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일 때, 이주민에 대한 탄압 강화는 예고된 것이었다.

단속추방 과정에서 한 해 두 명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이 죽고 있다 ⓒ이미진

그러나 이런 끔찍한 테러와 참사는 미등록 이주민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서방 정부들이 수십 년간 지속해 온 무슬림에 대한 체계적 차별과 이슬람을 악마화하면서 지속해 온 서방의 대 중동 전쟁이 낳은 산물이다.

미등록 이주민이 강력범죄를 증가시킨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체류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외국인 범죄가 증가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외국인 범죄 연구자들이 모두 인정하는 것은 미등록 체류율과 외국인 범죄율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점이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박영아 변호사가 한 지적처럼 “미등록 체류의 가장 큰 피해자는 불법행위를 당해도, 인권 침해를 당해도 어디 가서 호소할 수 없는 미등록 체류자 본인”이다.

정부는 지금 이주민 중 가장 취약한 집단인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근거 없는 공포감을 조장해 마녀사냥을 정당화하고 사회 통제를 강화하려 한다.

야만적 단속

벌써부터 야만적인 단속으로 피해를 입은 이주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3월 30일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가구 공단에서 여러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14개월 된 아이의 엄마가 단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여성은 다행히 인권위의 조치로 풀려나기는 했으나 단속이 지속되는 한 이런 비인간적인 일은 되풀이될 것이다.

최근의 단속 과정에서 경주에서는 한 이주노동자가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고, 서울 동대문과 숭인동에서 하루 2번씩이나 단속이 진행돼 봉제공장에서 일하던 중국,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이 잡혀갔다.

단 며칠 동안 벌어진 단속 사건들만 봐도 이번 정부의 집중 단속은 상당히 공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듯하다. 안타깝게도 이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매우 커질 것이다.

"살인적인 단속추방 중단하라" 4월 7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열린 단속추방 반대 기자회견. ⓒ임준형

2003년 이후 지금까지 직·간접적인 단속 과정에서 30명이 넘는 이주노동자가 사망한 것이 이를 잘 보여 준다. 한 해 평균 2명이 넘는다. 알려진 숫자만도 이 정도인데 “지난 어느 해보다 강력한 단속”을 하겠다니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이주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가겠다는 것인가!

심지어 정부는 고용노동부 소속 공무원의 “불법체류자 적발 통보 활성화”도 하겠다고 한다. 앞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산재, 임금 체불 등 권리 구제를 위해 노동부를 찾아가기 더 어려워지게 생겼다. 그동안 이주 운동 진영이 미등록 체류자를 보면 신고하게 돼 있는 공무원의 ‘통보 의무’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는데, 이를 되돌리려는 시도다.

또, “불법체류 위험성이 낮은 외국인 선별 입국”, “도입인력 쿼터 배정시 국가별 불법체류율 반영” 등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주노동자 출신 국가들로부터의 입국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또 이주노동자 출신국 정부들이 직접 나서 통제하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이 겪을 고통은 배가될 것이다.

항의

4월 7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와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민주노총과 이주민 지원 단체를 비롯한 인권·사회·노동 단체들이 단속추방 즉각 중단을 요구는 긴급 항의를 벌였다.

이번 단속이 테러 위험과 범죄 문제를 명분으로 내세워 벌어지는데다, 며칠 만에 전국에서 나타난 공격적 단속 행태를 보면서 이주노조를 비롯해 전국의 이주민 지원 단체들은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항의 참가자들은 정부 단속의 부당함을 힘주어 발언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사업장에서 강제 노동, 장시간 노동, 사업주의 부당한 대우 등 여러 가지 차별을 견디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사업장을 이탈해서 미등록이 된다. 이것을 정부도 모르지 않으면서 단속추방 하는 것은 이주노동자에게 미등록이 되는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규탄하며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와 노동권 보장을 위해 계속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우 외노협 운영위원은 “단속이 두려워 이주민이 모여 있는 곳에는 가지 않으려고 한다.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이 두려워 차량으로 몰래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지난 2월 의정부에서는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해 소송 중이던 한 이주노동자가 길거리를 걷다가 영문도 모른 채 단속돼 공항까지 끌려가는 일도 벌어졌다. 심지어 단속원들은 그의 몸을 수색해 지갑에 있던 카드로 멋대로 항공권을 결재해 버렸다. 김 운영위원은 “일을 할 때는 아파도 상관하지 않으면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건강, 임금, 퇴직금에 대해서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조차 주지 않고 마구잡이 출국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단속추방은 미등록 이주노동자, 나아가 전체 이주민들을 위축시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하게 한다. 억울하거나 부당한 일을 당해도 참고 ‘가만히 있으라’고 강요하는 효과를 낸다.

미등록 체류자 문제는 직장 이동 금지, 이주노동자 체류 기간 제한, 가족 동반 불허를 특징으로 하는 단기 인력 수입 정책, 그리고 국적과 경제적 지위에 따라 입국을 규제하는 정책이 그 원인이다. 과거 산업연수제와 현재의 고용허가제가 대표적이다.

최근 몇 년째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 중 미등록 체류자가 늘고 있는데, 2015년 현재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 중 23퍼센트가 미등록 상태가 됐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6개월 미만 체류만 허용하는 초단기 계절노동자제도 도입까지 도입할 계획이다.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농업 이주노동자들의 처지는 더 악화될 것이고 미등록 체류는 더 늘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위선적인 미등록 이주민 단속·추방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미등록 이주민들은 대부분 노동자로 살아가며 한국 사회에서 수혜를 입는 것보다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이주아동 등 모든 미등록 이주민은 합법적 체류 자격을 부여 받고 정당한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자격이 충분하다.

한국의 노동운동과 진보·좌파들은 정부의 야만적 단속 추방을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미등록 이주민을 방어하는 목소리를 적극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