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당 당 대표 재선거 ― 동학과 전망
〈노동자 연대〉 구독
영국의 올해 여름은 노동당 대표직을 놓고 격렬한 전투로 점철됐다. 노동당 의원단
거대한 대중이 즉각적으로 코빈을 방어하려고 모인 것은 코빈의 결의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코빈은 그에게 혹독했다는 노동당 의원단 회의 후 국회에서 나와 곧바로 국회 앞 광장에 모여 있던 5천 명이 넘는 대중
이후 몇 주 동안 이런 패턴이 반복됐다. 노동당 의원단이 계략을 부리고 대중매체가 그 계략을 열심히 부풀리면, 거대한 아래로부터의 대중집회가 코빈을 방어하는 식이었다. 지난해 당 대표 선거 운동 중 코빈이 연설한 집회 규모도 충분히 인상적이긴 했지만, 이번 여름 집회 규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잉글랜드 북부 도시를 주말에 돌아다니면서 코빈은 리즈에서 2천 명, 헐에서 3천 명, 리버풀 전역에서 5천~1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참가한 열광적 대중 집회에서 연설했다.
대중집회의 규모는 노동당 열세 지역에서도 인상적이었는데, 밀턴케인스에서 1천5백 명이, 콘월주 레드루스에서는 수천 명이 집회를 벌였다. 노동당 당원 수도 급증했다. 불과 몇 주 만에 10만 명이 노동당에 가입했다. 노동당 당원 수는 이제 55만 명 정도로, 블레어 지도부 시절 1997년 총선에서 승리한 직후 찍었던 정점
토니 블레어* 시절과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지 보여 주는 한 가지 사례가 있다.
노동당 우파들은, 존 스미스 지도부 시절
강행
1인 1표제 요구 전술은 성공한 듯했고 이후 노동당 우파의 단골 전술이 됐다. 그래서 2013년까지만 해도 노동당 우파는 1인 1표제를 활용해 ‘콜린스 개정’을 성공적으로 강행 통과시켰다. ‘콜린스 개정’은 ‘명부등록 지지자’ 자격으로 비당원들에게 당내 투표권을 부여하고, 노동당 연계 노조 소속 당원들에게는 당내 선거에서 투표권을 얻으려면 직접 “사전등록”해야만 하도록 강제하며, 노동당 대표 선거에서도 의원·노조·당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이 선출하는 기존 방식을 버리고 1인 1표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당규 개정안이었다. 이런 개정을 추진한 데는, 유권자들이 노동당 의원단
그러나 노동당 좌파가 치명상을 입기는커녕 ‘죽었다 살아난 나사로’처럼 코빈을 중심으로 부활하는 것을 목도한 노동당 우파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노동당 우파는 1인 1표제에서 황급히 후퇴해야 했다. 법정에서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당 기구를 움직여 당 대표 선거에서 신입 당원을 배제시켰다. 또한 규정을 바꿔 투표인단 등록비를 3파운드에서 25파운드로 대폭 올렸고, 등록 기간도 이틀로 줄여 버렸다. 또 코빈의 후보 등록 자체를 차단하려다 실패했다.
이 모든 것은 코빈 지지자들을 막말꾼·폭력배·유대인혐오로 모는 끈질긴 비방 운동과 결합됐는데, 가장 최근 있었던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는 트로츠키주의자들이 노동당에 침투했
노동당 우파의 이런 전술은 그들이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증거다. 또 다른 증거는, 노동당 의원단이 당 대표 선거를 피할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서 후보로 내세운
이 모든 것이 지난해 코빈의 놀라운 승리를 가능케 한, 해결되지 않은 모순이 분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급진 좌파적 대안에 대한 열망이 그리스의 시리자처럼 주류 사회민주당 바깥의 더 작은 좌파 세력으로 가거나 스페인의 포데모스처럼 완전히 새로운 정당에 갔지만, 영국에서는 껍데기만 남은 듯했던 노동당 내부에 자리잡았다. 당 대표가 의원 80퍼센트의 지지를 잃으면 사퇴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인과 논평가들 사이의 상식이다. 그러나 코빈은, 의회주의 정당에서 통상적으로 의원단의 이해관계를 가장 잘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이 당 대표로 선출되는 것과 다른 경로로 대표가 됐다. 오히려, 코빈은 노동당 의원단이 보수당의 복지 국가 공격과 긴축에 아무런 실질적 반대를 내놓지 못한 것에 대한 반발을 등에 업고 선출된 것이다.
그 때문에, 코빈이 노동당 의원단 내에서 지지가 약해지면 코빈 지지자들은 그를 방어하기 위해 대중집회를 거듭 벌일 수밖에 없다. 노동당 선거구 모임에서, 대중 집회에서, 그리고 거리 시위에서까지 말이다. 그 과정에서 코빈 지지자들은 노동당 우파, 대중매체, 법원 등 지배계급 권력 핵심 방어물 중 적어도 일부에 맞서 싸워야 했다. 그러면서 더 큰 정치적 쟁점이 제기됐고, 노동당 좌파들 사이에서 더 큰 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노동당 의원단 다수와 노동조합 관료 다수 사이의 분열이, 현재 노동당 내 세력 관계에서 좌파들이 우세한 데에
주요 노조 지도자들이, 노동당 정부가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 때보다 코빈 하에서 자신들의 요구에 좀더 우호적이 되길 바라며 코빈을 지지한 것이 코빈에게 큰 보탬이 됐다. 그러나 이 지지는 무조건적이지도 균등하지도 않다. 유나이트 위원장 렌 맥클러스키는
공공서비스노조 사무총장 데이브 프렌티스는 좀 더 직설적이었다. 공공서비스노조 명의로 코빈 지지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프렌티스는
구호
노동당 우파는 이렇게 을러댄다. “좌파는 선거에 이길 수 없다”, “제러미 코빈은 마이클 풋*의 재탕이다”, “노동당은 1983년 수준으로 재앙적인 지지나 받던 처지로 돌아가기 직전이다” 등.
이들이 간과하는 것은, 약 10년 전부터 노동당 우파 자신도 득표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1983년 노동당은 8백45만 6천 표
그렇다면, 코빈을 지지하며 노동당에 들어온 수십만 명은, 총선 승리를 위해
하지만 노동자들이 급진적인 노동당 강령을 지지하게 하려면, ‘시장을 거스를 수는 없다’고 주장하는 지배계급 사상에 도전할 만큼 자신감이 전반적으로 고양되는 것이 사활적이다. 그리고 이는 투쟁 수준에 결정적으로 달려 있다. 고립되어 있고 수동적인 노동자보다 집단적 투쟁에 활발히 참여하는 노동자들이 대중매체가 유포하는 주장을 거부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이다. 이런 지적에 수긍한다면 그런 투쟁을 건설할 필요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당이 분열할 수도 있을까? 분명, 코빈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당을 쪼개 나갈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1981년에는 벤 좌파가 반대파를 공천에서 탈락시키겠다고 위협한 데서 분당 움직임이 촉발됐다. 그러나 그러고서도 겨우 의원 28명만이 사회민주당으로 떠났을 뿐이다. 사회민주당은 당시 여론조사에서 놀라운 지지를 얻으며
코빈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관점에서 봤을 때 최소한으로 말해도 분당은 상당한 도박일 것이다. 공천 탈락 이야기가 현실이 되면 몇몇 의원들이 분당을 시도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거부
다시 말해, 지난해의 패턴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빈에 반발하는 노동당 우파와 의원단 다수가 코빈의 지도를 거부하면서도 코빈을 내쫓을 수는 없는 상황 말이다. 코빈은 노동당 의원단과 협력하려 시도했었다. 지난 12월, 힐러리 벤이 의회에서 시리아 폭격 찬성 연설을 했음에도 예비내각 외무장관에서 파면하지 않기로 한 코빈의 결정은, 대표적 사례이지만 비슷한 사례는 더 많다. 힐러리 벤은 이후 코빈에 충성하기는커녕 코빈에 맞서 예비내각 내에서 반란을 조직하는 데에 그의 지위를 이용했다.
코빈 지지 단체 ‘모멘텀’ 내 다수는, 코빈의 지시를 따르길 거부하는 의원들과 노동당 우파들에 대해 더 분명히 선을 긋는 것을 바라 마지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코빈이 반대파와 단결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력도 상당하다. 코빈을 지지하는 일부 노조 관료들도 이런 압력을 보내고 있다.
사회주의노동자당
혁명가들은 이런 주장을 인종차별 반대, 파업 연대 건설, 전쟁 반대 운동 등에서 새로운 세대의 노동당 좌파들과 함께 행동하면서 참을성 있게 펼쳐야 한다. 또한 혁명적 좌파는, ‘지배계급은 지금도 정치적으로나 언론을 이용해서나 코빈을 이토록 물어뜯는데, 코빈이 총리가 됐을 때는 어떻겠는가?’ 하는 단순명료한 질문 또한 던져야 한다. 여지껏 지배계급은 자신들의 무기 중 극히 일부만 활용해 왔다. 역사를 돌아보면, 지배자들은 개혁적 성향의 노동당 정부가 들어서면 영국 자본주의의 안정성과 수익성에 해를 끼치지 않게 하려고 투자 파업, 통화 위기, 고위 공무원과 사법부의 사보타주, 첩보 기관 등을 이용한 계략을 부렸던 바 있다.
지금은 영국 좌파들에게 흥미진진한 시기다. 그러나 코빈을 중심으로 한 운동은 향후 수개월에서 수년 내에 거듭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종파주의적이지 않으면서도 독립적인 혁명적 좌파가 그 운동의 궁극적 발전에서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