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민주노총 중심의 진보대통합에 대한 오해에 대하여’에 대한 반론의 재반론:
진정한 다원주의란 무엇인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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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격적인 글을 시작하기 전에, 제가 진보대통합 연대회의의 입장을 책임 있게 대변하는 사람도 아니고 자민통 운동 계열에서 소위 말하는 급
2. 먼저 지난 글
“왜 9월 2일 중집 전에
그리고
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자민통 운동 계열이나 진보대통합 연대회의가 여러 부분에서 그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입장 표명을 하는 정치행위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의견 전달을 하겠습니다.
3. 평소에 많은 진보운동 활동가들이 ‘종파’를 부정적 뉘앙스로 얘기할 때는 정파나 파벌과 같은 뜻을 가진 종파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종파분자나 종파주의를 뜻하는 말로 생각하고 쓴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쓰는 단어를 제가 좀 더 명징하게 사용하지 못 한 책임입니다.
그런데 “자민통계의 당 개념”이 “자신들이 주도한 단일 정당 밖에 있는 세력은 다 종파이자 척결 대상”으로 본다는 식의 이해는 어느 논리적 맥락에서 등장한 말인지 알 수가 없네요. 심지어 자민통 계열이라고 통칭되는 자주파의 정파 중에 제가 인지하는 것도 10여 개 정도이고 정치전략 관련한 노선이나 당면한 투쟁노선도 상당히 차이가 있어서 그 가운데에서도 뜻을 모으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또 만약 그런 생각이었다면 굳이 민주노동당이나 통합진보당 같은 정치적 시도를 하지 않았겠지요. 지난 시기 여러 패권적인 모습을 보인 적이 있기 때문에 이해합니다만 굳이 이렇게까지 악마화 시킬 필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4. 자민통 계열이 노동계급 단결의 기초를 정당으로 본다는 것은 생소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진보정치란 사회의 개혁적 변화를 추구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한계를 폭로하여 정치-경제 권력의 전복을 위해서 준비하고 조직하는 것을 말하고, 진보정당이란 이런 진보정치의 대중적 거점이자 대중운동 내부의 선진 활동가들의 정치적 거점으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당이란 괜찮은 발명품을 노동계급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고 변혁운동의 성장과 승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지 그것을 노동계급의 단결의 기초로까지 생각하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만약 그랬다면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두 차례의 분당은 노동계급의 단결의 기초가 깨어진 초유의 사태인데, 그런 상황까지 되도록 만들지 않았겠지요.
노동계급을 포함한 전체 민중운동의 단결의 기초는 각 대중들이 스스로 조직한 대중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조 운동의 단결의 기초는 민주노총이고 그 외에도 자본주의 착취 구조에서 존재하는 여러 형태의 민중들이 조직한 대중조직들이 대중의 이해와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단결의 기초가 된다고 봅니다.
5. 진보대통합 연대회의와 민중연합당, 둘은 현재 채택하고 있는 정당 건설의 노선이 다른데 원칙과 전략의 차이가 아니라 전술의 차이라고 하면서 그 근거를 민중연합당 김창한 상임대표의 인터뷰를 들고 있습니다. 김창한 상임대표의 인터뷰 내용과 진정성을 떠나서 민주노총 정책대대에서 민중연합당 성향의 대의원들이 어떤 발언을 했나 알아보셨는지 궁금하군요.
제가 보기에 현재 민중연합당의 진보대통합 대한 입장은 정의당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추후에 진보대통합이 구체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이면 몰라도 지금은 각자의 정당이 가지고 있는 자기계획표에 따라 움직이고 있고, 민중연합당의 경우에는 2018년 지방선거 후보를 벌써 준비하고 있기도 합니다. 사실 그게 현존하는 정당이 해야 할 당연한 것이기도 하지요. 진보대통합이라는 근본적 목표에 대해서는 비슷한 부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당장의 노선과 처지의 차이가 있으니 민주노총 정치전략과 위원장 사퇴 의사 표명 등에 대한 입장 차이는 당연하다고 봅니다.
진보대통합 문제에서 민중연합당의 참여 여부가 결정적인 정치적 암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둘의 차이를 과장하면서 연막을 치신다고 하는데, 이는 과도한 추측입니다. 여러 동지들이 민중연합당 동지들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뿐만 아니라 진보대통합 연대회의의 책임 있는 대표급 인사들도 진보대통합의 기본은 ‘배제 없는 단결’이라고 생각하고 얘기해 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과정에서 민중연합당 동지들이 선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한국 사회의 진보진영에서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동지들을 무조건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동의하기 힘듭니다.
이는 민중연합당 뿐만 아니라 정의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자민통계의 대표성은 없지만 진보대통합이 본격 궤도에 올랐을 때, 정의당이 긍정적인 태도로 합류한다면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이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앞서 밝혔듯이 배제 없는 단결이 진보대통합의 기본 원칙인데 정의당을 배제한다는 것은 이중 잣대입니다. 자민통 계열의 정의당에 대한 반감으로 그렇게 추측하시는 것 같은데, 저희가 줏대는 있지만 멍청하진 않습니다.
6. 마지막으로
다원주의는 진보정치의 특성상 지향해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서로 다른 원칙, 전략, 전망, 전술, 당면한 정치적·실천적 강조점, 조직 문화 등을 가진 조직들이 단결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죠. 결국은 다원주의적 형태를 기본으로 하여 전략적으로 연합하는 유럽식 형태의 진보정당 모습이 한국 사회 진보정치의 미래 모습이라고 추측합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의 당면한 현실에서 어떤 형태의 다원주의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선거연합정당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저 역시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편하고 오히려 전략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단결을 이룰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복수정당 가입이 금지된 한국 사회의 정치관계법 아래에서 불가능한 것 또한 현실입니다.
그래서 한국 사회의 진보정치는 최소한의 강령에 서로 합의하여 하나의 정당 내에서 공존하면서 다원주의 형태를 가지는 것이 당면한 상황에서는 현실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현실이 이러한데, 여러 개의 진보정당을 알아서 지지하라는 다원주의만을 주장하는 것은 사실상 각자도생하는 것이고 결국은 민주노총과 같은 대중조직이 정치적으로 아무 것도 결정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세상을 바꾸기 위한 여러 수단과 방법 중 정당을 활용하는 방식은 대단히 미미할 수밖에 없고, 한국 사회 민중들의 정치적 구심이자 대안으로도 진보정당은 기능하기 힘듭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정당이라는 괜찮은 발명품을 노동계급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고 변혁운동의 성장과 승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전략적으로도 유의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진보대통합을 하되 그 내에서 공존과 다원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방도를 마련하자는 것이 저의 주장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시기 진보정당운동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다양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정치 문화의 개선 등도 필요합니다. 민주노총 중심의 진보대통합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정책대대에서 통과되길 바랐던 정치전략은 민주노총 내부에서 이런 논의를 할 수 있는 근거였습니다. 당장 민주노총이 정치방침을 정해서 진보대통합정당을 만들자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통해서 논의의 폭을 확장시키는 것이 지금 시기에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7. 진보대통합에 관련한 논쟁은 다가오는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등 때문이라 더 확대될 필요가 있고 지금이 적절한 시기 같습니다. 특히, 한국 사회의 진보정치에서 진정한 의미의 다원주의는 무엇인지에 대한 토론은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