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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부산신항에서 농성 중인 화물노동자들의 이야기

파업 일주일째를 맞이하는 16일,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부산신항국제터미널 입구 건너편에서 농성하고 있는 화물노동자들을 만났다. 노동자들은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이 낡고 폐기돼야 할 문제는 악화시키고, 필요한 규제는 푸는 잘못된 방향이라는 점을 생생하게 폭로했다.

전남의 한 화물노동자는 지입제의 문제를 토로했다.

“이번에 반드시 받아내야 할 것은 지입제 폐지예요. 지입제는 번호판 장사로 돈을 벌어들이고, 화물노동자들을 업체에 쩔쩔매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되레 거꾸로 가는 정책을 내놨습니다.

난 이 자리(파업)에 내 가족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나왔어요. 매달 차량의 할부금으로만 삼백만 원을 부담하는데, 하루빨리 갚아서 부담을 덜고 싶죠. 이걸 가로막는 게 이놈의 지입제입니다. 빠듯한 생활에 대출을 받아 한 두푼도 아닌 천만원 단위의 번호판을 받아다가 몇 년 갚고 나면 업체 횡포에 또 수천만 원의 번호판 값을 다시 내기 위해 대출을 받는 악순환입니다. 그래서 화물차 운전한지 10년이 지났는데 아직 차 할부금을 다 못 갚았어요. ‘전입신고’ 때마다 세금(번호판 값)을 내라는 데 이런 법이 세상에 어디있습니까?“

지입제에 대한 화물노동자들의 분노가 몹시 크다. ⓒ조승진

지입제(위수탁관리제도)는 차량의 주인이 자신의 차량을 화물운송회사 명의로 등록하고 번호판을 받아야 화물운송을 할 수 있는 제도다. 즉 화물차에 붙는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을 운송회사와 지입계약을 맺어야만 달 수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지입계약을 맺을 때 일명 번호판 값으로 수천만 원을 지입회사에 건네야 한다. 지입회사들 중에는 계약을 맺은 화물노동자에게 실제 일감(운송물량)은 전혀 제공하지 않고 번호판 장사와 매달 20만원 가량의 지입료를 노동자에게 받는 것만으로 이윤을 챙기는 업체들이 허다하다.

이런 지입제의 폐단 때문에 19대 국회에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이 일부 개정되었다. 개정 내용에는 운송업체가 노동자와 지입계약을 함부로 해지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지만, 이를 6년 동안만 보장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지입계약을 맺은 지 6년이 지난 노동자(대다수가 이렇다)와는 얼마든지 지입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이다.

“법에는 업체가 노동자들과 계약을 해지하려면 반드시 협의하라고 되어 있어요. 그럼 어느날 갑자기 회사에서 전화가 옵니다. ‘계약 해지하려고 하니 번호판 돌려주셔야 겠습니다.’ 노동자가 무슨소리냐며 항의하면 ‘전화를 했으니 협의 한 겁니다.’라며 번호판을 회수해가거나 기어이 번호판 값을 다시 받아내고 맙니다. 화물운수사업법 제40조의 2 제①항은 결국 업체의 번호판 장사와 횡포를 합법적으로 열어 준 거죠.”

34년 째 화물차 운전을 하고 있는 25톤 카고트럭 기사는 정부가 이번에 과적의 위험을 오히려 더 키우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를 다니다 보면 5톤 차량에 축을 하나 더 달아서 짐싣고 다니는 차가 많아요. 그런데 25톤 차와 달리 5톤 차는 이렇게 과적을 하면 타이어에 압력이 높아져서 고속도로 달리다가 타이어 터지는 사고가 자주 일어나요. 또 이렇게 과적을 한 상태에서는 코너링을 돌다가 중심을 잃기도 하고, 잠깐 졸아서 한번만 삐끗해도 바로 사고로 이어집니다. 이미 현실에서도 이렇게 톤 급 구분이 잘 안 지켜지는데, 정부는 이번에 아예 톤 급 구분을 없애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과적으로 인한 위험이 훨씬 커지는 거죠. 또, 우리는 운행 나가면 일주일 동안 4시간씩 밖에 못 자면서 일하다가 주말에 한번 집에 들어가서는 하루 종일 꼼짝도 못하고 잠만 자요. 이런 상황에서 조건이 더 열악해지면 졸음운전은 더 불가피해져요. 결국 도로 위에 흉기가 다니는 셈이 되는 거죠. 그래서 이번에 우리 투쟁은 이렇게 우리 목숨도 지키고, 도로 안전도 지키자는 겁니다.”

역대 정부는 표준운임제 도입을 약속했지만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조승진

낮은 운송료 문제도 노동자들이 여러차례 해결을 요구해왔고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도 표준운임제 도입을 약속한 바 있다. 노동자들은 이번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에서 운임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도 없고 오히려 가맹업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데, 이는 낮은 운임의 주범인 운송 주선업의 난립을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운송료가 40만원 정도 하는데, 기름값은 리터당 천 원으로 계산해도 20만원이 넘게 들어요. 거기다 고속도로 통행료 4만원, 식대, 다시 돌아갈 때 싣고 갈 짐이 없으면 숙박도 해야죠. 차 할부금, 감가상각비, 차유지비 등은 빼고도 이렇게 계산하면 어떤 날은 장거리 운행을 해도 남는 돈은 10만 원밖에 안되요. 그러니까 힘들고 피곤해도 쉬지 못하고 장거리를 한탕 더 뛰거나 숙박료, 도로비 아끼려고 쪽잠자고 이렇게 삽니다.”

“화물노동자가 지입계약을 맺은 업체에서는 운송일감을 구해 주지 않아요. 그래서 일감을 주선해주는 주선업체들이 있는데, 이 과정이 4단계, 5단계를 거치면서 그때마다 수수료가 떨어져 나가면 결국 우리는 화주가 지불하는 운송료의 60% 정도 받게 못받아요.”

“정부가 이번에 가맹업 규제를 풀어준다고 했는데, 가맹업은 이른바 ‘화물앱’이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운송료가 28만원, 30만원으로 제시돼요. 이런 종류의 주선업체가 늘어나면 운송료는 더 떨어질 겁니다.”

또, 노동자들은 특수고용노동자로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 불만을 토로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점이었다. 84년부터 26년간 화물차 운전을 했다는 노동자가 다가와 스마트폰을 내밀며 머리를 다쳐 수술한 뒤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상차(차에 짐을 싣는 것)하던 철근이 머리를 때려서 뼈가 함몰됐어요. 그래서 지금 제 앞머리는 인공이예요. 그렇게 2년 동안 병원 신세를 졌는데, 3천3백만 원 받고 합의하던가 아니면 재판을 걸라고 하더라구요. 당시 상황이 너무 절박했는데 재판을 하면 또, 1~2년이 걸려서 어쩔 수 없이 그냥 합의했어요. 우리는 일하다 다쳐도 산재로 보상도 못 받아요. 심지어 자동차 보험을 가입할 때 자차 보험도 못 들어요. 어쩌다 사고라도 나면 내 돈으로 다 물어줘야 해요. 1년에 3백만 원 가량 내는 자동차 보험도 가입한 후 시간이 지나면 요율이 아주 조금씩 내려가지만, 사고 한번 나면 보험료가 팍팍 올라가요.”

화물노동자들은 이제는 반드시 바꿔야 한다며 단호하게 투쟁하고 있다. ⓒ조승진

노동자들은 이런 불합리한 구조와 현실 개선은커녕 오히려 악화시키는 정부의 정책을 이번 투쟁으로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는 결의를 거듭 밝혔다.

윗 옷을 들춰 옆구리에 붙인 파스와 손복에 감은 보호대를 보여주며, “두 달 전에 일하다가 차에서 떨어져서 늑골이 나가고 팔인대가 늘어났어요. 아직 낫지 않았지만, 이렇게 파업에 참가했어요. 여기 모인 사람들 다 같은 심정일거예요. 잠자리도 불편하고 씻지도 못하고 밥도 잘 먹지 못해서 힘들지만, 이번에 끝장을 봐야 한다는 심정으로 이렇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파업에 들어오면서 아내에게 ‘이번 달은 일 못할 것 같다, 다음 달은 대출받아서 살자’고 말하고 왔어요. 그만큼 절박한 심정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을 막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어요. 함께 참여하지 못한 조합원들도 우리와 같은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어요.”

“우리 파업 지지한다고 말해줘서 고맙습니다. 우리는 싸울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우리를 싸울 수밖에 없게 만들어 놓고 박근혜는 우리더러 폭력을 저지른다고 합니다. 내가 어느새 폭력꾼이 되버렸어요. 그래서 더 열 받습니다. 우리(파업)을 지지한다는 더 많은 목소리를 듣고 싶어요. 큰 노조인 현대차에서 파업을 접는다는 얘기를 듣고 속이 쓰렸어요.”

“우리 화물노동자들은 철강, 건설자재를 비롯해 모든 물품을 실어 나르고, 사회에 공익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정부도 화물운송이 공익적인 성격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노동자들의 처지와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꼭 법제도를 제대로 개선해야 합니다. 그래서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10월 10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화물노동자들은 정부가 투쟁을 비난하고 경찰이 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하며 탄압을 가해도 굳건히 파업을 유지하고 있다. 10월 14일부터는 부산신항으로 전국의 조합원들이 모여 물류 수송을 방해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더 많은 응원의 목소리와 농성을 이어나가는 데 필요한 모금, 지지물품을 호소하고 있다. 같은 시기에 함께 진행되고 있는 철도파업 등 다른 부문 노동자들의 투쟁 소식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계속되고 있는 화물연대 파업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