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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정신보건증진센터 파업: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하라

10월 15일 열린 ‘간접고용-하청비정규직 노동자 공동투쟁선포 결의대회’에 참가한 서울시정신보건지부 조합원들. ⓒ고은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서울시정신보건지부의 파업이 오늘로 20일째 접어들었다. 1천만 서울시민에게 정신건강 돌봄을 제공하는 3백여 명의 정신보건전문요원들이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서울시정신보건지부는 올해 2월에 만든 신생노조다. 조합원들이 근무하는 정신건강증진센터는 서울시와 자치구가 반반씩 재정을 부담하고 자치구 센터장이 법적 책임자다. 센터는 직영, 위탁, 재위탁 등 그 운영 형태가 다양하다. 센터의 운영 형태가 자주 바뀌다보니 조합원들의 70퍼센트 이상이 10~14개월 쪼개기 단기계약직으로 고용이 불안정하고, 노동조건이 열악해 평균 근속연수가 2.7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서울시와 오랜 교섭 끝에 위탁업체 변경이나 직영 전환 시 고용승계에 대해 잠정합의 했지만, 마지막에 법적 책임자인 자치구 센터장이 반대해 10월 4일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서울시, 자치구, 센터 어느 누구도 사용자를 자임하지 않고 있어 파업이 길어지고 있다.

서울시정신보건지부의 파업은 정신보건사업의 현주소를 밝히 보여 주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2017년 하반기부터 정신질환 정책을 병원 수용 중심에서 지역사회의 치료와 보살핌으로 생활에 복귀하도록 하는 ‘탈원화’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위한 준비는 거의 돼 있지 않다. 무엇보다 미국의 경우 인구 1천5백 명 당 1명의 전문요원이 있지만, 서울시의 경우 서울시정신보건지부 3백여 명의 조합원들이 1천만 인구 전체를 책임지고 있다. 약 3만 3천 명 당 1명 꼴이다. 그럼에도 상담 실적 성과를 올려야 하고, 1명의 요원이 1백여 명의 정신질환자를 상담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조합원들은 자살 시도자 상담, 자살시도 현장 응급출동, 정신질환자 방문 등 업무 특성상 엄청난 육체적, 감정적 스트레스를 겪는다. 2인 1조로 응급 현장에 나가야 하지만 1명만 출동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신체적 위험에 노출되기도 하고, 여성 요원들의 경우 성희롱을 당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피해는 오로지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

자살 시도자나 정신질환자를 상담하고 관리하려면 현장 경험이 풍부한 숙련된 요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요원 대부분이 단기계약 비정규직인데다 고된 업무와 열악한 근로조건 때문에 장기 근무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양질의 정신보건 서비스가 어려운 조건인 것이다.

‘노동존중 특별시’ 서울시와 자치구는 책임있게 나서서 하루빨리 조합원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재정 지원과 각종 지침으로 사실상 센터를 통제하는 위치에 있으면서 사용자가 아닌 것처럼 회피해선 안 된다.

더 중요하게는 ‘탈원화’ 정책에 걸맞게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정신보건사업을 책임져야 한다. 위탁, 재위탁 등 민간 외주화로 정신보건사업이 민간 수탁기관의 수익사업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조현병 환자의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과 같은 끔찍한 일은 정신보건사업의 중요성을 보여 준다.

고용안정, 근로조건 개선, 대규모 인력확충 등이 이뤄져야 “정신보건 서비스 하러 왔다가 정신보건 받으러 나가네” 하는 정신보건 노동자들의 좌절을 치유하고 제대로 된 정신보건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