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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
학생 총회에서 민중총궐기 등 퇴진 운동 참가를 결의하고 8백여 명이 거리 행진에 나서다

11월 8일 서울시립대 학생 총회가 열렸다. 총학생회는 올해 10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년부터 서울시립대 무상 등록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을 때 이를 사실상 반대하며 총회를 통해서 학생들의 의견을 확인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총학생회의 입장을 이용해서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들이 공격을 했고, 이후 박원순 시장의 무상등록금 계획은 아쉽게도 유보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총회는 애초 기획과도 다르게 무상등록금 관련 논의는 ‘전액장학등록금’이란 제목으로 후순위로 다뤄졌다. 오히려 서울시립대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 요구안, 총학생회칙 일부 개정안, 성차별·인권침해 관련 강의평가 문항 추가 요구안 등이 더 주된 안건으로 상정됐다. 이와 관련해 나는 무상등록금 즉각 실시를 요구하는 안건을 준비해 총회 전날 발의했다.(이와 관련해 '무상등록금 시행 관련 학생 총회 안건을 누락한 총학생회는 공식적 사과하고 토론 기회를 보장해야'를 참고하시오.)

또한 나는 학생들의 민주적 최고 의사 결정 기구에서 박근혜 퇴진 요구와 행동이 결정된다면 퇴진 운동의 불씨를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박근혜 정권 퇴진 공동선언문 채택 및 11월 12일 민중총궐기 등 박근혜 퇴진 운동 참가 결의 안건”을 발의했다.

마침 고무적이게도 총학생회는 총회 직후 박근혜 퇴진 촛불 행진을 기획하고 있었다.

내가 안건 발의한 결의문은 전국 1백 곳가량의 학생회와 학생 단체들이 참가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 전국대학생 시국회의’가 발표한 공동선언문이었다.

나는 발의한 안건을 설명하며 서울시립대 학생들이 11월 12일 민중총궐기에 적극 참가하고 이후에도 박근혜 퇴진 운동에 참가하자고 호소했다.

박근혜 정권 4년간 축적된 부정부패와 악행에 대한 대중적 분노가 “박근혜 퇴진” 요구로 표현되는 상황이다. 이런 때, 학생 총회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 열망을 확인하고 박근혜 퇴진 운동 참가를 공식적으로 결의 하는 것은 박근혜 퇴진 운동을 더욱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아쉽게도 총회를 주관한 총학생회와 대의원회는 전날 내가 제출한 안건 발의문을 참가자들에게 나눠 주지 않았다. 학생들은 궁여지책으로 현장에서 띄운 화면으로만 안건 발의문을 볼 수 있었고, 총회 참석자들은 내가 채택하자고 제안한 ‘박근혜 퇴진 공동선언문’은 아예 볼 수도 없었다.

총회를 주관한 총학생회와 대의원회의 미흡하고 허술한 총회 운영은 학생들이 활력적으로 토론하고 박근혜 퇴진 목소리를 모으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아 많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총회 참석자들은 내 주장과 호소에 지지를 보내며 ‘박근혜 정권 퇴진 공동선언문 채택 및 11월 12일 민중총궐기 등 박근혜 퇴진 운동 참가 결의에 대한 특별 결의’를 채택했다!(총회 정족수가 미달해 특별 결의문 형식으로 채택됐다.) 4백52명 중 2백66명이 찬성해 ‘11월 8일 학생총회 참석자 일동’으로 채택됐다. 이는 박근혜 퇴진에 대한 열망이 높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다.

거리 행진

학생 총회 이후 서울시립대학교 촛불 행진이 시작됐다. 시작 전에 서울시립대학교 대강당 앞에서 박근혜의 퇴진과 내각 총사퇴, 국회 중심의 과도거국내각, 박근혜 게이트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서울시립대 교수 1백90명의 시국선언문이 낭독됐다.

길게 늘어선 행진 대열이 서울시립대에서 나와 청량리역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시립대 총학생회

서울시립대 학생, 교수, 전국대학노동조합 등 학내 구성원 8백여 명이 서울시립대학교 대강당에서 청량리역 광장까지 촛불과 손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박근혜는 하야하라”, “책임자를 처벌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청량리역 광장에 도착해서도 구호 선창은 멈출 줄 몰랐다. 청량리역 광장에서는 행진 대열과 시민들이 모여 자유 발언, 서울시립대 민중가요 동아리 한소래의 공연, 퍼포먼스 등으로 그 열기를 이어갔다.

행진에 참가한 한 학생은 “지난 5년간 학교를 다니면서 이런 집회는 처음”이라며 박근혜 퇴진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과 행동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청량리역 광장에서 신호인 총학생회장은 이 사태의 본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음을 강조하며 박근혜의 하야를 촉구했다.

학생 총회에서 박근혜 퇴진 특별 결의문을 채택한 것과 8백여 명의 촛불 행진은 박근혜 정권의 반노동, 반민생 악행들과 민주적 권리 후퇴에 대한 분노, 그리고 박근혜 퇴진에 대한 열망을 확인시켜 줬다. 또한 박근혜 정권의 퇴진에 대한 분노가 행동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염원과 박근혜 퇴진 운동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자유발언에서 한 학생은 “이제 우리는 긴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며 지금 들고 있는 촛불처럼 오랫동안 이곳을 밝히자고 당부했다.

나도 자유발언에서 총회에서 특별 결의문을 채택했듯, 끝까지 함께 목소리 높이며 거리에서 만나자고 강조했다.

이렇게 학생 총회를 통해 대학에서 박근혜 퇴진 행동 결의를 채택하고 학교 밖 거리 행진에까지나선 것은 박근혜 정부를 퇴진시키기 위한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건설하는 데 큰 파급을 줄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다른 대학으로 확산되길 바란다. 총회를 통한 퇴진 행동 결의를 이어가며 더욱 운동을 확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