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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학교 법인 건국대학교는 최순실 학력 위조 연루 의혹 공개하라”

11월 24일 건국대학교에서 "최순실 학력 위조 연루 의혹 해명과 퍼시픽 스테이츠 대학교(PSU) 운영 실태 투명 공개 요구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 이 열렸다. PSU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학교로 학교 법인 건국대학교(이하 (학)건국대학교)가 운영하고 있다.

이 기자회견에는 박근혜 퇴진 건국대 시국회의, 세월호를 기억하는 건국대 학생들, 건국대학교 중앙역사학회 얼, 건국대 가톨릭 학생회, 건국대 중앙사회과학동아리 마르크스주의로 세상보기, 노동자연대 건국대 모임이 함께했다.

온갖 부정부패로 지탄받고 있는 최순실은 학력마저 위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학)건국대학교가 여기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순실은 2007년 한국연구업적통합정보 시스템에 (학)건국대학교가 운영하는 PSU에서 학위를 받았다고 등재했다. 그러나 PSU에는 최순실이 학위를 받았다는 유아교육과가 없다. (학)건국대학교 당국은 최순실이 PSU를 졸업한 기록이 없다며 최순실이 허위 기재한 ‘해프닝’일 뿐이라고 밝혔지만 이 해명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많다.

(학)건국대학교는 학생들을 입막음 하려 하지 말고 최순실 학력 위조 의혹 철저히 밝혀라. ⓒ제공 〈건대신문〉 이용우 기자

첫째, 최순실은 1987년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하는데 (학)건국대학교는 1988년부터 PSU를 경영했으므로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PSU는 1987년에 인수했고, 인수 협의는 더 전부터 진행됐다. 관련성이 전혀 없지 않은 것이다.

둘째, 최순실이 학위를 등재한 2007년에 이명박과 박근혜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중이었다. 당시 이명박 선본 측에서 박근혜와 최씨 일가(최태민과 최순실)와의 연관성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을 정도로 최순실의 존재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최근에는 전여옥(전 한나라당 대변인)과 김무성(전 새누리당 당대표)도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시기에 최순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더구나 ‘공짜 골프 접대’로 전방위적인 로비를 벌인 건국대 김경희 이사장이 접대한 정치인 중에는 친박계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 부대표도 있다.

따라서 박근혜의 최측근인 최순실이 PSU를 선택했을 때, 학교 당국 혹은 학교 책임자 일부와 협의 없이 했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힘들다.

셋째, PSU는 ‘학위 장사’가 불가능한 정규 대학이라는 건국대의 해명도 구멍이 숭숭하다.

건국대는 PSU가 BPPE, SEVIS, ACICS, CHEA 등 여러 교육 기관에게 인증 받은 것처럼 포장했다. 그러나 이 중 교육운영에 관한 내용을 인증하는 정식 기관은 ACICS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유효한 인증기관이 아니다. 그리고 PSU는 ACICS에서 1996년에 인증 받았기 때문에 그전에는 학교가 아니라 ‘사설 학원’이나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ACICS는 부실한 심사로 수준 미달의 대학들을 대거 인정해 줬다는 점 때문에, 올해 9월 미국 교육부는 ACICS의 자격을 박탈했다.(참고 기사: 학교 당국은 최순실 학력 위조에 연루된 의혹을 명백히 밝혀라!, 최순실 학위 위조 의혹 제기 입막음 시도한 건국대학교 당국)

노동자연대 건국대 모임이 두 차례 성명서를 발표하고 진상을 요구하자, 학교 당국은 즉각 노동자연대 회원에게 입막음을 시도하고 우리 성명서 대자보만 골라서 무단 철거했다.

그래서 박근혜 퇴진 시국회의를 비롯한 학내 자치 단위들이 건국대의 허술한 해명과 비민주적인 입막음 시도에 도전하기 위해 진상 규명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기자회견에는 JTBC, KBS, MBC 등 많은 언론들이 취재했고, 기자회견 소식이 바로 보도됐다.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퇴진 건국대 시국회의 소속 이두영 학생은 건국대학교가 PSU와 무관하다는 주장에 대해 "학교 법인 건국대 안에 건국대학교와 PSU가 둘 다 등재돼 있고, 건국대학교 홈페이지에 대놓고 PSU 링크가 걸려 있는 등 그들의 주장은 아귀가 맞지 않다. 또한 결정적으로 김경희 이사장은 PSU의 이사장도 겸임하고 있는 점에서 연관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건국대 학생들 소속 서지은 학생은 "PSU 총장의 월급 8천4백89만 원은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구성된 교비회계에서 집행된 사건”도 있었는데 “이것이 건국대학교와, 그리고 우리와 진정 상관없는 일입니까?"라며 (학)건국대학교의 거짓 해명을 규탄했다.

또한 "세월호를 기억하는 건국대 학생들은 권력을 쥐고 있는 소수 지배자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진실을 은폐하고 우리를 우롱하는 행위에 결코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투명하고 현명한 대처로 건국대학교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을 학교의 주인으로서 당당히 요구하자"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나는 (학)건국대학교 당국의 입막음 시도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감추는 자가 범인이다’라는 교훈을 얻은 바 있습니다. 최근 온갖 비리와 스캔들의 중심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거부하며 진실을 은폐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이는 온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습니다. 건국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추려 하면 할수록 의구심은 더 커지고 학생들의 분노도 더욱 커질 것입니다" 하고 경고하며, 학위 연루 의혹을 명백히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의혹 제기에 민감하게 대응하던 (학)건국대학교 당국은 기자회견 직전에 부랴부랴 입장을 발표했다. 황당하게도 "학내 일부 세력의 터무니 없는 억측에 대해 일고의 가치조자 없는 허위 주장"이고 "학교의 명예를 심대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난하며 "불순한 시도"이기 때문에 "향후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학력 위조와 온갖 비리· 횡령으로 학교에 먹칠을 한 김경희 이사장을 두고 학교 당국이 명예 운운하는 것은 정말 어이가 없다. 무엇보다 그토록 학교 명예가 소중하다면, 건국대를 학력 위조에 이용한 최순실을 고소하면 될 일이다.

왜 학교 당국은 최순실은 고소하지 않으면서 PSU의 교육 기관 인증을 과대하게 포장하고, 건국대와 상관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는가? 건국대야말로 "불순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만약 (학)건국대학교 당국이 납득할 만한 진상은 밝히지 않은 채 합리적 의혹 제기를 하는 학생들에게 재갈을 물리며 탄압하려 한다면, 오히려 학생들로부터 "엄중한 책임"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