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브렉시트, 이탈리아 국민투표… 중도의 몰락이 세상의 종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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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하자 자유주의 좌파들은 종말론을 연상시키는 우울한 전망을 쏟아 내고 있다. 이들은 6월 23일 영국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EU) 탈퇴가 승리한 것과 12월 4일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에서 총리가 패배해 물러난 것도 동급으로 거론한다.

그러나 세 사건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힐러리의 ‘제3의 길’이 트럼프 당선이라는 ‘투표 반전’을 야기했다. ⓒ사진 출처 <소셜리스트 워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에는 신자유주의와 제국주의를 강요하는 비민주적 유럽연합에 대한 반감이 강하게 작용했다. 이탈리아 국민투표는 마테오 렌치 정부에 대한 항의 성격이 강했는데 특히 노동조합들은 정부의 노동 개악에 반대해 투쟁을 크게 벌여 왔다.

트럼프 당선은 양상이 좀 다르다. 그는 월스트리트가 보기에도 부정직한 기회주의자이고 그의 당선으로 미국 공식 정치는 오른쪽으로 크게 한발 내딛게 됐다. 부통령으로 당선한 마이크 펜스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조지 부시의 이데올로그 중 하나였다. 더욱이 트럼프는 ‘대안 우파’라 불리는, 노골적인 인종차별주의자, 엘리트주의자들을 백악관으로 데리고 간다.

2016년 6월 이후 서방 자본주의 질서를 뒤흔든 세 사건은 공통점도 있다. 바로 신자유주의와 세계경제 위기가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의 정치를 불안하게 만든 결과라는 점이다.

서방 지배계급은 수십 년 동안 신자유주의를 강요해 왔다. 2007~08년 위기가 터지자 지배자들은 일시적으로 신자유주의 어젠다를 뒤로 미루고 국가 개입에 의존했지만, 체제 붕괴를 피했다는 점이 확실해지자 다시금 신자유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를 관리하는 데서도 그다지 효율적인 요법이 못 된다. 미국, 유로존, 일본, 영국 등 모든 세계 주요 경제는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나 초저금리(심지어 마이너스 금리)에 여전히 의존한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덕분에 부자는 다시 더욱 부유해졌고 그 대가를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길 수 있었다.

지난 몇 달간 투표에서 벌어진 ‘이변’들은, 신자유주의의 희생자들이 기득권층에 그 책임을 물으며 반란 표를 던진 결과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그랬고(본지 183호 ‘왜 영국은 유럽연합 탈퇴를 택했나’를 참고하시오), 미국 대선도 트럼프가 승리했다기보다는 클린턴이 패배한 선거였다.

트럼프는 미국 중서부 ‘러스트 벨트’* 5개 주에서 이긴 덕분에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이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거 투표를 안 하거나 소수는 제3의 정당에 투표했다. 트럼프가 거기서 백인 노동계급 유권자를 획득한 것이라기보단 민주당이 잃은 것이 더 결정적인 요인이다.

러스트 벨트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 일부 지역을 가리키는 말. 자동차 산업과 철강 산업 등 미국 제조업의 중심지였으나 제조업 사양으로 불황에 빠진 지역들이다.

또, 트럼프는 미국 전역에서 비만·당뇨·과음 등으로 기대수명이 줄고 있는 지역들에서 이전 공화당 후보보다 표를 더 많이 받았다. 산업이 빠져 나가고 실업이 치솟은 것이 트럼프 득표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탈리아 국민투표에서도 “경제적 불만이 렌치 정권을 끝장내는 데 일정한 구실을 했다. 실업률이 높을수록 1인당 소득이 적을수록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았다.”(<파이낸셜 타임스>)

‘투표 반란’을 야기한 주된 원인으로 ‘제3의 길’을 지목할 수 있다, ‘제3의 길’은 1990년대 당시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와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이 주창한 것으로, 전통적 사회민주주의를 신자유주의와 접목시키는 것이었다.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각각 국민투표를 주도한 캐머런과 렌치는 블레어를 본받으려는 인물들이었고, 힐러리 클린턴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제3의 길’이 처음 생겨날 때부터 함께한 인물이다. 비슷한 노선을 따르는 프랑스 사회당의 대통령 올랑드가 4퍼센트라는 낮은 지지율에 시달리고 그 때문에 차기 대선 출마를 포기한 것도 궤를 같이하는 일이다.

이 기사를 읽은 후에 다음 연결 기사를 읽기 바랍니다 : 트럼프는 파시스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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