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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오른 미국 트럼프 정부:
온갖 수단을 동원해 패권을 지키려는 강성 우익

도널드 트럼프는 말과 행동이 앞뒤가 안 맞기로 악명 높지만 그런 그도 두 가지에서는 일관한다. 하나는 지독하게 인종차별적이고 여성차별적이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바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려면 이전 정부 때보다 더 단호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트럼프와 그가 임명한 인사들은 특히 중국을 겨냥해서 강경한 대응을 하겠다고 예고한다. 단적으로, 국무장관 내정자 렉스 틸러슨은 인사 청문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은 [중국에] 분명한 신호를 보낼 것이며 이는 … 그들이 [인공]섬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실천으로 옮기면, 중국이 한창 군사시설을 짓고 있는 인공섬을 미군이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럴 경우 “현대판 쿠바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설령 말뿐이더라도 지난 정부보다 더 나아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미국은 섬의 주권에 관한 직접적 언급은 피한 채 그 일대 ‘항행의 자유’만 운운했는데 이번에 그 선을 넘은 것이다.

진정한 꼴통

트럼프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여겨지는 ‘보호’무역도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신임 백악관 국가무역위원장이자 《중국이라는 살인마》라는 책(국역 제목은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을 낸 피터 나바로는 그런 의도를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미국 국민이 월마트에서 조잡한 중국산 수입품을 사는 데 1달러를 쓸 때마다 미국의 실업률을 올리는 것은 물론, 중국군이 급속도로 무장하는 데 자금을 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국의 불공정 무역 행태에 맞서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일자리가 아니라 국가 안보다.”

물론, 큰 틀에서 트럼프 정부는 전임 미국 정부, 특히 오바마 정부의 대외정책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지배계급은 지정학적으로 중국의 팽창을 억제한다는 큰 틀을 유지해 왔다. 예컨대, 오바마 정부는 중국 코앞에 위치한 대만에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액수의 무기를 수출했다.

미국이 무역과 환율을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을 벌이는 일도 2008년 세계경제 위기가 터진 이래 잦은 일이다. 2009년 1월 오바마가 임기를 시작할 때도 그가 임명한 재무장관 내정자는 청문회에서 “대통령은 중국이 환율을 조작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오바마 때보다 한 발 더 나아가려고 한다. 중국이 군사 행동까지도 불사할 ‘하나의 중국’ 원칙 재고까지 거론한 것에서 보듯, 트럼프는 미국의 경제 문제와, 중국에 대한 지정학적 우위를 확인하는 것을 훨씬 더 노골적으로 연결시키려는 듯 보인다.

이것은 세계경제에 큰 파장을 미칠 뿐 아니라 두 강대국 사이의 충돌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진정 ‘꼴통’이라 할 만하다.

이런 변화가 트럼프 개인의 성향에서 비롯한다기보다는 그 뿌리가 훨씬 더 깊고 구조적이라는 점이 진정한 문제다.

자본주의에서는 자본과 국가가 맺는 독특한 관계 때문에 이전 시대와 비할 데 없는 수준으로 경제적 갈등이 지정학적 경쟁과 결합된다. 그 결과, 자본주의는 전례 없는 비용과 첨단 기술로 살상무기를 생산할 뿐 아니라 그런 무기가 사용될 갈등도 끊임없이 재생산한다.

세계적 긴장 고조에 반대하려면, 트럼프의 매우 우익적인 공화당 정부에 반대할 뿐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전히 트럼프가 찜찜한 일부 지배자들

미국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에 걸쳐 IMF, 세계은행, WTO, 유럽연합(EU), OECD 등의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 영향력을 이용해 패권을 다져 왔다. 그런데 트럼프는 그 기구들을 약화시키거나 곤란하게 만드는 정책을 펴겠다고 주장해서 일부 지배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얼마 전 트럼프가 영국의 EU 탈퇴를 “아주 잘한 일”이라고 말하자 유럽의 여러 지배자들이 발끈한 것이 대표적이다. EU의 심장이라 할 수 있고 유럽 전역에 긴축을 강요하는 EU 집행위의 부위원장은 “오래지 않아 워싱턴 사람들이 미국의 전략적 이익은 강한 EU에 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트럼프가 당선한 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공식화한 것도 지배자들에게 곤란함을 안겨 주고 있다. TPP는 중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것을 견제하려고 미국이 추진한, 지정학적 의도가 다분한 협정이었다.

미국의 주요한 군사동맹이기도 한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총리가 트럼프에게 직접 전화하는 등 ‘미국이 빠지면 아시아에서 중국이 그 자리를 채울 것’이라고 만류했다.

이런 지배자들의 분열 때문에 트럼프의 취임식에 미국 국회의원 수십 명이 불참을 선언하는 일이 벌어지고(그들이 트럼프의 여성차별, 인종차별을 진지하게 반대해서라기보다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둘러싸고 지배계급 내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가 지배계급의 일치단결한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임기에 돌입할 수 있는 것이다.

선거 때부터 트럼프와 함께한 측근과 당선 후 트럼프가 인선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관측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내부 불협화음 때문에 국방부 고위직 인선이 대부분 아직 마무리되지 못한다고 전했다. 짐작하건대, 인사 청문회에서 확인했듯, 주요 장관들이 러시아와 TPP 등에 대해 트럼프와 상반된 견해를 가진 것이 작용했을 것이다.

트럼프의 취임 행진이 거행되는 20일과 그 다음 날인 21일에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다. 이런 아래로부터 운동이 경제 위기나 중국의 반발이라는 외부 압력, 지배계급 내 분열과 결합된다면 트럼프에 효과적으로 도전할 수 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은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하려는 자동차 회사들을 압박하며 마치 일자리를 지키고 노동자들 편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월마트, 백화점 메이시스 등 유통 기업들이 올해 대규모로 매장을 폐쇄하고 1만 명 이상 해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이 실제로 노리는 바는 일자리 확대가 아니라 무역적자 감소와 중국 압박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전미자동차노조(UAW), 미국철강노동자 노조(USW)가 TPP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를 위해 트럼프와 함께 일하겠다고 밝힌 것은 잘못이다. 이런 협정들은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 노동자들에게도 해악을 가져다줬기 때문이다.

트럼프 내각 구성원들의 재산을 합하면 세계 최빈국 70개국을 합한 것보다도 더 크다고 한다. 이런 자들이 말하는 ‘보호’무역에 기대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겠다는 생각은 공상일 뿐 아니라 노동자들을 “국익 우선”이라는 구도에 얽매이도록 해 단결을 어렵게 만든다. 그보다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반(反)트럼프 운동에 결합하며 대안적 사회를 제시하려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