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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국민대책회의 활동가들 8년 만에 1심 유죄 판결

2월 2일 법원이 2008년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운동을 이끌었던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 주요 활동가 5명에게 집시법상의 미신고집회 주최와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1심이 시작된 지 8년 만이다.

서울중앙지법(부장판사 김지철)은 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이던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과 한용진 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김동규·백성균 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권혜진 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근혜 게이트의 공범 삼성 이재용과 이화여대 전 총장 최경희의 구속 영장 발부는 기각한 법원이 정당한 저항을 이끈 활동가들에게는 집요하게 죄를 물은 것이다. 판결 직후 피고인들은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취임 즉시 한미FTA를 밀어붙이며 선결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제한을 파격적으로 낮추려 했다. 기업들의 이윤을 보장해 주기 위해 식품 안전을 위태롭게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5월 초 우파 정부의 이 시도는 즉각적으로 대규모 항의에 부딪혔다. “기업 프렌들리”를 내세우며 민영화, 교육 개악, 언론 장악 등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우파 정부에 쌓여 온 불만이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시도를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시위는 한 달 만에 최대 전국 1백만 명(서울 70만 명) 규모로 성장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연일 도심 행진을 이어가며 항의 운동을 벌였고 대책회의는 분노한 대중들에 적극 부응해 시위를 이끌었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1백 일도 되지 않아 지지율이 폭락하며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다. 결국 쇠고기 수입 기준도 종전보다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 우파 정부가 추진하려던 시장주의적 정책들의 민낯도 널리 폭로됐다.

이때 이명박 정부는 반격의 일환으로 대책회의 활동가들의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다. 광우병 촛불 운동이 반정부 투쟁으로 분명하게 전환할지를 놓고 운동 내 논쟁이 불거지자, 이를 틈타 이명박 정부는 시위대를 폭력 진압하고 대책회의 활동가들을 체포·구속했다. 그러나 박원석 전 의원을 비롯한 활동가들은 부당한 탄압에 맞서 자진 출두를 거부해 수배 생활을 하다 결국 다수는 체포돼 구치소에 수감돼야 했다.

당시 경찰은 집시법을 내세워 야간 집회 신고조차 받지 않았는데 법원은 미신고 집회에 대해 유죄로 인정했다. 평범한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참가할 수 있는 시간은 저녁 시간일 텐데, 경찰이 집회 신고를 거부한 것은 결국 집회·시위를 노골적으로 방해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옥외 야간집회금지조항은 2009년 헌법불합치, 2014년 자정까지의 시위를 처벌할 수 없다는 한정위헌 결정이 나왔다. 게다가 박근혜 퇴진 촛불 시위대는 주말마다 청와대 앞까지 야간 행진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법원이 2008년 시위를 불법이라 규정한 것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갖은 수를 써서 제약해 온 경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한편, 법원은 도로교통 방해로 시민 불편을 초래했다며 판결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1퍼센트 기업주들의 이윤을 위해 99퍼센트의 건강을 내팽개친 이명박 정부야말로 처벌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2심 재판부는 정당한 저항을 이끈 5인에게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