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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탄핵 인용을 위한 긴급 행동:
“박근혜 세상의 마지막 밤이 되길 바란다”

헌재의 탄핵 평결을 16시간 앞둔 3월 8일 저녁 7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퇴진행동의 긴급한 호소에 평일임에도 발벗고 달려온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퇴근 후 바로 온 듯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이 곳곳에 보였다. 혼자 온 사람들도 많았는데, 신나게 팻말을 흔들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탄핵 인용에 대한 낙관과 자신감을 보여 주는 듯했다.

ⓒ곽세영

첫 발언자는 퇴진행동 법률팀원이자 민변 소속인 김도희 씨였다.

“헌법재판소를 누가 만들었습니까? 민주주의와 정의 수호하라고, 그 파수꾼이 되라고 87년 6월 항쟁 때 국민들이 만들어 준 것 아닙니까? 그런 헌재가 민심을 거역하고 배반해서야 되겠습니까?

“일부 정치권, 대한변협에서 (탄핵이 기각돼도) 승복하자고 말하는데, 촛불 민심이 그런다고 사그라들겠습니까?” 하는 발언자의 질문에 "아니요, 끝까지 가야 합니다!" 하는 대답들이 돌아왔다.

다음으로 누구보다 간절하게 박근혜의 탄핵을 바랐을, 세월호 유가족 ‘윤민 엄마’ 박혜영 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집회 참가자들은 ‘윤민 엄마’의 차분하지만 단호한 발언을 숨죽이고 경청했다.

“저희 세월호 유가족들은 1천 일이 넘도록 청와대, 국회, 해수부, 법원, 정부 기관 곳곳을 쫓아다녔습니다. 그러나 박근혜는 그 모든 길목을 막으며 우리를 좌절시키려고 했습니다. 결국 어렵게 만든 세월호 특조위를 강제 해산시켰고, 지금도 세월호 인양을 손에 쥐고 흔들고 있습니다. … 박근혜 정부와 해수부는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 나라에 세월호 같은 큰 재난이 일어나면 안 되지만, 만약 일어난다면 … 사람을 먼저 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뼛속 깊이 각인시켜, 다시는 이런 참사가 없어야 합니다.”

오늘 박근혜 탄핵 촉구 2차 시국선언을 조직한 한신대 학생 김지혜 씨도 발언했다. 김지혜 씨는 최근 한신대에서 벌어지는 민주적 권리 탄압, 청소노동자 해고, 교직원 임금 삭감 등 개악들을 폭로하며 투쟁을 지속하자고 강조했다.

“박근혜를 닮은 자들이, 박근혜의 정책을 추진하는 자들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박근혜 탄핵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쌓여있는 적폐를 해결하기 위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번째 발언자로 올라온 희망연대노조 박대성 공동위원장은 최근 LG 유플러스 콜센터에서 현장 실습을 하던 17살 여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의 전말을 폭로했다. 발언 중간 중간 “말도 안 돼” 하는 반응이 나왔다.

[이 학생이 배정된 부서는] 오랫동안 콜센터 업무를 했던 숙련 노동자들도 가장 어려워하는, 소위 욕받이 부서라고 합니다. 해지하겠다는 사람 붙잡는 것도 해야 하고, 거기에 더해서 새로운 상품을 팔아야 하는 부서입니다. 똑같은 부서에서 2014년도에도 30대 노동자 한 분이 자살하셨던 경험이 있습니다.

[LG 재벌은] 정권과 미르 재단에 78억 원을 갖다 바쳤습니다.

“내일 박근혜가 탄핵되고 그 이후에 올 세상은 이런 것 없이 상식적이고 일한 만큼 대우받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연사들은 종종 대열을 향해 물음을 던졌는데 그럴 때마다 곳곳에서 자신도 할 말이 많다는 듯 큰 목소리로 대답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감옥으로! 감옥으로!”를 외치기도 했다.

오늘 집회 발언들은 정권 퇴진을 위해 132일간 거리를 지켜 온 사람들이 정권 퇴진을 통해 만들고 싶은 세상의 모습들을 조금 보여 줬다. 이 발언들과 호응만 봐도 정권 퇴진은 끝이 아니라 하나의 시작일 것이다. 사실 박근혜 탄핵이 끝이 아님을 알기에 하루라도 빨리 박근혜를 퇴진시키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사람들은 다섯 달 전부터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있는 것을] 단 하루도 보기 싫다”고 했다. 그 소원을 이룰 수 있는 순간이 만 하루도 안 남았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마지막으로 퇴진행동을 대표해 최영준 공동상황실장이 발언했다. 한 문장 한 문장마다 호응이 계속 나왔다.

“박근혜는 탄핵이 인용돼도 순순히 인정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탄핵 이후에도 황교안 내각이 거듭 악행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벌써 황교안은 북한을 악마화해서 사드 배치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보수정권 재창출을 위해서, 대선 기간에도 공안몰이를 할 수 있고, 부정선거도 할 수 있는 있는 국정원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황교안 내각에도 맞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계속 촛불을 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특히 민주노총이 탄핵 기각시 총파업을 결의했다는 소식에 집회 참가자들이 크게 호응했다. 집회 대열에는 금속노조, 전교조, 보건의료노조, 공무원노조, 지하철노조, 언론노조, 교육공무직노조 등 민주노총 산하의 노조 깃발들이 많았다.

헌재를 향해 행진이 시작될 무렵, 3천여 명으로 시작했던 집회 규모가 갑절로 불어나 있었다.

방송차 소리가 안 들리는 행진 뒷편에서는 “박근혜를 구속하라” 구호가 단연 가장 많이 터져 나왔다. 우익들이 집회를 여는 헌재 앞이 다가올수록, 행진 참가자들은 호루라기, 나팔 등을 불며 투지를 과시했다. 방송차 사회자가 “함성 한 번 질러 주십시오!” 하고 외치면 끝날 줄 모르는 함성 소리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사회자가 다시 발언을 시작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헌재 앞에서 진행한 정리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들꽃 향린교회 김경호 목사가 “여러분, 오늘 밤을 기억합시다. 우리는 지금 박근혜 세상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고 발언을 시작하자 커다랗고 긴 환호가 쏟아졌다. 기자 옆에 서 있던 한 시민은 눈시울을 붉혔다.

이후 기나긴 함성과 “탄핵! 탄핵!”을 몇 차례 연호한 뒤 집회는 들뜬 분위기에서 끝이 났다. 탄핵 판결을 14시간 앞둔 시각이었다.

꽃샘추위가 무색했던 행진과 헌재 앞 집회의 열기와 투지를 헌재 관계자들이 봤다면, 누구의 불복이 진정한 민심이고 위협인지 충분히 느꼈을 것이다.

ⓒ곽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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